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악몽’ 중국 펀드의 미래

2009년 상반기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62.5% 상승한 2959.36으로 마감했다. 이는 전 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며 7월에도 3000을 넘어 순항 중이다. 이로 인해 중국 펀드의 수익률도 크게 개선됐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7월 7일 기준으로 중국 펀드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33.2%를 기록 중이다. 물론 증시의 상승률보다 펀드의 수익률이 낮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투자자들의 속을 타게 했던 것에 비교한다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상반기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빠르게 호전된 이유는 작년 말 4조 위안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관련이 있다.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반등한 가운데 제조업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6월 53.2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50을 웃돌았다. 이 지수가 50 이상이면 제조업의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고 50 이하이면 제조업이 수축 국면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같은 비실물지표의 반등으로만 중국 펀드의 수익률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지표는 말 그대로 비실물지표, 즉 심리지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물지표의 반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금세 상승 폭을 반납하게 마련이다.그러나 상반기 중국 경기지표는 실물지표 역시 개선됐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선의 주된 요인은 무엇보다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됐다. 지난 5월 협의통화(M₁)와 총통화(M₂)의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8.7%와 25.7%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는 중국이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금리를 5% 초반까지 낮추면서 신규 대출 규모를 늘렸다.이러한 신규 대출 증가는 비유동자산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중국의 부동산 경기는 잇달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부동산 가격의 회복은 부의 효과를 가져와 소비 증가에 도움을 준다. 중국의 5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5.2% 늘어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물론 가전하향 정책(가전제품 농촌 보급 정책)을 비롯한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결국 비실물지표에 이어 실물지표까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자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며 중국 증시가 큰 반등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따라 상반기 중국 펀드가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이렇듯 상반기 중국 펀드의 수익률 개선 중심에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있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중국 정부가 투자와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며 궁극적으로 수출 지향적 경제에서 내수 균형을 이루는 경제로 탈바꿈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2008년 12월부터 시행돼 온 가전하향 정책을 오는 2012년까지 지속할 방침이다. 또한 2008년 6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이구환신 정책이란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컴퓨터 등 5개 품목에 대해 교체 구매 시 정부가 10%의 보상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일반적으로 7년에서 10년 정도의 가전제품 사용 수명 기간을 고려해 봤을 때 2009년부터 도시에서 가전제품의 교체 소비 붐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이구환신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2009년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컴퓨터 등 5가지 전자제품의 교체 수요가 9000만 대라고 발표했다.그리고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과거 가전하향 정책 때와 다르게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우선 실시 지역은 상하이 베이징 톈진 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 이상인 동부 연안지역으로 중국 고소득층의 소비 특징을 감안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가전하향 정책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이 같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지속되면서 200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 같은 전망치는 점차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하반기 중국 펀드의 성장도 기대해 볼 만하다.그러나 하반기 중국 펀드의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은 비유통주 해제 물량이라고 볼 수 있다. 비유통주란 중국이 1990년 주식시장을 개장하면서 국영 기업 주식 가운데 매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던 일종의 보호예수 물량을 말한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의 66% 정도에 해당하며 2005년 5월부터 유통 가능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2006년 833억 주, 2007년 1283억 주, 2008년 1626억 주가 차례로 유통 주식으로 전환됐다. 이런 상황에서 7월과 10월에 있을 비유통주 해제 물량은 실로 엄청나다. 7월에는 1875억 주가 예정돼 있고 10월에는 7월의 2배 규모인 3131억 주로 비유통주 해제 물량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일단 7월 비유통주 해제 기업 중 최대 물량 출회 기업은 중국은행이다. 1713억 주가 해제되는데 중국은행 전체 발행 주식 수의 67.5%, 7월 전체 해제 물량의 91.4%다. 다행히 중국은행의 비유통주 해제 물량은 심리적 압력에 그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10월에 해제될 공상은행과 시노펙은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될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충격을 일단 인지하고 있어야 할 듯하다.또한 수출 경기가 쉽사리 회복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5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6.3% 급감한 887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주요국을 살펴보면 5월 중국 대유럽연합(EU) 수출액은 172억 달러로 전월 및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29.3%, 대미국 수출액은 167억 달러로 전월 및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21.3%, 대일본 수출액은 69억 달러로 전월 및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7%, 26.1% 감소했다.이를 종합해 보면 하반기 역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해외 이머징마켓 중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비유통주 해제 물량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수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적립식 투자를 추천한다. 한편 비유통주 물량은 중국 본토 증시에서 해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오른 홍콩H(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를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 또한 중국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이 21.3%에서 54.1%까지 무려 32.8%나 차이가 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 수익률 차이가 중국 본토 펀드와 홍콩H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 차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신용 위기가 회복되면서 섹터별로 수익률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운용사의 운용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따라서 각 운용사가 어떻게 운용 전략을 가져가는지, 리스크 관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운용 보고서나 투자 설명서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안정균·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