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뮤직 페스티벌 즐기기

‘킹 오브 팝(king of pop)’ 마이클 잭슨이 그 화려하고도 고통스러운 생을 마감했다. 1980년대 청소년기를 보냈던 세대는 그의 죽음을 통해 각자의 인생 또한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음을 실감할 것이다. 사망 전 이혼과 ‘네버랜드’ 자택의 화재, 소아성애증 소송 등 불편하고도 좋지 않은 이슈의 중심에 서 있긴 했었지만 마이클 잭슨은 분명 필자뿐만 아니라 386 모든 세대에게 팝 가수 이상으로 새로운 세상을 제시해 준 아티스트이자 문화 아이콘이다.뮤직 비디오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시기에 ‘스릴러(Thriller)’나 ‘비트 잇(Beat it)’ 등의 뮤직 비디오는 전 세계에 자유와 일탈에 관한 새로운 개념과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그의 음악과 비주얼은 비틀스처럼 시대를 뛰어넘으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마이클 잭슨만의 스펙터클하고 공상과학영화 같은 특유의 무대 퍼포먼스는 마치 그가 지구인이 아닌 우주인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또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그 음악들은 컴퓨터 소스를 이용하는 디지털 음악이 아닌 직접 연주하고 목소리로 일일이 녹음한 아날로그 음악이라는 점에서 아날로그 세대의 마지막 음악이며 디지털 음악이 어떻게 전개돼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멋지게 보여준 진보적 음악일 것이다.우리에게 그런 아티스트였던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에 한 가지 더 놀랐던 건 빅뱅과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지금의 10대, 20대의 젊은 세대들 또한 그의 죽음을 필자처럼 슬퍼하고 그의 음악을 추종한다는 사실이다. 젊은 친구들이 1970~80년대 가수 세대의 음악을 업데이트해 들으면서 필자 세대의 문화를 느끼고 공유하는 것을 보면서 30~40대들은 과연 지금 젊은이들의 음악과 문화를, 그리고 패션과 트렌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이해하려고 하는지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필자는 어린 친구들이 즐겨 듣는 음악이나 하위문화를 많이 접하고 이해해야 하는 홍보 마케팅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음악을 습관적으로 접하지만 필자의 친구들에게 “요즘 음악, 어디까지 들어 봤니?”라는 물음에 그들은 “아이돌 음악? 랩, 힙합, 시끄러운 음악?”이라고 딱 잘라 말하곤 대화하기를 꺼린다. 그렇다. 우리 세대는 이미 마음의 벽이 생겨버린 거다. 세대 간의 벽이라는 게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젊은 친구들의 음악이나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소통의 벽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결국 손해 보는 건 자기 자신이다.영 트렌드 음악에 접근해 보려고 노력해 보지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당최 감을 잡지 못하는 당신에게 올여름 뮤지션들의 향연, 뮤직 페스티벌 즐기는 법을 추천한다. 한눈에 가장 트렌디한 음악과 그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 그리고 그들과 하나 된 피플들을 한자리에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더 젊어지는 자신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사실 나이가 30대 이상이라고 하더라고 워낙 규모가 커져서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겠지만 4년 전부터 국내에선 7월 말에서 8월 초가 되면 인천에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열린다. 처음에는 필자도 업무상 페스티벌을 함께했지만 해마다 그 문화 행사 자체를 즐기고 기다리며 기억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 행사를 한 해 한 해 경험하면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 느낌이 좋아 올해는 그 정보를 꼭 공유하고 싶다.올해도 마찬가지로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인천 송도에서는 2009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리고 같은 기간에 지산 리조트에선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이 하나 더 개최될 예정이라니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라면 두 탕을 뛰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같은 날짜에 두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몇 가지 팁을 알고 움직인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즐겁게 페스티벌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첫째, 3일 동안 프라임 타임 무대를 채울 헤드라이너급 아티스트들을 꼭 확인해야 한다. 