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에어댐 스타일의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를 과감히 적용했다(왼쪽). '제네시스'와 유사한 고급스러운 센터패시아는 '럭셔리'를 표방한 르노삼성 뉴 SM3를 개방 단계에서부터 의식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다소 긴 이름을 가진 데는 ‘세계 최초’의 LPG 연료를 사용한 하이브리드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물론 국내 메이커에서는 최초로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다.하이브리드 방식은 크게 전동 모터만으로 주행까지 가능한 ‘스트롱 하이브리드’와 전동 모터가 엔진을 보조만 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나뉜다. 정체된 도로를 저속으로 달릴 때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스트롱 하이브리드(strong hybrid)가 환경문제 해결에 더 비중을 뒀다면 마일드 하이브리드(mild hybrid)는 연비 절감에 목표를 두고 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만큼 현대자동차는 과잉이랄 정도로 하이브리드 심벌을 곳곳에 심어 놓았다. 트렁크 엠블럼에 ‘Hybrid LPI’, 좌우측 전면 펜더에 ‘블루 드라이브(blue drive)’가 눈에 띈다. 운전석 계기판에도 하이브리드 주행 모드를 통해 전동 모터, 엔진, 배터리 사이의 동력 전달 현황을 표시했다. 내비게이션이 장착돼 있다면 큰 화면으로 동력 전달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액세서리를 과도하게 한 여성을 보는 것처럼 부담스러움이 느껴진다.전면부 디자인은 최근 현대자동차의 페이스 리프트(face-lift:기존 모델의 디자인을 조금 바꾸거나 편의 사양을 보완해 출시하는 것)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과감해진 라디에이터 그릴, 전면부 범퍼, 안개등 모양이 싼타페 더 스타일, 베르나 트랜스폼과 패밀리룩을 이룬다.눈여겨볼 부분은 연비 절감을 위해 공기저항을 크게 낮췄다는 점이다. 흔히 ‘스포츠 주행 키트’로 불리는 에어댐을 전·후면부 범퍼, 사이드스커트에 단 것같은 디자인에 스포일러를 장착해 후면 와류를 줄였다. 추가로 네 바퀴 휠을 폐쇄형으로 디자인했고 뒤 범퍼에 메시 스타일의 절개를 줘서 ‘낙하산 저항’을 막았다.현대자동차에 따르면 공기저항계수(Cd)가 기존 아반떼의 0.29에서 0.26으로 크게 낮아졌다. 참고로 제네시스는 0.27, 렉서스 GS는 0.26 수준이다.시동을 걸면 ‘부릉’하며 엔진이 작동하는 것은 일반 자동차와 같다. 기존 아반떼와 같은 직렬 4기통 감마엔진을 장착했지만 LPG를 연료로 사용해 파워는 124마력에서 114마력으로 다소 낮아졌다. 대신 20마력 상당의 전기 모터가 엔진을 도와준다. ‘제로백(0→100km/h 가속 성능)’은 11.7초로 비슷한 급의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의 13.6초보다 빠르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과 모터가 작동한다. 전동 모터가 작동하는 것은 계기판의 아이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은 채 정속주행을 하면 모터 작동이 멈추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배터리가 충전된다.하이브리드 자동차임을 체감하는 것은 주행하다 정지했을 때다. 엔진이 멈추면서 여진이 느껴진다. 현대자동차 환경기술센터의 신상윤 선임위원은 “관공서 납품용 베르나 하이브리드에 비해 여진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는데, 실제로 여진은 느껴지지만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다. 별도의 버튼을 통해 ‘오토스톱’ 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연비 절감을 위해 무단 변속기를 사용한 만큼 기존 아반떼처럼 쌩쌩 튀어나가는 재미는 없어졌다. 전동 모터가 작동하는 동안 엔진 출력이 다소 낮게 유지돼 소음이 줄어들었다. 세제 혜택 적용 후 가격은 2054만~2410만 원이다. “휘발유 1리터 가격(1654원 기준)로 갈 수 있는 거리는 39km로, 최고급 사양의 경우 기존 아반떼보다 400만 원가량 비싸지만 연간 2만km 주행을 기준으로 연료비가 135만 원이 절약되기 때문에 3년 이상 주행하면 차 가격이 빠진다”고 현대자동차는 얘기하고 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