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덮친 GM 몰락 ‘후폭풍’

미국의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내면서 프로스포츠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자동차 경주와 골프 쪽이 최대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GM은 최근까지 미국 내에서 스포츠와 예술 관련 후원으로 ‘큰손’ 노릇을 해 왔다. 지난 2007년에만 이 분야에 후원 금액으로 쏟아 부은 돈만 총 2억4000만 달러(약 3000억 원)에 달했다.GM의 파산보호 신청은 프로스포츠 분야 가운데 주력으로 후원해 오던 자동차 경주 쪽에 대폭적인 예산 삭감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에 따르면 GM은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각종 자동차 경주 관련 후원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있다.GM은 현재 미국 최대의 자동차 경주인 나스카(NASCAR), NHRA(National Hot Rod Association:차의 가속 성능을 겨루는 ‘드래그 레이스’ 경기), ALMS(Amercian Le Mans Series:12시간 쉬지 않고 주행해 차량의 성능과 내구성을 겨루는 경주) 등을 후원해 오고 있다. GM은 파산보호 신청 이후 처음으로 지난 6월 10일 나스카 트럭 경기인 ‘캠핑 월드 트럭 시리즈’에 들어가는 예산을 삭감 조치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예산이 깎일지 프로 스포츠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특히 미국의 자동차 경주 대회는 이미 지난 4월 이탈리아 피아트에 매각되는 것을 전제로 파산보호 절차를 밟고 있는 크라이슬러에 이어 GM까지 파산보호 신청을 함으로써 생존 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골프 쪽의 영향도 심각하다. GM 브랜드인 뷰익은 미국 PGA투어에서 3개 대회(뷰익인비테이셔널, 뷰익챔피언십, 뷰익오픈)를 후원했으나 현재는 뷰익인비테이셔널과 뷰익오픈 2개 대회를 개최 중이다. 비록 2개 대회를 열고 있지만 총상금 규모는 ‘B급 대회’ 수준인 각각 530만 달러와 510만 달러로 특급 대회와 300만 달러 차이를 보인다. 7월 말에 개막하는 뷰익오픈은 그나마 예산을 대폭 삭감한 채 치를 예정이다. 2006년만 하더라도 자동차 업종은 PGA투어에서 11개 대회를 후원할 정도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했다. 크라이슬러는 한때 PGA투어에서 단일 회사로 가장 많은 4개 대회(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 투산크라이슬러클래식, 그린스보로크라이슬러클래식, 크라이슬러챔피언십)를 후원하는 ‘돈줄’이었으나 현재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포드가 후원했던 포드챔피언십도 사라진 지 오래됐다.GM은 대회를 없애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9년간 이어온 광고 및 후원 계약을 만기 1년을 남겨두고 조기 종료하기도 했다. GM이 내년에도 뷰익인비테이셔널과 뷰익오픈을 모두 열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만간 PGA투어에서 미국 자동차 회사가 여는 골프대회를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GM은 자동차 경주와 골프 외에 메이저리그 8개 팀과도 후원 관계를 맺고 있고 프로풋볼(NFL)에서는 포티나이너스(49ers)팀, NBA에서는 시카고 불스와 새크라멘토 킹스 팀 등을 지원하고 있다.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후원하고 있는 GM캐나다는 1400만 캐나다 달러와 5300만 캐나다 달러에 상당하는 차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어느 정도 액수가 캐나다올림픽조직위원회에 전달됐는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지원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GM은 또 밴쿠버의 아이스하키팀 캐넉스(Caunks) 경기장 앞에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1995년부터 20년간 1850만 캐나다 달러를 지불하는 계약을 한 상태다.‘거미줄’처럼 전 세계에 얽혀 있는 GM의 ‘돈맥’이 막히면서 프로스포츠계의 주름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마이애미(미국)=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