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국회 통과

미디어법이 한나라당의 강행으로 논란의 불씨를 남긴 채 7월 22일 통과됐다. 이날 통과된 미디어법은 방송법·신문법·IPTV법 등으로, 대기업과 신문의 지분 참여 한도를 지상파 방송은 10%, 종합 편성 채널 30%, 보도 전문 채널 30%로 정하도록 한 것이 주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논란이 됐던 신문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겸영을 2012년까지 유예하되 지분 참여는 허용하도록 했다. 야당과 일부 시민 단체들의 여론 독과점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다만 지역 방송의 경우는 신문과 대기업의 진입이 이미 이뤄지고 있어 예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방송에 대한 1인 지분의 한도는 현행 30%에서 40%로 높였다. 신문 대기업의 지상파 및 보도 전문 채널 지분 소유 상한도 원안의 20%, 49%에서 각각 낮췄다.미디어 관련 3개법 개정으로 방송 시장의 족쇄가 풀린 대기업들 간에 종합 편성 보도 전문 채널 확보를 위한 각축전이 시작됐다. 경제 엔터테인먼트 등 시청률이 낮은 정보 방송 채널에만 국한됐던 대기업들이 사업성이 훨씬 큰 종합 편성 채널이나 보도 전문 채널을 소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방송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경우 과점 상태가 장기화돼 온 미디어 시장 판도의 급변이 예상된다.종편 채널 진출을 저울질 중인 대기업은 총자산 규모가 10조 원이 넘지 않는 CJ 롯데 현대백화점 태광그룹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기업은 케이블 TV MSO(종합유선사업회사)와 홈쇼핑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TV 방송 사업의 역량을 축적해 왔다.종편 채널은 보도 오락 교양 등 모든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 채널과 다르지 않다. 다만 지상파는 중계기를 통해 각 가정에 직접 전파를 쏠 수 있지만 종편은 케이블 TV, 위성방송, 인터넷 TV 등 유료 방송 채널로 서비스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전국 가구의 90%가량이 유료 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자 확보 싸움에서 종편이 지상파에 결코 불리할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업계에서는 태광과 CJ그룹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들은 케이블 TV 1,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와 CJ헬로비전을 계열사로 갖고 있고 엔터테인먼트 등 다수의 케이블 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 종편 채널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작년 말부터 방송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그룹도 종편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인터넷 TV, 이동멀티미디어 방송 등의 사업에 진출한 KT와 SK그룹 등도 예상 후보군에 들어있다. 신문사들도 종편이나 보도 채널 진출을 준비해 왔다.종편 사업은 투자 자금이 워낙 많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대기업과 언론사, 외국 자본 등이 다양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업 안정화까지 투자해야 할 자본 규모가 워낙 크다는 점에서 단독 진출보다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 편성 사업자의 자본금 최저한도를 2000억 원 안팎에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방송 장비 구축에만 2000억 원, 지상파 수준의 콘텐츠 제작에 연간 3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방통위는 오는 9월 중 종편 채널 및 보도 전문 채널 승인 계획을 마련, 연내에 신규 PP(채널사용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각각 1~2개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종편 채널 서비스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통상 신규 방송국을 개국하는 데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방통위는 지난 6월 확정한 방송통신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통해 유료 방송 시장에 경쟁력을 갖춘 종편 PP를 도입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방통위는 이를 통해 지상파 방송과 신규 종합 편성 PP와 경쟁 환경을 조성, 전체 방송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양질의 콘텐츠 제공을 통해 시청자의 선택권을 높인다는 복안이다.방통위는 이에 따라 7월 말까지 종편·보도 PP 도입 정책 방안을 마련한 뒤 오는 8월 전문가 토론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9월 중 승인 정책 방안을 확정하고 승인 계획을 공고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사업 계획 평가에 따른 비교 심사 방식으로 종편 보도 PP 사업자 후보를 심사해 연내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