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출신 급부상

축구 해설은 축구 선수 출신이 잘할까, 오랜 경력의 전문 해설가가 잘할까. 적어도 아래 두 사람의 경우는 선수에서 해설가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경우에 해당한다.대신증권의 전재천 애널리스트(조선·기계)와 대우증권의 권재현 애널리스트(제약·바이오)는 업계에서 엔지니어·기술자로 오랫동안 일해 오다 리서치 업무로 전환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분야별 1위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전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에서 9년 동안 근무한 뒤 애널리스트로 변신한 케이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부터 9년 가까이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했다. 처음 4년은 거제도에서 선박 설계 및 전산 업무를 담당했다. 초대형 선박을 직접 만든 엔지니어였다. 나머지 5년 동안은 서울 사무소에서 선박 영업과 시장 분석을 담당했다. 4년간의 선박 영업 기간 동안 그는 중동의 두바이 카타르 쿠웨이트 이란과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유럽의 그리스, 영국, 그리고 미국을 수도 없이 오가야 했다.나머지 1년은 사내에서 시장 분석 업무를 맡았다. 그가 담당한 분야는 해양 플랜트를 제외한 상선(商船) 전체로 유조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LNG선 등이었다. 이 정도 경력이면 해당 업계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음은 물론이다.업계 출신이 애널리스트로 변신하는 과정은 마치 축구 선수가 축구 해설가가 되는 것과 같다. 자신이 몸으로 취득한 지식과 기술을 전문적인 언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마침 금융업 쪽에 관심을 갖고 있던 전 애널리스트가 대우증권에 입사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동기인 강정원 애널리스트(대우증권·디스플레이)의 소개 덕분이었다.전 애널리스트는 업계 출신의 강점에 대해 “산업 분석이라는 업무는 기존과 똑같다. 업계 출신이다 보니 현장감을 잘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현업에서 쌓은 인맥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직업을 바꾼다는 것이 쉬울 것만 같지는 않다. 이에 대해 전 애널리스트는 “생활 패턴이 바뀐 것이 초기엔 힘들었다. 업무가 많고 시간이 늘 부족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영업을 하면서 기본적인 회계 지식은 쌓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에 적응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밸류에이션(주식 가치 평가) 방법만 보충하면 됐다”고 전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로 전환하려는 업계 종사자라면 참고해 볼 말이다.대우증권 권재현 애널리스트는 생물공학 박사 출신으로 제약 업체 오스코텍에서 3년 넘게 신약 개발을 해 오다 2007년 말 애널리스트로 전환했다. 기존에 제약 분야를 담당하던 임진균 현 IBK투자증권 센터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영입된 케이스.최근 몇 년 동안 바이오 테마가 부상하면서 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부문은 용어도 생소하고 내용이 전문적이다 보니 업계 출신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권 애널리스트의 말대로 ‘실험용 생쥐를 잡고 있었던’ 업계 출신이 애널리스트로 적응하기에는 힘든 면이 많지 않았을까. 권 애널리스트는 “대우증권이 규모가 크고 사람이 많다 보니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었다. RA(Research Asistant:수습 애널리스트에 해당)들이 받는 사내용 CFA(Certified Financial Analysis:공인재무분석사)과정을 수강했고 또 RA들 중에 회계사가 굉장히 많은데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나 스스로도 노력을 많이 했다”고 당시를 돌아보았다.전문가들은 업계 출신 애널리스트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테크 산업(전문적 기술이 필요한 산업)’의 경우 용어와 시스템이 갈수록 복잡해져 가고 있어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산업 내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경우 업계 출신은 예상 가능한 결과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