하반기 알짜 공모주 쏟아진다
올 상반기 주식시장의 최고 히트작을 꼽는다면 단연 공모주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도 공모주 시장이 기관, 개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관심도만 놓고 보면 상반기보다 더 뜨겁다. 상반기에 코스닥 시장이 대세를 이룬 반면, 하반기에는 지난 1~2년간 상장 시기를 저울질해 오던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이 유가증권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특징은 테마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지난 2002년 상장폐지 후 처음으로 재상장을 추진하는 진로를 비롯해 2009년 시공 능력 평가에서 6위를 기록한 포스코건설과 SK그룹의 새로운 지주사로 떠오르는 SK C&C가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이 밖에 생보사로는 처음으로 IPO를 준비 중인 동양생명보험도 주목받고 있다.이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단연 SK C&C다. 지난 1991년 선경텔레콤으로 시작한 SK C&C는 정보기술(IT) 전략, 컨설팅에서부터 시스템 통합(SI), IT 아웃소싱, 미래 글로벌 비즈니스까지를 아우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관리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은 1조2751억 원이다. 순이익은 1457억 원이다. 지난 6월 23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시장에서 SK C&C를 하반기 최대어로 꼽는 이유는 이 회사가 SK그룹 지배 구조 변화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SK그룹은 지난 몇 년간 순환 출자 형식에서 탈피, 지주회사 체제로의 변신을 모색해 왔다. 현재 SK그룹은 SK(주)가 SK에너지(33.40%), SK네트웍스(39.98%), SK텔레콤(23.22%), SKC(42.50%), SK건설(0.02%), SK해운(72.13%), SK E&S(67.55), SK가스(45.53%) 등 주요 계열사를 컨트롤하는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운영돼 왔다. 핵심은 SK(주) 주식의 30.78%를 가진 최대주주가 SK C&C라는 점. SK(주)에서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2.22%에 불과하다. 대신 최 회장은 SK C&C 지분의 44.5%를 보유하면서 사실상 SK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문제는 이처럼 그룹 지배 구조에 있어서 중요한 SK C&C 지분을 SK텔레콤(30.0%)과 SK네트웍스(15.0%)가 나눠서 보유하는 순환 출자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SK그룹으로선 SK C&C와 SK텔레콤, SK네트웍스 간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 현재로선 SK그룹은 이를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돌파할 생각이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2일 지주사 전환 요건 충족 기간을 2년 유예해 달라는 SK그룹의 요청을 승인했다.SK C&C 상장의 걸림돌 역시 지주사 문제와 엮여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출 등 영업적인 측면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는 회사 측 입장을 시장에서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SK C&C를 IT 기업보다는 SK그룹 지주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강록희 연구원도 “회사 매출의 70% 이상이 SK그룹에서 나오고 해외시장 매출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영업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SK그룹의 지주사가 된다는 것이 주가에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현재 예정된 상장주는 5000만 주, 지난해 하반기 상장 시 예정됐던 공모가는 주당 10만9000원~13만 원 선이다. 증권가에서는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예상 공모가를 주당 11만~12만 원으로 보고 있다.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재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진로도 관심 새내기주다. 국내 소주 시장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진로는 지난 8월 25일 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를 승인받음에 따라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돌입했다. 진로 상장의 관건 역시 얼마에 공모가가 결정되느냐에 달려 있다. 진로는 하이트맥주 모회사인 하이트홀딩스가 55.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이 44.59%다. 대신증권 이정기 애널리스트는 “자체 자금을 들여서라도 차익을 실현해 주겠다고 약속할 정도로 하이트홀딩스의 진로 상장 의지는 강하다”면서 “다만 이번 IPO가 재무적 투자자들만의 잔치로 끝난다는 점과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롯데주류의 시장점유율이 커지고 있어 상장 후 주가가 약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반면 50%가 넘는 시장점유율과 2010년 계열사인 하이트맥주와 유통망이 통합될 것을 감안하면 주가는 당분간 강보합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메리츠증권 송광수 연구위원은 “하이트맥주와 유통 시스템이 통합된다는 것은 진로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청신호”라면서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 매출도 빠르게 성장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증권사가 전망하는 진로의 공모가는 4만~5만 원 선. 장외시장에서 8월 26일 현재 7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동양생명도 생보사로는 처음으로 올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이다. 동양생명 상장은 대한·교보·삼성생명 등 상위권 생보사들의 상장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은 지난 8월 29일 거래소로부터 상장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에따라 이르면 10월 중 공식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생명은 2007년 기준으로 총자산 8조128억 원에 81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지난해까지 10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수입보험료 기준 생보 업계 10위 업체로 공모 예정가는 주당 1만7000~2만 원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동양생명은 당초 지난해 8월 상장 예비심사까지 통과하며 IPO를 준비했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로 주식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동양생명은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지급 여력 비율을 높이고 생보 업계 4위권에 진입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상장 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는 8월 26일 현재 2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 보는 적정 거래가는 1만8000~2만 원 선이다. 