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까지 콘솔형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서 소니의 15% 수준에 불과하던 닌텐도는 ‘위(Wii)’라는 게임기를 선보이면서 2009년 초반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을 무려 40% 이상 앞서게 된다. ‘위’의 이런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게임 본연의 오락적 요소에 스포츠라는 기능을 결합했다는 것이다.이렇게 게임 본연의 오락적 요소에 교육 의료 훈련 등 다양한 기능을 접목한 게임을 기능성 게임(Serious Game)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닌텐도의 성공을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나 일렉트로닉아츠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게임의 ‘기능성으로의 진화’가 더욱 촉진되는 분위기다.기능성 게임은 교육·스포츠·의료·국방·공공 분야에서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우선 교육 분야에서는 게임을 통해 가상현실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지식을 습득하고 대인 관계와 사회생활까지 배우는 새로운 학습 방식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나 ‘시빌라이제이션’과 같이 도시 기획이나 경영학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이 인기다.스포츠 및 체력 관리를 위한 분야에서는 ‘엑서게임(ExerGame:Exercise+Game)’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개발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엑서바이크’라는 게임은 실제 페달을 밟는 속도와 게임의 자전거 속도를 연동해 게임을 하면서 실제와 같은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의료 분야에서도 기능성 게임 개발이 활발하다. 미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는 ‘기타 히어로’라는 게임을 장애인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수정했다. 이 게임은 사지 절단 환자가 기타를 연주하는 게임을 통해 근육을 지속적으로 훈련함으로써 근육 퇴화를 방지하게 된다고 한다.또 세계식량계획기구(WFP)는 구호 활동에 대한 모의 체험을 통해 기아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푸드 포스’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이 게임은 한국어를 비롯해 16개 언어로 번역됐고 300만 건 이상 다운로드 되는 등 아주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위 사례처럼 게임은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청소년에게 기아 문제나 환경문제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이제 게임은 오락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게임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의료·스포츠 등 타 산업과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기술의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닌텐도의 가속도 센서를 이용한 모션 컨트롤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3차원 동작 인식 카메라 등에서 보듯 게임이 각종 센서 기술이나 햅틱(Haptic: 촉각 구현) 기술 등 첨단 기술과 융합될 때 게임의 재미와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또한 게임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 효과가 입증된 교육용 게임 콘텐츠가 개발되면 연간 12조 원에 달하는 사교육비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도 있다.새로이 부상하는 기능성 게임은 정체 단계에 도달하고 있는 국내 게임 산업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게임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콘솔게임 시장은 이미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 경쟁 구도가 고착화된 상황이다. 그러나 기능성 게임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산업 초기 단계다. 따라서 한국의 강점을 결합한 기능성 게임을 개발할 경우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세계 실내 골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크린 골프’가 좋은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능성 게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교육·국방·공공 부문에서 수요를 만들어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약력: 1971년 생. 94년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졸업. 96년 동대학교 대학원 석사. 96년 현대자동차 입사. 2007년 미시간대 산업공학 박사.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