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의 경제학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속속 확정되면서 월드컵 열기가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내년 6월 11일(한국 시간) 오후 11시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에서 개막해 1개월간 펼쳐질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한다. 단일 종목으로 세계 최대 이벤트를 이끄는 FIFA가 월드컵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얼마나 될까.최근 FIFA가 공개한 2008년 수입·지출 내역을 보면 지난해에만 총 9억57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벌었다. 내역을 보면 TV 중계권료로 5억6000만 달러(약 7000억 원), 공식 후원 기업들에 마케팅 권리(marketing rights)를 주는 대가로 2억5300만 달러(약 3200억 원), VIP 고객 전용 좌석 등의 판매로 얻은 4000만 달러(약 500억 원), 라이선스 비용 1500만 달러(약 190억 원) 등이다. 지출은 7억7300만 달러(약 9800억 원)로 공개됐다. 지출의 절반인 3억4500만 달러(약 4300억 원)는 남아공 월드컵 관련 비용으로 사용했고 개발 관련 비용으로 1억3300만 달러, 각종 비용으로 9800만 달러를 썼다. 즉, FIFA는 지난해에만 1억8400만 달러(약 2300억 원)의 순수익을 올렸다.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FIFA가 벌어들일 총수입은 36억 달러(약 4조5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독일 월드컵 때의 총수입 23억 달러보다 50%가량 증가한 액수로 사상 최다 매출액을 기록할 전망이다.최대 수입원은 TV 중계권료다. FIFA는 남아공 월드컵을 볼 시청 연인원만 263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FIFA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아공 월드컵의 TV 중계권료는 27억 달러(약 3조4000억 원)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의 TV 중계권료 20억 달러보다 30%가량 늘어났다. 독일 월드컵 중계권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보다 15.4% 인상됐다. 중계권료는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때 840억 원, 1994년 미국 대회 970억 원, 1998년 프랑스 대회 때 1200억 원에 불과했다.FIFA는 미국과 2014년까지 2개 대회를 묶어 중계권료로 4억2500만 달러(약 5380억 원)를 벌어들여 단일 국가와 계약으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또 유럽 전역에 남아공 월드컵을 중계하는 대가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방송사로부터 10억 유로(약 1조7600억 원)를 받기로 계약했다. 또 아프리카 41개국에 TV 중계권을 팔기 위해 아프리카방송연맹과 협상 중이다.TV 중계권료는 2개 대회를 묶어서 패키지로 판매한다. 올림픽도 TV 중계권은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한 패키지로 만들어 계약한다. FIFA는 최소 8년간 수조 원의 중계권료를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운영 재원을 마련하는 셈이다.공식 후원 기업 선정을 통해서는 6억6000만 달러(약 8360억 원)를 챙긴다. 아디다스 코카콜라 현대자동차 소니 에미레이트항공 맥도날드 비자카드 등 7개 기업과 2014년까지 계약했다. 앞으로 1개 기업이 더 추가돼 후원 기업이 8개가 된다고 한다. 계약 금액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2개 대회에 2000억∼3000억 원으로 대회당 1000억∼1500억 원 정도를 거둬들인다.입장권 수입은 2억5000만 달러(약 3160억 원) 정도가 예상된다. 개막전과 준결승전, 결승전 티켓은 거의 다 팔렸다. 잉글랜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아일랜드 네덜란드 경기 입장권은 매진됐다. 케이프타운과 넬스프로이트, 프리토리아 등 3곳의 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도 더 이상 표를 구할 수 없다. FIFA는 45만여 명이 월드컵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날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FIFA는 번 돈 가운데 상금과 대회 운영비용, 208개국 협회 지원금 등을 지급한다. 독일 월드컵에서 11억 유로를 썼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겠지만 최소 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