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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논리로 볼 때와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서로 다른 사안들이 적지 않다. 사회·국가적으로 갈등거리가 되는 사안일수록 특히 그런 경우가 많다. 현안 가운데 쌍용자동차 해법이 그런 예다. ‘세종시’로 이름 붙여진 행정중심복합도시 역시 그런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 느끼면서도 쉽게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운 사안이다.경제 논리로 보자면 사실상 해법은 간단할 수 있는데 정치 쟁점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개 사회 쟁점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순서가 정해져 있다. 문제로 불거지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는 것이 시작이다. 이어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나서면서 차분한 논리보다 실력 행사에 돌입하는 그룹이 있다. 이때 정당과 국회 등 정치권이 개입한다.이쯤 되면 은행과 같은 채권자라든가 정부 등 중재자가 설 자리가 없어지거나 슬며시 빠진다. 그러면서 교착상태가 장기화된다.앞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진행을 보면 이 문제 또한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확실히 앞선 것 같다. 더욱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앞뒤가 맞지 않는 자세다. 가령 ‘행복도시’를 발의하고 입법화를 추진해 온 것이 정부였는데, 지금 이 도시의 건설에 속마음으로 못마땅한 주체 또한 정부다. 물론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바뀌었으니 다른 정부라고 하겠지만, 이해관계가 크게 얽힌 충청권 주민들은 결코 그렇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같은)정부일 뿐’이라는 것이 그들의 논리이고, 그 전제하에 “정부가 국민들에게 약속했으니 한 번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정치권도 할 말이 없게 됐기는 마찬가지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은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빨리 입법화를 마무리 짓고 행정기관 중 옮길 곳을 정해 고시하라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입장이 아주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때 행정부가 주도한 행복도시를 법으로 만드는데 동의, 배서해 준 원죄에다 한나라당 역시 충청권 민심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다.최근 임시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세종특별자치시 설치법’을 합의 심의했다. 남은 것은 행안위 상임위와 본회의 처리다. 청와대 등 현재 여권의 속마음과 일치하지 않는 것 같은 일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정치권도, 청와대도, 그 누구도 “행복도시를 처음 추진했을 때와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22조5000억 원씩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행복도시 건설을 다시 검토해 보자”고 문제 제기하는 목소리도 없다. 반복돼 나오는 것은 언론의 우려뿐이다.행복도시는 2002년 대선 때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후보 쪽은 충청권의 표심을 샀고 선거에서도 이겼다.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 논리에 집착했던 노 정부는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궤도를 일부 수정해 추진했고 이명박 정부는 아니다 싶어 하면서도 끌려가는 형국이다.행정도시든, 행정수도든 한국에만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필자도 여러 곳을 직접 방문해 봤다. 카자흐스탄의 신행정도시 아스타나는 기존의 알마티가 국토의 한쪽에 치우쳐 있다고 중심부에 새로 건설 중인 도시였는데 활기가 있어 보였다.브라질리아는 원래 수도인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옮긴 경우다. 브라질이 의사결정 70년 만인 1960년께에 실행한 내륙 개발의 전초기지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미국의 워싱턴DC도 물론 새로 건설됐던 신행정수도였다. 말레이시아의 행정수도 푸트라자야도 새로 건설 중인데 특히 건물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모두 매력 있는 도시들이라고 할 만했다.역사적으로 보면 더 많은 도시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베이징도 중국 역사에서 오랫동안 중심지였던 시안에서 보면 변방이었지만 명·청 이후 새로운 중심지가 돼 지금까지 수도로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지금 문제는 국가적 사업으로 건설하는 이런 도시일수록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도시로 유지 발전시키고 문화가 담긴 도시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특유의 문화도 필요하다. 많은 국민들의 성원 없이는 되지 않는 일이다. 지금 행복도시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시각은 과연 어떤 것일까.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