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개미 4인의 ‘하반기 주식시장 대전망’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하지만 트렌드를 읽는 통찰과 그 통찰을 통해 뛰어난 실적을 올린 경험이 있는 고수라면 적어도 현재의 변수들에 의해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추측’해 보는 게 가능하다. 슈퍼 개미로 평가받는 고수 4인의 올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을 들어봤다.이승조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를 낮게는 1300~1500대, 높게는 1800선까지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7~8월까지 변동성 장세가 있은 후 3분기부터 내년 상반기에 좋은 시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정책적 모멘텀’ 때문이다. 내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긍정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이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급 실적에도 주목했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 실적 발표가 있기 전만 하더라도 1300~1500대 박스권 장세가 길게는 1년까지 갈 것으로 봤다”며 “삼성 모멘텀이 시장의 저점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물론 그의 낙관론에는 조건이 있다. 환율이 1300대를 돌파하면 안 되며 유가가 100달러 이상을 넘어서도 안 된다는 조건이다. 특히 고유가는 자금이 상품시장으로 가는 증거임은 물론 국내 기업 이익에도 치명타를 입히기 때문이다.이 센터장은 하반기는 전형적인 ‘니프티피프티(Nifty Fifty)’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니프티피프티란 1960년대 말 미국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했던 50개 종목을 일컫는다. 기관투자가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종목들이 시장 수익률을 웃돌자 만들어진 개념으로 펀드의 영향력이 커진 국내서도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 센터장은 강조했다.박진섭 하이투자증권 부장은 1650선 내외를 전망했다. 그는 “지루한 박스권을 벗어나려면 ‘미국의 소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미국 실업률 증가는 3분기에 정점을 이루고 가을부터는 고용률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또 11월부터 연말까지는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시기이므로 미국의 소비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기업 이익 개선 속도가 이머징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과 함께 하반기에는 지수의 레벨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김정환 밸류25 사장은 가장 강한 ‘긍정론’을 펼쳤다. 김 사장은 “경제 상황이 더블딥이든, L자형 침체든, U자형 반등이든 일단 ‘바닥’을 형성했다는 게 대세”라면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1500선 회복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에 따라 2000선의 회복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고 전망했다.반면 윤정두 JD인베스트먼트 사장은 단기적으로 1200선까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3월 대비 큰 폭의 지수 상승은 지수 급락에 따른 일시적인 되돌림일 뿐 ‘상승 추세로의 전환’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1100~1200선까지 재차 조정된 후 연속된 하락 추세가 일어날지, 상승 추세로의 전환점이 될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렇다면 하반기에 가장 눈에 띄는 업종은 무엇일까. 이승조 센터장은 철강·에너지 업종 등을 꼽았다. 글로벌 경기 상승의 가장 큰 수혜를 얻을 수 있는 업종들이기 때문이다.또 통신 미디어 관련 업종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방송 통신 융합 시대’라는 큰 트렌드 때문이다. 특히 그는 “방송법 개정으로 인해 대기업들이 ‘한판’ 붙을 것”이라면서 “3년 정도 멀리 내다보고 SBS 디지틀조선 한국경제TV 등 미디어 업체들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며 “사실 지금 좋아 보이는 정보기술(IT) 투자는 ‘뒷북’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박진섭 부장의 생각은 이승조 센터장과 약간 달랐다. 그는 하반기 관심 업종으로 먼저 IT를 꼽았다. 박 부장은 “미국과 중국의 소비 증가가 앞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재고 조정이 이뤄지고 있고 연말 소비 특수 효과가 있는 IT 업종이 유망하다”고 전망했다.박 부장은 또 자동차와 화학 업종도 “굿”을 외쳤다. 그는 “자동차 업종은 2분기 이후에도 영업이익 증가율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파산 등으로 인해 구조조정 수혜가 기대된다”며 “또 미국은 물론 한국도 2015년까지 자동차 연비를 17km까지 맞춰야 하는 상황이 왔으므로 자동차 경량화 등과 관련된 화학 업종도 좋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정환 사장은 3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반도체, 정밀기기, 화학, 자동차를 꼽았다. 김 사장은 특히 ‘환경’ 관련 이슈를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들에 비해 시장을 비교적 좋지 않게 보는 윤정두 사장은 ‘경기 방어주’와 ‘정부 정책 수혜 업종’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제약 통신 헬스케어 같은 경기 둔감 업종은 ‘수익률’을 지키는 차원에서 추천하며 정부 정책 수혜 업종은 아무래도 경기가 위축되면 기업 자체 투자가 제한적이므로 정부가 주도하는 신사업들 중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업종을 선별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 때문에 윤정두 사장은 추천할만한 종목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판매량이 줄었지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추천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주가 수준은 저점에 비해 다소 높은 구간에 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미국 시장의 매출 감소를 중국 및 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만회할 것으로 예상하며 환율 상승 수혜, 정부의 하이브리드카 육성 정책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낙관론자인 김정환 사장은 자산 가치주 유니온, 증권주 대우증권 우선주, IT주 컴투스 등 세 종목을 쏙 골라냈다. 그는 “유니온이 보유한 상장 업체 OCI의 지분 4.5%를 현재 시가(약 2000억 원)로 계산해도 유니온 시가총액의 두 배 이상”이라며 “증권업계 1위로 배당이 10%에 가까운 대우증권은 대세 상승장에서 필수로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1위를 차지하는 컴투스 역시 추천했다.