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주류 스포츠로 뜬다

풋볼(football)이 아닌 사커(soccer)가 미국의 핵심 스포츠로 부상할 것인가.미국에서 ‘찬밥 신세’인 축구가 주류 프로스포츠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에 2-3 역전패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미국 축구계는 “미국 사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에서 축구는 프로농구 프로야구 미식축구 프로골프 나스카(NASCAR:미국 자동차 경주 대회) 아이스하키 등에 밀려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열렬한 축구팬들인 히스패닉계(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이민자) 인구가 급증하면서 축구의 인기가 梔湛岵막?높아지고 있는 추세다.이를 반영하듯 메이저 방송사들이 속속 축구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 TV인 ESPN은 내년 남아공 월드컵 기간에 처음으로 ‘월드컵 전문 뉴스’를 편성하기로 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ESPN은 ‘슈퍼볼(superbowl)’ 중계에 준하는 인력을 월드컵 중계에 투입한다. 3명의 앵커와 4명의 기자를 이미 배치했고 해설가, 전문 애널리스트 등을 추가로 배정할 계획이다. 대회 외적인 것도 소개하기 위해 컨페더레이션컵 대회에 미식축구 뒷얘기를 전담 취재하는 ‘먼데이 나이트 풋볼(Monday night football)’ 제작팀을 현지에 급파하기도 했다.ESPN은 2010년 2014년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 1억 달러를 투입했다. 여기에 2010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중계권까지 영국 스포츠 채널 세탄타(Setanta)로부터 사들이기까지 했다. 현재 EPL 중계권은 5700만 달러에 세탄타와 폭스 사커가 2013년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세탄타가 자금난에 허덕이며 중계권을 되팔았다. ESPN은 여기에 스페인 프로축구인 ‘라 리가(La Liga)’까지 중계하기로 하는 등 축구 중계를 핵심 사업으로 선정했다.그동안 미국에서 축구를 전문으로 중계해 왔던 히스패닉 전문 채널인 유니비전(Univision)은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중계권료로 3억2500만 달러를 썼다. 미국 방송사인 유니비전과 ESPN 두 방송사가 월드컵 2개 대회를 위해 지불한 중계권료 4억2500만 달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단일 국가와 맺은 중계권 계약으로 최고 기록이다.유니비전은 월드컵 광고 물량을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치던 지난해 가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65%를 팔아 치웠다. 비슷한 시기에 NBC가 내년 2월에 열리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광고 유치에 나섰지만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5200만 명의 히스패닉계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니비전에 광고하기 위해 코카콜라 맥도날드 버라이즌 버드와이저 등이 앞 다퉈 계약한 것이다.미국 기업들은 축구의 광고 효과에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인기 축구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 명칭 스폰서에 미국의 거대 보험중개인인 에이온(Aon)이 4년간 1억3000만 달러에 후원 계약하기도 했다. 올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FC바르셀로나 수입의 33%인 2760만 달러가 미국 기업들로부터 나온 돈이다.출범한 지 5년 된 메이저리그 축구는 현재 15개 팀이 동부와 서부리그로 나눠 경기를 펼치고 있으며 2011년에 몬트리올과 포틀랜드 두 곳이 추가될 전망이다. FC바르셀로나는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팀 창설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한때 마이애미에서 팀을 창단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다른 주를 물색 중이다.미국은 1994년에 이어 2022년에 다시 한 번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월드컵 유치 로비를 벌이고 있어 미국 축구가 어디까지 도약할지 주목된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