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 형제 사기단’

입양아 신세로 전락한 꼬마 형제가 있다. 살붙이를 아끼는 마음은 말썽을 불러오고, 사고뭉치로 낙인찍힌 이들은 여기저기로 쫓겨 다닌다. 주소 없는 엽서처럼 배달된 다음 목적지는 행복한 아이들로 넘쳐나는 어느 소도시. 어린 동생은 그곳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둘을 이어 주려던 형은 우연히 자신의 재능, 그러니까 천재적인 사기성(?)에 눈을 뜬다. 전설적인 사기꾼 블룸 형제는 이렇게 탄생했다.형제의 불운한 성장 스토리를 코믹한 터치로 묘사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 ‘블룸 형제 사기단’은 비극을 희극으로 풀어내는 독특한 영화다. 외로운 형제는 거짓 이야기로 마을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동생 블룸(애드리안 브로디 분)은 사랑을, 형 스티븐(마크 러팔로 분)은 삶의 목적을 되돌려 받는다.그러나 자신의 발명품에 열정적으로 빠져든 스티븐과 달리 블룸은 의심한다. ‘사기로 연명하는 인생이 사기극이 아니면 무엇이랴. 나는 어쩌면 이 모든 사기극의 연출자인 스티븐이 만들어낸 캐릭터의 일부가 아닐까’.손을 씻겠다는 블룸을 기어이 끌어들인 스티븐은 일본 태생의 뱅뱅(기쿠치 린코 분)과 함께 백만장자 상속녀 페넬로페(레이첼 웨이즈 분)를 다음 타깃으로 결정한다. 스티븐의 지휘 아래 이들 일당은 뉴저지의 고성에서 홀로 살던 페넬로페를 유럽행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지만 블룸과 그녀 사이에 사랑에 싹트면서 계획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기본적으로 신나는 모험담인 ‘블룸 형제 사기단’의 묘미는 이국적인 유럽의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사기극이다. 소소한 디테일로 채워진 스티븐의 시나리오는 간혹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데, 성공이든 불발이든 이를 뒤쫓는 재미가 절묘하다.농담에 진담을 섞어 전하던 이 영화는 결말로 갈수록 더욱 진지해진다. 쓰지 않은, 계획되지 않은, 온전히 진실한 삶이란 존재하는가. 세상에 외면당한 쓸쓸한 인물들이 자신만의 해답을 선물 받는 과정을, 영화는 따스한 시선으로 지켜본다. 그리고 말한다. 당신 역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라고.감독: 라이언 존슨 / 주연: 레이첼 웨이즈, 애드리안 브로디, 마크 러팔로 / 분량: 113분 / 개봉: 6월 18일 / 등급: 12세 관람가1998년 ‘여고괴담’으로 시작해 10주년을 맞은 ‘여고괴담’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이야기. 어두운 밤, 학교 성당에 모인 여학생들이 한날한시에 죽을 것을 맹세하며 서약서에 핏자국을 남긴다. 그러나 그날 밤 그중 언주가 투신자살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죽음의 서약을 떠올리며 공포에 젖는다. 오연서 손은서 유신애 송민정 장경아 등이 치열한 경쟁 끝에 차세대 호러퀸으로 발탁됐다. ‘복수는 나의 것’의 각본을 쓴 신인 이종용 감독이 연출했다.일본에서 펼쳐지는 청룽(成龍)의 액션 느와르. 철두(청룽 분)는 연락이 두절된 애인을 찾으려고 일본에 밀입국했다. 그러나 그에게 날아든 건 그녀가 야쿠자 2인자인 에구치(가토 마사야 분)와 결혼했다는 충격적인 소식. 일본에 합법적으로 정착하려던 철두는 새로운 삶을 위해 에구치의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동향 후배 아걸(다니엘 우 분)의 배신으로 야쿠자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열화전차’ ‘색정남녀’ ‘문도’ 등의 얼둥성 감독이 연출했다.료타가 재혼한 아내와 그녀의 아들을 데리고 부모님의 집을 찾는다. 요코야마가의 가족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인 날. 먹음직한 밥상을 두고 둘러앉았으니 웃음소리가 드높아야 할 텐데 이들 사이에 수상쩍은 긴장감이 감돈다. 요코야마가는 분명 불운한 과거를 공유하고 있다. 료타 가족이 부모님 집에 머무른 1박2일을 통해 현대 가족의 비극을 담아낸 수작. ‘아무도 모른다’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다.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