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이룬 데이비드·에리카 정 부부 성공비결

미국 내 고가·고기능성 화장품 시장에서 유럽 명품 브랜드들에 도전장을 던진 뒤 조용하지만 녹록하지 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브랜드 쓰리랩(3LAB). 이민 1.5세대 최고경영자(CEO)와 1세대 수석 부사장 부부의 ‘장인 정신’이 할리우드 스타들의 입소문을 타고 명품 백화점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 비결을 들었다. 1970년 도미. 메릴랜드 주립대(College Park)서 공학 전공. 3LAB을 포함, 화장품 OEM 제조 회사인 잉글우드 랩(Englewood Lab) 등 4개 회사를 이끌고 있는 CEO(현). 미국 일리노이 주 오거스타나대학(Augustana College) 졸업. 신라호텔 VIP 고객 관리 매니저를 거쳐 1996년까지 동국방직 뉴욕 지사 매니저 역임. 남편 사업에 본격 합류한 후 마케팅과 관리 스킬을 갖춘 수석 부사장으로 잉글우드 랩의 고속성장을 이끌고 있음.“3LAB은 노화 방지와 미백이 주 기능인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으로 원료에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비타민C 성분을 10% 정도 포함하면 된다고 할 때 3LAB은 20% 정도로 써요. 다른 명품 화장품에 비해서도 (판매가 대비)원가가 5~6배 정도 높지만 원료를 아낌없이 쓰면 제품의 효과는 그만큼 좋을 수밖에 없거든요.”미국의 대표적 명품 백화점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 노드 스톰, 바니스 뉴욕 등에 입점, 고기능성 화장품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3LAB의 CEO 데이비드 정(49)과 수석 부사장 에리카 정(52)은 3LAB의 성공 비결을 원료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꼽았다.3LAB은 한인 1.5세인 데이비드 정 씨가 2002년에 론칭한 고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 케이트 허드슨, 도나텔라 베르사체, 헬렌 미런, 제니퍼 로페즈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애용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유럽 명품 화장품들과 미국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품이다.1974년. 이민 1세였던 정 사장의 어머니는 뉴욕 32가에서 한인 최초로 백화점을 열었다. ‘CC백화점’이란 상호로 시작하면서 시가와 약을 판매하던 백화점은 뉴욕 한인타운의 태동이 됐고 이후 명품 화장품과 부티크 의류의 라이선스를 획득, 판매하면서 2006년까지 명맥을 유지했다.“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 메릴랜드 주립대를 졸업했어요. 전공은 공학인데 첫 직장이 화장품 유통 업체였죠. 어려서부터 어머니 비즈니스를 돕기도 했고 직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30대에 독립했어요. 직장에서 50개에 이르는 화장품 체인 스토어를 관리하면서 괜찮은 내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더라고요.”정 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최적의 연구실과 제조 공장을 찾는 일. 하지만 100% 만족할 수 있는 연구실과 공장을 찾지 못했던 그는 아예 공장을 설립할 각오를 다졌다. 2002년 가진 돈을 모두 털어 공장 구입과 시설에 투자, 3LAB을 설립했다. 3LAB 설립 후 그는 서둘러 약사와 피부과 전문의 등 3명을 연구진으로 고용했다. 제품명인 ‘3LAB’은 바로 그 세 사람을 뜻하는 ‘3’과 ‘연구실’을 뜻하는 ‘랩(LAB)’을 합쳐 만든 것. 현재 뉴저지 소재 2415㎡ 규모의 제조 공장에 직원 70여 명, 연구진 4명을 확보하고 있다.“처음 투자한 금액만 300만 달러 정도였어요. 부담은 됐지만 투자를 받지 않았습니다. 투자를 받으면 영업이익을 우선시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정작 원하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는 결론에서였죠. 데이비드 정의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거든요.”아내 에리카 정 씨는 남편의 사업에 뒤늦게 합류했다. 스물두 살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섬유 분야 전문가로 일하다 2006년에서야 3LAB으로 뛰어든 것. 