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경쟁력을 말한다-라비 쿠마르 KAIST 경영대학장

‘국제화는 뚜렷한 목적성 가져야’
서울 홍릉에 있는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은 지난 7월 1일 라비 쿠마르(Ravi Kumar) 교수를 학장으로 영입했다. 쿠마르 교수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niv. of Southern California)의 마셜 경영대학의 전 부학장으로 국제화 프로젝트를 혁신적으로 이뤄내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쿠마르 교수의 공헌에 힘입어 소규모 대학으로 인식되던 마셜스쿨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성을 드높이며 명문 경영대학으로 성장했다. KAIST 경영대학은 전략적으로 영입한 쿠마르 학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쿠마르 교수는 KAIST 경영대학을 국내 최고뿐만 아니라 글로벌 최고 경영대학의 반열에 올릴 사명을 갖고 한국 땅을 밟았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한국식 경영에 대한 연구와 함께 한국어를 배워 한국 사회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어떤 계기로 KAIST 경영대학의 학장을 맡게 되었습니까.

KAIST 경영대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5년 전부터입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마셜스쿨에 있을 때 최고경영자 과정(executive MBA)에 KAIST의 학생들이 많이 왔습니다.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었습니다.

교수진을 비롯해 KAIST 학생들이 기업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시 제 책임이었습니다. 그리고 3년 전 제가 마셜스쿨의 부학장직에 있을 때 KAIST로부터 강의를 요청받았고 지난해부터 KAIST에서 MBA과정 학생들을 가르쳐 왔습니다.

KAIST의 우수한 학생, 교수진, 교직원을 접할 때마다 항상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KAIST 경영대학의 학장직을 제의받고 응하게 됐습니다. 저로서는 매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몸담고 있던 마셜스쿨과 KAIST 경영대학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국제적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셜스쿨에는 약 25개국에서 온 유학생이 MBA 학생 수의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 지역에서 온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수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직원도 출신 국가가 태국 멕시코 등 다양했습니다.

그리고 교수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인도 출신이고 가깝게 지냈던 교수들은 중국과 일본에서 왔습니다. 이러한 점이 KAIST 경영대학과 가장 큰 차이점 같습니다.

한국의 경영대학들도 최근 국제화를 추진하며 여러 가지 혁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의 교육 및 연구에서도 국제화가 필수적입니다. 국제적 다양성이 갖춰지면 연구는 보다 진보적으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학생들에게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경영에 있어 어떤 작용을 하는지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의 경영대학들이 국제화를 진행하는 데 있어 시스템적으로 질적 접근을 해야 합니다. 국제화가 이해당사자, 즉 학생·교수진·동문들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가 구상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큰 그림을 그리고 전략을 세우며 얼마나 가치를 발전시킬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국제화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양적 성장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마셜스쿨은 이러한 목적성이 매우 뚜렷했습니다.

국제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기업이 상호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국제화를 통해 학교와 기업 모두 서로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국제화는 뚜렷한 목적성 가져야’
학장께서는 마셜스쿨의 국제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95년 마셜스쿨의 교수진 사이에서 국제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우리 학교의 국제화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는데 모두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제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강의하고 있는 것들은 실제 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학생들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 있는 기업을 연구하는 경우 공산 정부지만 자본주의를 실시하고 있는 중국 정부하에서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그쪽 사정에 밝은 학생과 함께 연구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제안을 본부 측이 수용했고 국제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1996년 MBA과정에 5개국에서 온 학생들을 포함시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미국에서도 최초였기 때문에 뉴욕타임스 등 언론도 큰 관심을 가졌고 성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PRIME(Pacific Rim Education)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교수와 학생들이 글로벌 기업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고 기업에 직접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수는 기업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다시 강단에서 이러한 살아있는 경험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연구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연구 대상이었던 기업을 잘 이해하고 있으므로 졸업 후 그 기업에 취직해 활약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단계로 마셜스쿨은 단지 프로젝트에 외국 학생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우리 학생과 프로젝트 자체를 외국으로 보냈습니다. 마셜대학은 2004년 상하이 자이퉁대학과 공동으로 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했고 이 또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 학생을 비롯해 홍콩 태국 중국에서 온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 이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국제화 사업을 KAIST에서도 적용할 계획입니까.

물론입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앞으로 KAIST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이미 KAIST는 국제화가 상당히 진전돼 있습니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세계 여러 곳에 연구를 위해 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 대학과 공동 연구를 여럿 진행하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경영대학협회를 설립해 많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국제 표준에 맞춰 KAIST가 더 많은 국제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가 도울 것입니다. KAIST가 미국의 톱 경영대학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제 경험을 나눌 것입니다.

타 경영대학과 비교할 때 KAIST의 경쟁력과 잠재성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그와 관련해 두 가지 질문을 갖게 됩니다. ‘왜 글로벌 기업들은 KAIST 출신들을 고용하는가’와 ‘경영자들은 왜 KAIST에 오게 되는가’입니다. 대답은 명확합니다. 학생·기업·교수가 KAIST에 왔을 때 프리미엄 효과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카이스트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더욱 세계적으로 드높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KAIST는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최초의 MBA 프로그램을 개설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최고 경영대학의 자질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교수진의 수준은 정상급이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연계도 매우 강한 것이 강점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가 중요한데, 창의적이고 지속성을 갖는 교수진과 프로그램을 만들 것입니다. 시장이 원하는 MBA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구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경영대들의 주요 이슈나 경향은 어떻습니까.

기존에 기업은 그냥 돈을 버는 것이 전부였지만, 오늘날의 기업은 국제적·사회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무엇을 공헌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업도 생태 환경, 지구온난화 등의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직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책임을 이해하고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를 경영대는 안고 있습니다. 젊은 MBA 학생들에게 세계 누구와도 의사소통할 수 있고 사람과 시장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라비 쿠마르 학장은…

1952년생. 74년 인도공대(IIT) 기계공학과 졸업. 76년 미국 텍사스대(알링턴) 오퍼레이션리서치, 통계학 석사. 81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과학 및 산업공학 박사. 81년 미국 일리노이대(어바나-샴페인) 조교수. 2003년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 부학장. 2008년 인하대 방문교수. 2009년 KAIST 경영대학장(현).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