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빅3 재건축 집중 해부
강남권은 단순히 거주의 공간적 개념을 넘어 재산 증식을 위한 투자 목적의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투자 수요가 주를 이루고 잠재된 대기 수요도 풍부한 곳이어서 다른 실수요 위주의 시장에 비해 늘 선행하고, 여러 가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해 시시각각 움직임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재건축 아파트는 향후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미래 가치가 선반영되는 상품인 만큼 투자 수요에 의해 가장 극적인 변화를 나타낸다. 외부 충격이 있을 때 하락 폭도 크지만 작은 호재에도 탄력적으로 반응해 상승할 때는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오르게 마련이다.특히 최근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저층 재건축이다. 중층 재건축의 경우 아직 규제들이 걸려 있어 사업성이 좋지 못한 반면 저층 단지는 수익성 면에서도 훨씬 유리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주공, 강동구 고덕주공, 서초구 반포주공이 대표적인 저밀도 단지로 최근 시세를 주도해 가고 있다.강남권의 대규모 저층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는 최근 지난 2006년 말의 고점 가격을 돌파해 사상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개포동 주공1단지 42.9㎡(13평)의 경우 최근 8억3000만 원까지 거래돼 최고점이던 8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매물은 거래가격을 넘어서 8억3000만~8억5000만 원까지 나오고 있다. 49.5㎡(15평)도 10억 원에 거래된 이후 매물 가격이 10억~10억3000만 원까지 호가하고 있고 과거 최고 가격인 10억5000만 원짜리 매물도 등장했다. 올 들어서만 2억~3억 원 이상 크게 뛰었지만 대기 매수세는 여전히 꾸준하다. 이 같은 현상은 향후 강남구의 차세대 신흥 랜드마크 단지로서 희소가치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안에서도 우수한 입지를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 개포지구는 개포주공 7개 단지와 개포시영단지까지 포함해 총 1만3000여 가구로 향후 재건축이 모두 이뤄질 경우 강남권의 대규모 신규 입주 단지로 자리하게 된다.특히 1~4단지는 저층으로 중층인 5~7단지에 비해 수익률 면에서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지 지분이 커서 추가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추진 용적률이 크게 상향 조정되면서 그만큼 무상 지분율도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개포주공 단지들의 가격은 과거 최고 가격을 이미 넘어섰거나 90% 수준까지 회복한 상태다. 특히 주공 1단지는 단지 규모가 가장 커 재건축 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며 시세 주도 물량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인접 지역에 이 같은 신규 대단지 공급이 없어 희소가치가 높다는 점과 저층으로 수익성이 유리하고 높은 녹지율로 쾌적하다는 점이 충분한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대 최고가를 넘어선 가격과 함께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기대 수익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가 감안해야 한다.지역별로 봤을 때 최근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강남구나 송파구도 아닌 강동구다. 강동구는 올 들어 7.79% 올라 지역별 매매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서울 및 경기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상승세를 주도한 송파구와 강남구가 각각 3.66%, 2.97%씩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거의 2배가 넘는 오름세다. 강동구가 지난해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던 만큼 올 들어 회복 기조 속에서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승세의 중심에는 강동구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고덕주공이 있다. 고덕주공은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가운데 강남권의 다른 재건축 단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투자 메리트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저층 위주의 단지 구성과 높은 녹지율을 보유한 고덕주공은 가격 대비 투자 가치 면에서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입지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지역과의 진출입이 쉬운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는 36.4㎡(11평)가 4억7000만~4억8000만 원, 46.3㎡(14평)가 5억6000만 원에 거래됐다. 52.9㎡(16평)의 경우 6억3000만 원에 거래돼 과거 고점이 6억8000만~7억 원 선에 육박한 것을 감안하면 아직 회복이 덜 됐다는 점에선 강남권 단지들에 비해 유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서초구에서 유일한 저밀도 재건축 단지인 반포주공 일대도 최근 눈에 띄는 상승세로 급부상 중이다. 사실상 반포동 주공1단지(구반포주공) 일대에서는 한강변에 위치한 동들이 대부분 105.8~204.9㎡(32~62평)의 중대형 단지여서 아직 재건축이 추진되지 않고 있고 72.7㎡(22평)의 소형 면적으로만 구성된 3주구만이 유일하게 현재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상태다. 1973년 입주된 노후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정부 규제와 여러 가지 난제들이 얽혀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으나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에 힘입어 사업 진행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또 단지 인근에 반포천 및 반포천공원이 자리해 도심 녹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자연 조건과 반포초, 세화중, 반포중, 세화고 등의 우수한 학군도 입지적인 장점으로 꼽히며 수요를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반포주공 역시 최근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며 72.7㎡(22평) 매물이 10억5000만원~11억 원 선에 나와 있고 최근 10억7000만 원까지 거래를 마쳤다. 과거 최고가에 비하면 이미 90%까지 회복된 상태다. 하지만 종전 59.5㎡(18평)형과 82.6㎡(25평)형으로 구성된 저층 단지였던 반포래미안(반포주공2단지 재건축)이 입주를 앞둔 현재 112.4㎡(34평) 분양권 시세가 12~ 13억5000만 원 선임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히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다만 재건축 추진 절차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것은 단점이다. 특히 상가조합 문제 등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아직 남아 있어 사업 진행이 늦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훌륭한 주거 입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투자 목적으로만 접근하기에는 이미 크게 급등한 가격과 사업 추진 속도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가급적 실거주에 비중을 두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으로 그간 걸림돌로 지적됐던 사업성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최저점을 기록한 후 올 상반기 동안 지난 2년여간의 하락 조정 폭을 일시에 모두 회복했다는 점은 신중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익성이 줄어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규제 완화의 기대감이 가격에 대부분 선반영된 상태인 데다 강남권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에서 제외되고 그로 인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도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추가 상승 여력이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실물 경기보다 선행해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올 하반기 실물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더라도 상반기처럼 급격한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수요자들의 기대만큼 재건축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에는 아직 문제점들이 남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용적률 상향 조정과 소형 평형 의무 비율 폐지 방안 등에 대해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고 개발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재건축 부담금 제도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집값과 반비례 관계인 금리가 워낙 낮은 상태여서 급락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 목적의 수요자라면 실제 투자에 들어가는 매입비용과 대출 등 금융비용, 투자 기간 등 기회비용을 감안해 수익성을 따지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경·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 stj486@speedbank.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