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전망

국내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연중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추가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현재를 고점으로 추세가 전환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최근 증시 상승의 근간이 됐던 원인들을 살펴보자.첫째, 미국 소비경기의 회복 가능성이다. 미국 가계 자산 중 31%를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부의 지원까지 가세하면서 추가적인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은 소비경기 회복의 청신호라고 판단된다. 미국 주택의 거래량을 볼 수 있는 기존 주택 매매와 신규 주택 매매는 2009년 1월 이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 지표인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도 전월 대비 기준으로 2006년 7월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자산가격 상승→ 소비 회복→ 부족한 물량 또는 재고 확충 필요성 증가→ 산업생산 및 가동률 증가→ 고용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미국 가계와 기업의 자신감 회복도 경기 회복의 강한 시그널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 가계의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재차 반등에 성공했다. 9월 1일 발표되는 ISM(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미국 공급자관리협회) 제조업지수도 2007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 50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둘째, 국내 경기의 빠른 회복이다. 현재 경기 회복 강도는 과거 어느 국면에 비해서도 높다고 보인다. 과거 국내 경기선행지수 회복·확장 구간에서 전년 동월 대비 평균 경기선행지수 상승률은 8.1%포인트다. 2008년 12월 이후 현재까지는 월평균 10.2%포인트다. 기업의 재고와 출하를 비교하는 재고출하순환도는 이미 경기 회복·확장 국면으로 진입했다. 미국과 중국 등에 비해 기업의 재고 부담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빠르게 생산 활동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또 최근 3개월은 통화지표 외에도 실물경기를 나타내는 건설 수주액, 기계 수주액, 자본 수주액 등도 개선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경기 회복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셋째, 외국인 투자가의 한국 증시 러브콜이다. 외국인 투자가는 지난 3월 이후 현재까지 20조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낮은 금리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신흥 시장과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2009년 9월부터 FTSE (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선진국지수에서 거래가 시작된다. 선진국 증시로 격상되면서 장기성 자금이 추가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최근 외국인 투자가가 국내 증시에서 많이 사긴 했지만 현재 한국의 글로벌 펀드 내 편입 비중은 1.0%로 2006년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평균치인 1.5%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과 펀드 편입 비중 차이는 0.6%포인트로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편입 비중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투자가에게 국내 증시는 매력적인 투자국 중 하나다.넷째,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다. 2009년 2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글로벌 핸드셋 점유율은 30%로 노키아와의 점유율 갭이 4분기 연속 축소됐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북미 및 유럽연합(EU) 시장점유율도 5.3%로 도요타와의 점유율 갭이 2001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손익계산서 상단에 있는 매출액 증가 가능성은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매출액 대비 주가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 중 하나인 주가매출액 비율(PSR:Price Sales Ratio)도 국내 증시의 경우는 0.8배 수준으로 미국(2.2배), 일본(0.9배)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기업의 규모만큼 주가가 평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한국 기업의 이익 성장은 여타 신흥국에 비해 빠른 수준이다. 국내 기업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 증가율과 신흥국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 증가율과의 차이는 19%포인트로 2008년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 세계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증시 상승에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인 이익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증시의 가격 부담이 낮고 이익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추가 상승의 강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물론 상승의 근간을 위협하는 외부적인 변수도 존재한다. 중국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이 그것이다. 최근 중국 증시는 ‘유동성 회수 여부’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건설은행이 하반기 대출을 1680억 위안으로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건설은행의 대출 목표 금액이 9000억 위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하반기 대출 규모는 상반기에 비해 마이너스 77%나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2009년 상반기에만 중국의 1, 2위 은행인 공상은행과 건설은행은 올해 대출 목표 금액의 82%를 달성했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출액의 18% 정도가 신규 대출금액이 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중국 전체 금융회사 대출에 적용해 보면 상반기 7조4000억 위안을 기록했던 대출금액은 하반기 1조3000억 위안으로 급감한다. 2009년 8월 이후 연말까지 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28~31% 정도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출 증가율은 지난 6월 34.4%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단기 대출 증가율 같은 대출 증가율과 상관성이 높은 중국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라고 판단된다.하지만 이를 본격적인 통화정책의 변경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 7월 말 있었던 중국과 미국의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 인민은행장은 “미국의 금융과 재정, 통화정책 등에서 출구 전략이 시작될 때 중국도 무엇을 할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 보조를 맞춰 출구 전략을 실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미국은 경기가 ‘회복’되는 단계다.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과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시기를 보면 1994년 기준금리 인상 당시 실업률은 최고점이었던 7.8%에서 6.6%까지 하락했다. 1999년 5월에는 실업률이 5.7%에서 4.2%로, 2004년 5월에는 6.3%에서 5.6%로 안정된 이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즉, 실업률의 하락 같은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확보된 이후 본격적인 출구 전략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198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9.0%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4.3%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서도 수출은 매우 중요하다. 수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통화절상을 초래하는 금리 인상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다. 특히 물가상승률도 마이너스권에 머물러 있어 디플레 압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현재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1.8%로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결론적으로 국내 증시는 여전히 중국이라는 외부적인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 상승 추세의 근간인 국내와 미국의 경기 회복이 진행 중이라는 점, 외국인 투자가의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는 점, 국내 기업의 규모 확대를 통한 수익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위에서 언급한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당분간 상승 추세는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이재만·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 aluckydream@my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