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LCD 공격 투자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내년 이후로 예상됐던 생산 라인 증설 시점을 올해로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P8 공장 옆에 3조2700억 원을 들여 8세대 LCD 생산 라인을 증설하기로 확정했다.삼성전자도 올해 사업 계획을 짜면서 2010년 이후로 미뤄 놓았던 충남 탕정의 8세대 생산 라인 증설 프로젝트를 연내에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 두 기업의 하반기 LCD 신규 투자 규모는 총 6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이처럼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는 것은 LCD TV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LCD TV는 2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다. 대형 화면 제품일수록 값은 더 비싸진다. 그런데도 제품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대다수 전자제품 판매가 죽을 쑤고 있는데도 유독 LCD TV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HD(고화질) 방송 확대다.세계 최대 TV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 지역에선 지난 6월부터 HD 방송을 시작했다. 기존 브라운관 TV로 이를 즐길 수 없는 소비자들은 별도의 셋톱박스를 구입하거나 신제품 TV를 사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였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TV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가전하향’ 정책을 펴며 세계 TV 시장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현재 LCD TV의 주력 사이즈는 30인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점차 대형 화면 TV를 선호하면서 40인치대 시장은 2012년께 112억8000만 달러 규모로 불어나 TV 시장의 중심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스가 하반기 증설하기로 한 것도 이들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8세대 설비다.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40인치대 LCD TV 시장이 올해 2600만 대 수준이지만 2013년께엔 4900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앞 다퉈 올 하반기 신규 투자를 결정한 것은 이처럼 빠르게 커가는 시장을 상대방에게 내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2010년엔 남아공 월드컵과 밴쿠버 동계올림픽 등에 따른 특수로 40인치와 50인치 LCD TV용 패널 수요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추가 투자에 나서면서 한국과 일본, 대만의 선두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일본의 선두주자인 샤프는 2006년부터 8세대 LCD 생산 라인 가동을 시작했으며 오는 10월께 10세대 생산 라인을 돌려 40인치와 50인치대 LCD 생산량을 늘려갈 계획이다.대만 업체들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업계 4위인 AUO는 지난 2분기부터 유리기판 기준 월간 약 7000장 규모의 LCD 생산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30억 달러를 투자해 두 번째 8세대 생산 라인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1위 경쟁도 치열하다. 양사는 모두 자사가 LCD 패널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면적 기준으로는 LG디스플레이가 앞선다. 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업계 1위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생산 라인을 늘려 왔다. 삼성전자가 작년 8월 유리기판 투입 기준 월 13만 장 규모의 8세대 라인을 돌리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LG디스플레이가 반격에 나선 것은 올해 3월이다. 월 8만3000장의 생산 능력을 갖춘 8세대 라인을 가동하면서 승기를 되찾았다. 하반기 증설하는 설비가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는 내년부터 업계 선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