대형주 투자에 특히 일가견이 있는 박 부장은 LG디스플레이와 LG하우시스를 추천했다. LG디스플레이는 늘어나는 중국의 소비에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LG하우시스는 LG화학 산업재 부분이 분사해 설립한 국내 최대 건축자재 업체다. 박 부장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시점서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승이 기대되고 특히 자동차 부품 경량 소재 사업 등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강조했다.그렇다면 올 하반기 주식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승조 센터장은 “‘인수·합병(M&A) 싸움’이 붙을 수 있는 종목을 찾으라”라고 강조했다. 바로 현대그룹 관련주들이다. 그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현대상선, 현대증권의 출자 구조를 잘 파악하면 큰 트렌드를 볼 수 있다”며 “현대차, 현대중공업, KCC 등이 현대그룹의 지분에 변화를 꾀하려 할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M&A는 부채를 통해서라기보다 기업의 가치를 높인 뒤 이를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는 형태가 주를 이룰 것”이라며 “현대증권이 최근 자산운용사를 설립한 것도 기업의 가치를 더욱 높여 경영권 안정화를 꾀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그는 또 SK그룹 중 SK브로드밴드와 SK네트웍스를 주목했다. 즉, 방통 융합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는 SK의 미디어 사업 진출에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지금까지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이 초반에 그랬던 것처럼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시장에 자리 잡는 것에 주력했다”며 “올 하반기나 내년쯤부터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 센터장은 또 신한지주, 기업은행, 외환은행 등과 각 지방은행을 유심히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들이 빠르게 이들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머니게임’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 센터장은 롯데그룹 관련주들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즉, 그는 그동안 숨죽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주식 투자의 가장 큰 모멘텀은 바로 이들 대기업들에 있다고 강조했다.김정환 사장은 하반기 인플레이션 변수를 가장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며 이 경우 금리를 높일 것이므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진섭 부장 역시 인플레이션을 가장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국채 발행을 통한 통화 회수 등의 ‘출구 전략’이 일어날 수 있다”며 “소비가 증가돼 인플레이션에 따른 ‘출구 전략’ 논의를 잠재울 수 있다면 시장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윤정두 사장은 국내외 실업률과 수출 및 수입의 감소 폭, 그리고 미국 국채 발행의 성공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채 발행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욕구를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 때문에 미 증시가 크게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4인의 슈퍼 개미들은 주식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들이 입을 모은 이야기는 일견 근사해 보이는 분석이나 정보에 매달리기보다 ‘시장’을 자신만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우라고 조언했다.박진섭 부장은 “항상 시장에서 수급이 이뤄지는 중대형 우량주에서 자기만의 투자 방법을 통해 투자하는 게 성공 투자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환 사장은 “묻지마 투자는 안 된다”며 “관심을 자지고 있는 종목을 철저히 분석해 투자하라”고 조언했다.윤정두 사장은 “주식시장에서는 대성공보다는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며 “시장을 친구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승조 센터장은 “주식을 자주 사고 팔아가며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자는 3%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97%는 긴 안목을 가지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에 얽매이기보다 앞으로 1년 후에 일어날 일을 스스로 예측해 보며 트렌드를 읽으려고 노력한다면 분명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돋보기 4인의 슈퍼 개미는 누구‘무극선생’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승조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은 단 한 번의 투자로 50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50억 원을 쓸어 담은 원조 ‘슈퍼 개미’다. 하지만 이후 한 번의 큰 실패 뒤 2000년대 초 증권 정보 사이트에서 ‘무극선생’이라는 필명을 통해 부활하며 세상에 다시금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슈퍼 개미들이 모여 만든 ‘새빛인베스트먼트’에서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중이다.박진섭 하이투자증권 부장은 대형주 매매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2001년부터 전업 투자가로 활동한 그는 각종 증권 투자 대회에서 개미들이 좋아하는 중소형주보다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이 높은 대형주들에 주로 투자해 안정성과 고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호평을 얻었다. 2006년 투자 자문사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현재는 증권사의 ‘증권맨’으로 살고 있다.윤정두 JD인베스트먼트 사장은 국내 증권사 실전 투자 대회에서 6차례나 우승한 주식 매매의 베테랑이다. 2007년 7월 대우증권이 개최한 실전 투자 대회에서 레버리지가 큰 ELW(Equity Linked Warrant:주식워런트증권) 상품을 활용해 불과 2개월 동안 7681%라는 믿기 힘든 수익률을 올리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수익률은 공식적인 실전 매매 대회를 통틀어 최고 기록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딴 JD인베스트먼트라는 ELW 투자 정보 업체를 설립·운영 중이다.김정환 밸류25 대표는 ‘가치주 투자’의 대가다. 특히 그는 2008년 1월 삼천리자전거 주식을 주당 3520원에 매입해 6개월 후 6000원에 매도, 11억 원의 매각 차익을 얻으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가치주 투자를 주로 하는 워런 버핏을 모델로 삼고 있는 그는 현재 100억 원대 이상의 투자 금액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