현재는 3LAB의 계열사인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업체인 잉글우드 랩(Englewood LAB)의 성공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노화 방지와 미백 라인, 2가지 라인으로 생산되는 3LAB의 제품 가격은 40~400달러 선. 웬만한 명품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한 번 하지 않고 미국 내 유명 백화점에 독점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제품력이란 것이 두 사람의 설명이다.“초기엔 할리우드에서 열리는 아카데미상 식전 행사에 부스를 마련하고 셀러브리티들에게 샘플을 적극적으로 나눠줬어요. 지금은 케이트 허드슨, 헬렌 미런도 한 명의 고객일 뿐이지 제품을 무료로 공급하지 않아요. 신상품이 나오면 매니저와 함께 이틀에 걸쳐 50여 군데의 잡지사를 다니는데 에디터들에게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잡지사에 가보면 각 회사에서 보내온 샘플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는데 우리 제품은 오늘 바로 집에 가서 써 보면 안다고 설득하죠.(웃음)”에리카 정의 ‘발품 파는’ 홍보 덕분에 3LAB은 점차 잡지사 뷰티 에디터들이 추천하는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슈퍼 h 세럼’, ‘M 크림’ ‘WW 크림’ 등의 히트 아이템들은 ‘시카고 트리뷴’, ‘오드리’ ‘코스모폴리탄’ ‘W’ ‘하퍼스 바자’ ‘마리 클레어(영국판)’ 등 각종 매체에 히트 상품 또는 에디터 추천 상품으로 소개됐다. 마스크 시트는 6000만 명 이상의 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오프라 윈프리가 발행하는 잡지 ‘O, The Oprah Magazine’에 소개된 뒤 미국 내 매진에 이어 영국에서는 재고가 없어 대기 고객을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당시 우리도 당황스러웠죠.(웃음) 잡지 에디터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야말로 프리(free) 홍보랄 수 있어요. 이와 함께 입점 매장에 샘플을 많이 뿌립니다. 미국은 광고비가 매우 비싸요. 샤넬, 크리스찬 디올 같은 브랜드들은 수익의 40%에 달하는 금액을 광고비로 씁니다. 연간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데, 그래야 유지가 되기 때문이죠. 우리는 아직 그 정도로 큰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비싼 광고 대신 샘플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요. 그들이 쓰는 광고비의 30% 수준으로 샘플 제작에 투자하죠.”패션 및 뷰티 매거진과 신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와 샘플 마케팅 결과 3LAB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 지난해 매출은 소매가 기준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고소득 전문직 여성이 주 고객인 3LAB은 현재 미국 내 바니스 뉴욕 9개점, 놈 스톰 22개점, 삭스 피프스 애비뉴 온라인 쇼핑몰과 고급 스파 브랜드인 ‘블리스 스파’를 비롯해 영국 런던의 셀프리지스(Selfridges) 백화점, 독일 내 90여 개의 백화점과 화장품 유통 매장, 벨기에 네덜란드 홍콩에 진출해 있으며 내년 3월에는 러시아와 스페인 수출이 예약돼 있다. 3LAB의 선전과 함께 화장품 OEM 제조사인 잉글우드 랩은 현재 40여 개에 이른 세계 유수의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제조, 공급하고 있다.“오는 10월에는 목 크림을 출시할 예정이고 내년에 론칭할 5개 신상품에 대한 개발이 끝난 상태입니다. 화장품도 음식 사업과 같아서 원료의 등급도 천차만별인데 비타민C 원료도 kg당 100달러에서부터 1만 달러까지 등급이 있어요. 이익을 많이 내기보다 좋은 원료를 골라서 아낌없이 쓰는 것이 3LAB의 정신입니다. 좋은 제품은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봐 줄 것이고 미국에서 성공한 제품은 세계에서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어요.”이민 1세대와 1.5세 두 사람이 펼칠 ‘칠전팔기’ 아메리칸 드림 드라마가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 같다. 장헌주·객원기자 hannah3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