록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무대를 잘 선택한다면 외국 콘서트에 가지 않아도 평소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질 아티스트들을 바로 코앞에서 만날 수 있다.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은 록을 좋아하지 않아도 한번쯤 들어봤을 오아시스(7월 26일)나 미국의 대표적 록밴드인 위저(7월 24일)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준비돼 있고 펜타포트는 데프톤즈(7월 25일), 에스키모 조(7월 25일), 렌카(7월 26일) 등의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해외 아티스트 외에도 펜타포트는 국내 최정상 록 밴드인 넥스트(7월 25일)와 부활(7월 26일)도 만나 볼 수 있으니 30대 이상이라도 그다지 음악적으로 소외되는 느낌은 받지 않을 것이다.둘째, 옷차림은 가볍되 최대한 트렌디하게, 그러나 조금은 과장돼도 용서가 된다. 예매를 마치고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설 준비를 하면 입을 옷이 걱정될 것이다. 특히 록 페스티벌이 처음이라면 더욱 신경 쓰이게 마련이다. 록 페스티벌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인가 말이다. 그러한 행사의 드레스 코드(표준 옷차림)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시크(Chic)’다. 화려하고 불편한 옷차림보다 단색 컬러와 슬림한 차림의 옷차림이 좋다. 마치 하나도 꾸미지 않은 것 같지만 실은 무척 신경 쓰고 다니는 해외 스타들처럼 말이다. 단, 이날만큼은 호루라기나 멋진 망원경 등 소품을 활용해 자신을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상의는 아메리칸어페럴의 베이직 티셔츠(2만 원대)나 영국 모던록 밴드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프레드페리의 단색 피케 셔츠(10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16만8000원)면 무난할 것이다. 거기에 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채 조금은 슬림한 블랙진(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슬림)이나 약간 진한 네이비 인디고 데님으로 매치한다면 당신이 바로 록 스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챙겨야 할 아이템은 다름 아닌 고무장화, ‘레인 부츠’다. 장마철에 열리는 페스티벌이기 때문에 당일 비가 오지 않더라도 진흙탕인 곳이 많아 평소 아껴 두었던 신발을 준비했다간 큰 낭패를 볼 것이다.셋째, 적당한 음주로 페스티벌을 더욱 흥겹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페스티벌 기간에 여러 부스가 같이 운영되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은 역시 술을 판매하는 부스다. 평소 어린 친구들의 눈치가 보여 클럽을 가지 못했던 30대라면 이번 기회에 야외 클럽의 분위기를 물씬 즐겨보길 바란다.특히 이번 펜타포트에선 독일산 허브 리큐어 예거마이스터가 예거 존을 설치, 페스티벌의 밤을 책임진다고 하니 다 같이 모여 예거 밤(Jager Bomb)으로 페스티벌의 분위기에 흠뻑 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신 지나친 음주는 오히려 음악을 즐기는 순간을 놓치게 될 수도 있으며 그 다음날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헤매다 깨어날 수도 있으니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판단해 음주 가무를 즐겨야 할 것이다.넷째, 간단한 식음료와 상비약을 챙겨야 한다. 페스티벌 내부에는 음식 부스가 마련돼 있긴 하지만 좀 더 건강하고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같이 가는 인원들과 간단한 음식과 1.5리터 생수를 충분히 준비해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가 저물 무렵 DJ가 음악을 트는 부스 근처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돗자리를 펴고 각자 준비한 간단한 음식을 차린다면 그곳은 그 어느 라운지 바보다 멋진 장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간단한 소화제나 비타민 등 기본 상비약은 어디서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니 꼭 챙기길 바란다.이 정도 준비됐다면 마지막으로 뮤지션들의 음악과 에너지에 몸을 맡길 채비만 하면 된다. “음악 감상에는 두뇌가 필요 없다”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말처럼 한국에서 즐기기 어려운 뮤직 페스티벌에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당신의 젊은 열정을 다시 재발견해 보자.1994년 호주 매쿼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 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 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보그, 바자, 엘르, 지큐, 아레나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 버블 by 샴페인맨’ ‘행복한 마이너’가 있음.황의건·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