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지표별 분석 - 매출액
매출액은 기업의 사업 규모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다. 시가총액은 시장에서 저평가 받을 수도 있고 순이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매출액은 변동성이 적다. 보통 “1000억 원대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면 매출액 1000억 원대의 기업을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기업의 위상을 확인하려면 매출액을, 내실을 보려면 당기순이익을, 가치를 알고 싶으면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된다.매출액은 기업이 생산하는 부가가치의 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100대 기업 내의 매출액 순위를 산업별로 살펴보면 그 국가의 산업 분포와 성격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우 1위부터 8위까지에 삼성전자 SK에너지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포스코 LG전자 한국가스공사 S-OIL이 자리하고 있다. 모두 제조업으로 대부분 고정비용 비중이 큰 거대 장치산업이다. 9위 중소기업은행, 10위 한국외환은행으로 금융회사가 차지하는 것이 눈에 띈다.참고로 지난해 선정한 한국의 ‘외국계 100대 기업’을 보면 매출액 1, 2위를 한국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외국계 업체의 생산기지는 중국·동남아시아 등이 많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금융 등 서비스 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2009 한국의 100대 기업’의 매출액 상위권에서 금융회사 외의 서비스 업종은 17위 KT, 18위 SK텔레콤, 19위 삼성화재, 23위 롯데쇼핑, 25위 대한항공, 28위 신세계 등이다. 제조업 강국 한국은 아직은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 산업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참고로 2009 포브스 선정 세계 2000대 기업에서 미국 국적의 기업은 GE, 엑슨모빌, AT&T, 월마트, 세브런, JP모건 순이었다.2008년 상반기의 고유가와 하반기의 미국발 금융 위기로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은 줄지 않았다. 그러나 장사를 썩 잘한 것은 아니다. 순이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남는 장사를 하지 못한 것이다.선정 대상 기업 전체로 봤을 때 매출액 총액은 873조 원(2007년)에서 1084조 원(2008년)으로 24%가량 증가했다. 100대 기업만 놓고 봤을 때는 2007년 609조 원에서 2008년 746조 원으로 22% 늘었다. 2008년 기업들은 환율에 웃고 울었다. 수출 기업들은 고환율의 수혜를 봤지만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었다.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이 늘었지만 밑지는 장사를 한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원자재 가격, 특히 국제 유가 때문이었다. 이는 특히 전력 산업, 중공업, 항공업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한국전력(403위-이하 종합 순위) 대한항공(428위) 두산중공업(415위) 아시아나항공(465위) 두산인프라코어(438위) 금호석유화학(423위) 동부제철(510위) 호남석유화학(436위) 등은 매출액만으로는 100위 안에 들지만 순이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종합 순위가 400위권 밖으로 밀린 경우다.반면 SK에너지 S-OIL은 매출액 순위와 종합 순위가 둘 다 11위 안에 들어 장사를 잘한 경우다. 석유 판매 업체들은 유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가격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요금, 항공요금은 쉽게 올릴 수 없다.매출액 분포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72조 원으로 매출액 2위 SK에너지 45조 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3위 현대자동차는 32조 원으로 3위부터는 30조 원대, 7위 한국가스공사부터는 20조 원대, 12위 현대중공업부터는 10조 원대다.상위권으로 갈수록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위 10개 업체의 매출액은 전체 기업(1542개) 매출액의 25.9%를 차지한다. 또 100대 기업 중 10대 기업의 비중은 37.6%에 이른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