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체제’ 중국 경제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제가 다시 오르막길에 진입했다. 올 2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7.9%를 기록하면서 7분기 연속 둔화세에 종지부를 찍은 것. 전문가들의 예상치(7.5% 안팎)는 물론 지난 1분기의 6.1%를 크게 웃돌며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말 내놓은 4조 위안(약 720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8%를 사수한다’는 중국 정부의 바오바(保八) 목표 달성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줄을 잇는다.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의 경기 회복을 ‘잘 균형 잡힌 단막극(A fine balancing act)’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경기 부양 자금이 부동산과 증시까지 흘러들어가면서 자산시장 거품이 커지고, 철강 시멘트 등 일부 인프라 수혜 업종의 과잉공급이 심각한 수위에 이르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어떤 위기와 기회가 될까.◇=중국의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1%를 기록했다. 성장의 핵심은 투자였다. 3개 성장 동력의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투자가 6.2%포인트로 가장 높고, 소비는 3.8%포인트인 반면 수출은 마이너스 2.9%포인트로 나타났다.도로 철도와 같은 인프라 확충 등 비유동자산 투자는 6월에 전년 동기보다 35.3% 증가해 연초(26.1%)에 비해 증가율이 10%포인트 늘어났다. 맥쿼리증권의 짐 레논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많은 철강 업체들이 풀가동을 하고 있다”며 “중국은 유일하게 철강 시장이 성장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소매 판매 증가율은 15.0%로 연초(15.2%)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경기 회복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반기 자동차 판매가 18% 증가하며 소비 증가세를 이끌었다. 배기량 1.6리터 미만 자동차를 구매할 때 구매세를 절반 깎아주기 시작한데 이어 신차로 교체할 때 보조해 주는 정책까지 편 덕에 올 상반기 609만 대가 팔려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으로 등극했다. 수출은 여전히 바닥권이다. 6월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 21.4%로 전월보다 5.0%포인트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20%대에 머무르고 있다.하지만 중국 경제가 불균형적인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도 고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국내외 금융사들이 2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직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한 게 이를 말해준다. JP모건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7.8%에서 8.4%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6월 말 7.2%에서 7.8%로 올린 지 보름이 겨우 지난 시점에 또 올린 것이다. 모건스탠리 UBS HSBC도 모두 8.1∼9% 수준으로 끌어올렸다.이들은 내년에는 더욱 높은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W자형 경기 회복보다 V자형 회복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JP모건은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을 8.5%에서 9.0%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의 장용쥔 연구원은 “4분기엔 수출도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중국 경제성장세가 몇 개월 흔들릴 수는 있겠지만 추세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하지만 중국 경기 회복이 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빠른 급반등이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2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리샤오차오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이 “경기 회복의 기조가 아직 불안정하다”고 진단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지속하기 힘든 ‘과도한 유동성 공급’에 기반한 반등이라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통화팽창을 이끈 국가주도 은행 시스템이 중국 경제를 급반등시켰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은행들로 하여금 상반기에만 7조3600억 위안의 신규 대출을 풀게 했다. 올해 목표치 5조 위안 이상을 이미 웃돈 것이다. 6월 총통화(M₂) 증가율은 28.5%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초에 잡은 M₂ 증가율 목표치 17%를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통화 공급 속도는 미국의 3배 수준이라고 전했다.하지만 자산시장 거품과 부실채권 우려가 커지면서 이 같은 과도한 통화팽창은 지속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중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재경위원회 부주임은 “한 국가의 기업 평균 이익이 20% 줄었는데 증시가 70% 이상 오르는 것은 전례가 없는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하이 증시는 올 들어 75% 이상 급등했다.류밍캉 중국 은행감독위원회(은감위) 주석(장관 급)도 2분기 성장률 발표 후 “은행의 신규 대출이 급증하면서 일부가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가 거품을 일으키고 있고, 일부 금융사의 자본 부족 사태가 야기될 수 있으며 대출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고 있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 주석은 이에 따라 은행들이 올해 말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을 150%에 맞출 것을 촉구했다. 중국 은행들은 의무적 충당금 적립 비율을 적용받지는 않았지만 대개 130% 안팎의 비율을 유지해 왔다.중국 정부가 맹목적 투자에 강한 경고를 날린 것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7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철강 시멘트 조선 등에서 불법적이며 맹목적인 설비 확장과 이에 따른 이익 감소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고 지적했다.중국 정부는 경기가 바닥을 친 만큼 하반기 경제 운용을 응급 처방식 투자 확대보다 지속 성장이 가능한 소비 확대에 초점을 두는 한편 미세한 통화정책과 맹목적인 투자를 억제하는 정책을 병행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돋보기 대중국 수출 전망한국의 최대 수출국 중국의 경기 회복은 한국에 호재로 통한다. 한국의 대중 수출 1위 품목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부품의 대중 수출은 작년 12월 전년 동기보다 44% 급감했지만 지난 2월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의 가전제품에 대한 보조금 정책이 시행되면서 2월과 3월 수출 증가율이 각각 43%, 49%를 기록한 것.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철강관 제품 등 인프라 투자 관련 대중 수출은 5100만 달러로 규모는 작지만 증가율이 무려 1175%를 기록했다”며 “올 들어 중국의 수출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지만 중국의 내수 부양책에 따른 수요 확대에다 원화 가치 하락도 가세해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 폭이 소폭 둔화됐다”고 진단했다.하지만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중국의 경기 회복이 한국의 호재로 직결되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중 무역 흑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품소재에 대해 한국의 중국산 수입이 크게 늘면서 현재의 대중 흑자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치훈 연구위원)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부품 수입은 416억 달러로 일본(347억 달러)을 처음으로 제쳤다. 중국은 경기 부양책의 하나로 10대 산업 육성책을 내놓을 만큼 기술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부분이 자동차 조선 전자정보 등 한국의 주력 산업과 중복된다. 특히 정부 조달 시장에서는 중국산을 요구하는 바이차이나 정책까지 펴기 시작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기 회복에서 기회를 찾는 외국기업들이 적지 않다.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GE) IBM 등은 환경보호와 신에너지 산업 육성이라는 경기 부양의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6800억 위안(122조4000억 원)을 쏟아 붓기로 한 중국은 한국에도 큰 시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세계 최대 인터넷 사용 인구와 휴대전화 사용 인구를 자랑한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소비도 덩달아 급증하면서 이를 통한 소비 시장 공략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오광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