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멀트 회장의 고객 만족 경영

기업은 시장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경쟁한다. 그중 하나가 대외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권위 있는 상을 받는 것이다.가장 의미 있는 상을 고른다면 아마도 고객이 주는 상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최고경영자(CEO)는 특정 기관으로부터 고객 만족 대상 업체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으면 기분만 좋다는 얘기를 한다. 그 상을 받았다고 해서 성과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에서는 고객 만족도 지수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국가 고객 만족도 평가를 주관하는 미시간 대학의 교수는 자신이 평가한 고객 만족도 점수를 언론에 공개하기 전에 주식 투자에 활용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그것은 고객 만족도 지수가 높은 기업일지라도 재무 성과와는 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그러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가 TV를 구입하거나 인터넷을 설치하면 바로 몇 분 후에 만족도를 평가해 달라는 전화가 온다. 만족도 평가 결과 점수가 낮으면 일을 했던 직원은 그 다음 주에 직장으로 출근하는 대신 자동으로 정신 교육장으로 보내진다. 점수가 보너스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수당도 줄어들고 고용계약이 자동 해지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설치하러 온 직원은 그럴듯한 선물을 주면서 높은 점수를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와 같은 직장인을 더 난처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크게 문제가 없다면 적당히 타협하게 된다. 자연히 고객 만족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또 하나의 잘못은 고객 만족이 아니라 고객을 괴롭히는 고객 만족도 평가를 하는 경우다. 회의 중 전화가 와서 받아 보면 무슨 만족도를 평가한다고 하면서 장시간 설명한다. 직원이 제 시간에 왔는지, 친절했는지, 상담은 잘 해 줬는지, 문제는 없는지 등 물어보는 게 너무 많다. 전화를 끊으려고 하면 통사정한다. 어쩔 수 없어 질문을 대충 듣고 점수를 매긴다. 상대방은 내가 얼마나 열심히 듣고 냉철하게 평가했느냐는 별로 관심이 없다.그러면 해외 기업은 어떻게 할까. 예전에 비즈니스위크에 제프리 이멀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의 고객 만족 평가 방법에 관한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신년 초에 해외 각 사업체 임원들이 모여 전년도 실적을 보고하는 시간이었는데, 유럽의 의료법인 책임자가 고객 만족 개선을 통해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고 보고했다. 사실 GE는 ‘6시그마의 전도사’로 유명한 기업이기 때문에 수년 전부터 고객 만족도를 중요한 성과지표로 관리하고 있었다.하지만 의료법인이 했던 고객 만족도 방식은 다른 계열사가 했던 고객 만족도와 그 방법이 달랐다. 그 자리에서 이멀트 회장은 “이 방법은 GE에서 6시그마 만큼이나 오랜 기간 계열사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GE에서 했던 방식은 고객의 생각이나 느낌을 묻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측정한 것이다. 만족했느냐가 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에게 우리 회사 제품을 구입하라고 추천하겠느냐’였던 것이다. 우리는 사람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상품에 대해 만족하지만 다른 상품을 구매할 때도 많다.이 세상에 우리 회사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인데,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경영자의 관심이다. 사장이 모르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제대로 실천될 리 없다.이멀트 회장의 탁월함은 고객 만족도 점수가 어떻게 산출되고 있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작은 것까지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CEO들은 현장 경영을 강조하지만 그만큼 현장에서 무엇이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 때문에 회장이 현장을 방문한다고 하면 공장 청소하고 보기 좋게 카펫만 깐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CEO가 돈 내고 상 받고 사진 찍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면, 직원들은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미소가 비행기를 대신할 수 없듯 가장 훌륭한 고객 만족은 포장이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고객 만족도 점수가 회사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경영자가 이해하고 있을 때 고객 만족 경영은 제대로 실천되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 thechoice.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