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V 어드바이저&동부증권 동부금융센터 공동기획

자본주의 사회에서 급여소득자가 부자로 살기는 정말 힘들다. 왜 그럴까.아담 스미스는 급여소득자가 부자가 되기 어려운 이유로 고융주들이 겨우 먹고살 만큼만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노동자는 지주 노동자 자본가 중에서 가장 늦게 수익(임금)을 받기 때문에 부자로 사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또한 피터 드러커 교수는 ‘자본주의 미래의 사회’에서 급여소득자의 양극화를 주장했다. 자본주의 사회가 지식 정보사회로 넘어오면서 일부 상위 급여소득자, 즉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전문가 기술자 경영자들은 월급을 많이 받아 부자가 되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다수 급여소득자들은 사무 자동화, 다운사이징, 구조조정 등으로 매월 받는 급여로는 부자 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무엇보다 이런 경제구조의 환경 속에서 급여소득자들을 위협하는 세 가지가 있는데 물가 상승(Inflation), 고령화, 그리고 할부 인생(life on an installment basis)이다. 인플레이션과 고령화에 대한 위험과 경고는 우리가 익히 듣고 알고 있지만 신용사회의 할부금융의 위험에 대해선 우리 모두 무감각하다.급여소득자들의 요즘 인생은 한마디로 할부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부 시절 부모님에게서 용돈을 받다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매월 15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 자체가 그들에게는 큰 희망이고 즐거움이다. ‘첫 급여를 받으면 무엇을 하지?’ ’이 돈을 어디에 쓸까?’를 고민하며 그동안 누리지 못한 경제적 욕구들을 마구 분출하기 시작한다.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대중문화에 익숙한 세대들은 월급을 절약하고 저축하는 것보다 즉흥적인 소비에 더 익숙하다. 요즘 일부 젊은 급여소득자들은 집은 없어도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주말에는 야외로 놀러 가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고 스키나 레포츠도 즐긴다.남녀를 막론하고 미혼들에게 나타나는 소비에 대한 자신감은 결국 자동차 할부 구매로 귀결된다. 3년짜리 할부 인생이 막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급여소득자들의 재무구조가 왜곡되기 시작한다.자동차 할부가 채 끝나기도 전에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다. 비록 자동차 할부가 끝났다고 해도 그 전후 시점에서 결혼하기 때문에 전세 자금 마련을 위한 6년 할부 인생이 다시 시작된다.결국 급여소득자들의 할부 인생은 직장 생활 초기에 자동차 구입으로 3년, 다시 결혼을 위해 전세 보증금 대출로 5~6년, 내 집 마련을 위해 20년의 긴 세월 동안 진행된다. 겨우겨우 고비를 넘기며 열심히 저축하고 투자한 돈으로 아파트 담보대출을 갚아갈 즈음에는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대학생 한 명에게 들어가는 돈은 매년 1000만 원 정도로 4년 동안의 등록금 상승률까지 포함하면 5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50대 급여소득자들의 자산 불균형의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30~40대에 힘들게 장만한 아파트 한 채를 가졌고 그동안 모아온 금융자산은 자녀들의 고등학교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을 해결하고 나면 대부분 없어진다.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는 급여소득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많은 급여소득자들은 자녀들의 대학 학자금 또한 대출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신기한 것은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들의 할부 인생은 실패하지 않는 듯 겨우겨우 여기까지 끌고 나간다는 사실이다. 직장 생활 초기에 시작된 급여소득자들의 할부 인생은 50대까지 힘들게 버티며 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말 여기까지다. 자녀들이 대학 다니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가 무섭게 자녀들의 졸업과 곧 결혼이 닥쳐오고 자녀들의 결혼과 함께 50대 중반을 훌쩍 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할부 인생을 살아온 부부에겐 ‘준비되지 않은 노년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은 늦다. 후회하고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다.다음 호에 우리가 할부 인생에서 벗어나 혁신적 사고(Innovation thinking)를 통해 가정경제의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아본다. 김의수·TNV 어드바이저 수석팀장 pfms@tnvadviso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