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MS vs 구글 IT 대전

세계 컴퓨터 소프트웨어 부문 최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터넷 검색 분야의 선두 주자인 구글의 ‘정보기술(IT) 대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구글이 최근 ‘크롬OS’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MS의 텃밭인 컴퓨터 운영체제(OS)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자 MS는 내년 상반기께 내놓을 ‘MS 오피스 2010’의 온라인용 버전(웹오피스)을 무료로 공급하기로 했다. 무료 웹오피스 ‘구글독스’에 이어 OS 분야까지 MS의 핵심 사업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구글에 ‘대응’하는 한편 구글이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인터넷 영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린 ‘반격’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현재 MS는 윈도 시리즈로 전 세계 컴퓨터 OS 시장의 97.1%(5월 기준)를 장악하고 있으며 구글은 세계 인터넷 검색엔진 부문의 78.5%(6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구글은 지난 8일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컴퓨터 OS ‘크롬OS’를 내년 하반기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이 MS의 앞마당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표현했다. 구글 측은 “크롬OS는 오픈소스(무료로 배포되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넷북 등 소형 PC를 겨냥한 빠르고 가볍고 단순한 서비스를 주 특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FT에 따르면 리눅스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크롬OS는 윈도에 비해 인터넷 접속이 빠르고 사용자 편의에 맞게 사용 환경을 조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구글은 올해 말 크롬OS의 코드를 공개하고 크롬OS를 탑재한 넷북을 내년 하반기께 시판할 예정이다.MS와 구글의 맞대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전까지는 IT 업계의 양대 산맥이면서도 주력 분야가 각각 OS와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달라 직접적인 경쟁은 없었다. 1998년 작은 벤처 회사로 출발해 ‘구글링(인터넷 검색하다)’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세계 검색엔진 시장을 단숨에 장악한 구글은 2006년 10월 MS 오피스를 겨냥한 무료 온라인 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하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MS는 이듬해인 2007년 새로운 검색엔진 ‘MSN라이브서치’를 선보이며 구글에 뺏긴 인터넷 검색 시장 탈환에 나섰다.같은 해 구글은 미개척 분야인 휴대전화용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를 내놓으며 MS에 선수를 쳤다. 구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9월엔 ‘크롬 웹브라우저’를 출시,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장악한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자 MS는 지난 6월 새로운 검색엔진 ‘빙’을 내놓는 등 구글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7월 초 조사에서 ‘빙’은 차별화된 이미지 검색 및 동영상 미리 보기 기능 등을 앞세워 미국 검색엔진 시장에서 점유율 12%를 차지했다.이번엔 구글이 크롬OS로 맞대응에 나섰다. 구글의 OS 시장 참여는 올 1분기 세계 노트북 시장의 20%를 차지한 넷북 등 소형 PC 시장을 선점하려는 사업 다각화 차원이란 분석도 나온다.구글은 지난해 ‘크롬 웹브라우저’와 휴대전화 전용 OS인 ‘안드로이드’를 선보이며 OS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가트너의 레이 발데스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크롬OS가 MS 윈도의 정면 상대는 되지 않지만 측면 공격 수단으로는 충분히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크롬OS가 개인용 PC OS로 시작하지만 결국 3∼5년 후엔 기업용 플랫폼으로 널리 채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에 따라 MS는 구글의 크롬OS의 대항마로 ‘가젤’이란 경량화된 웹브라우저 기반의 OS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또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담은 ‘오피스 2010’ 프로그램을 유료 제품 외에 무료 온라인 제품으로도 제작할 계획이다. 온라인용 제품은 PC에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오피스 프로그램은 지난해 MS 순익의 42%를 차지한 주력 사업이다.MS가 주 수익원인 오피스를 공짜로 제공하며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구글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IT 업계의 맏형인 MS와 신예 구글이 맞붙으면서 기술 발전과 가격 경쟁을 촉발, 세계 IT 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를 타개할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자칫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박성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