솔로몬투자증권 송인찬 애널리스트는 “동양생명은 판매 채널 확대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방카슈랑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장점”이라면서 “2011년 예상 주당순자산가치(BPS)에 적정 주가이익비율 1.85배를 적용하면 적정 주가는 1만8000원 선”이라고 내다봤다.시공 능력 평가 6위의 포스코건설의 상장 여부도 관심거리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8월 14일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지난해 매출은 4조5173억 원, 순이익 1615억 원이었다. 올 상반기에만 3조433억 원의 매출과 2275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현재 공모 예정가는 10만~11만 원, 공모 규모는 8987억~9886억 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장 신청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외시장에서 8월 26일 현재 주당 11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이 외에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도 연내 IPO를 추진 중이다. 원자력, 화력발전소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지난해 3473억 원의 매출에 27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전에 97.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주익찬 애널리스트는 “지난 2~3년간 꾸준한 성장곡선을 그렸으며 향후 발전 전망이 매우 밝다”면서 “모회사인 한전의 해외 진출 등 커다란 수혜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주 애널리스트는 그러면서 “한국전력기술처럼 원전 설계, 컨설팅을 담당하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라며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지역 난방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조만간 IPO를 통해 상장될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1899억 원으로 상당히 크지만 당기순이익은 9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받는다. 학생복을 생산하는 에리트 베이직도 9월 10~11일 양일간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규모는 총 200만 주이며 희망 공모가는 3400~4200원이다. 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을 개발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 그랜드코리아레저도 하반기 상장을 앞두고 있다.코스닥시장에서는 터치스크린 패널을 생산하는 모린스가 709만여 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주당 예정가는 3만~3만9000원이다. 이 밖에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담당하는 네오위즈 벅스와 바이오 제약 기업인 제넥신도 하반기 상장을 앞두고 있다. 네오위즈 벅스의 주당 공모 예정가는 6800~8300원 선이며 제넥신은 1만9000~2만3000원이다.일반적으로 공모주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안정성이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공모주 투자 시장은 확연히 달라진 느낌이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지옥과 천당을 오가면서 ‘공모주=안정성’이라는 등식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상반기에 이상 과열을 빚기도 한 공모주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기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한 대형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해당 기업들이 공모가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한 것도 상반기 경쟁률 상승으로 이어진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다 보니 상반기 IPO를 통해 상장한 새내기주의 주가는 최근 다소 조정받는 모습이다. 경쟁률도 낮아져 지난 8월 21일 공모를 마감한 동국S&C는 풍력 테마주여서 높은 열기를 기록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청약 경쟁률이 10.57 대 1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앞서 주식을 공모한 에스앤더블류(995 대 1), 게임빌(498 대 1), 동일금속(243 대 1)에 비해 한참 낮다.그렇다면 올 하반기에는 어떨까.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기업들의 공모 희망가와 투자자들의 전망치가 얼마나 좁혀지느냐가 관건”이라면서 “4분기 주가가 약간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본다면 공모주 시장도 비슷한 양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공모주의 중심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겨오면서 청약 물량이 대거 늘어났고 이에 따라 기관에 밀렸던 개인들이 시장에 참여하면 과열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하반기 상장이 예고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연매출 5000억 원 이상의 대형사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들은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드는 부분이다.지수 상승기에 매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다 보니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쳤던 기관들이 대거 공모주로 몰릴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동민 대우증권 ECM부 팀장은 “기관 보유 종목 가운데선 주가 수준이 부담스러운 것들이 많다”며 “기관들이 수요 예측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분위기를 달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 팀장은 “한국은행이 속도 조절 차원에서 금리를 약간이라도 인상하면 채권시장은 침체되고 일반 주식시장도 조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오히려 이런 상황이 공모주에 대체 투자처로서의 인식을 명확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장을 낙관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