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기와 하락기의 집 사기 전략

시장이 매우 혼란스럽다. 주택 시세가 오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리고 있는 것인지, 더나아가 지금 팔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야 하는 것인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시장 상황이라는 것이 오르는 곳만 오르고 내리는 곳은 내리거나 사려는 사람조차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서울시의 25개 자치구와 5대 신도시를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작년 연말에 아파트 값이 비쌌던 상위 10개 지역의 평균 가격은 ㎡당 601만 원이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당 616만 원으로 5개월 사이에 2.5% 정도 상승한 것이다. 이에 반해 집값이 싼 하위 10개 지역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작년 연말 ㎡당 320만 원에서 최근에는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315만 원이 되었다. 1.6%가량 하락한 것이다.거래량을 비교하면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더 심각하다. 2006년 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3년 3개월간 서울 시내의 상위 6개 지역의 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3088채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4월에는 무려 58%가 늘어난 4886채가 거래됐다고 한다. 이들 지역만 보면 ‘부동산 상승기가 다시 온 것 아닌가’라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그러나 같은 서울 지역이라도 하위 6개 지역을 살펴보면 상황은 참담하다. 지난 3년 3개월간 이들 지역의 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1851채였던 것이 4월에는 28% 줄어든 1327채만이 거래됐다고 한다. 가격 하락에다 거래 부진까지 겹친 것이다. 이런 현실이기 때문에 시장의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상승장이라고 말하는 것이고 다른 이는 하락장이라고 하는 것이다.그러므로 시장에서 상승 기류와 하락 기류가 힘겨루기를 할 때에는 어느 지역에 내 집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하는 것이다.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지역에서는 매물 부족 현상이 보이고 매수 대기자들은 기회를 놓칠까봐 조바심이 난다. 일부 부동산 중개인들은 이 매물을 놓치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다며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래서 본인이 아무리 냉철해지려고 해도 시장 자체가 냉철한 곳이 아니므로 그 매물은 조바심을 내는 다른 사람에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도인과 매수인만 느긋하게 협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계약하러 나온 자리에서 가격을 올려버리거나 집을 팔지 않겠다고 돌아서는 집주인들도 있다. 이런 시장 상황이 닥치면 과거와 같은 전략으로는 내 집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첫째, 과거 시세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현재 시장가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다. 팔려고 하는 사람보다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은 올라가는 것이고 팔려고 하는 사람보다 사려고 하는 사람이 적으면 내려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현재 시세로 살 준비가 되어 있는데 과거 시세만 생각하고 현재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집을 사기는 어려울 것이다.둘째, 판단은 신중하게 행동은 빨리해야 한다. 신중하게 판단한다고 하면서 결정하지 못하고 꾸물거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판단할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즉, 불확실성이 모두 제거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아주 냉정하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그때는 지금과 다른 시세가 형성돼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무작정 ‘내지르는’ 사람도 문제지만 신중을 핑계로 결정 하지 못하는 사람도 문제다. 상승장에서는 무작정 내지르는 사람이 오히려 수익률이 높은 불합리성을 보이는 것이 바로 시장이다.셋째, 상승장에서는 일시적 1가구 2주택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가구 1주택자에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고 1가구 2주택자 이상은 중과세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사는 경우 기존 집을 파는 기간을 2년 정도로 보고 이 기간에 기존 집을 팔면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이 2년의 기간을 잘 활용하면 효과적인 갈아타기가 될 수 있다.이사 갈 집을 먼저 산 후 기존 집을 나중에 판다면 갈아 타기 하는 데 위험성이 없다. 사려는 집의 시세가 급등하거나 계약을 해지당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졸지에 무주택자가 되는 의외의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기존 집을 2년 가까이 보유했기 때문에 새로 산 집의 상승분과 기존 집의 상승분을 보너스로 챙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자금의 여유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전략이다.넷째, 무조건적인 추격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 시장에 매물이 사라지고 매수 경쟁자들이 많아지면 집을 거래해 본 적이 없는 무주택자는 심리적으로 상당한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시세나 알아보자고 들렀던 부동산 중개소에서 덜컥 계약까지 하고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일수록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판단은 신중하게 행동은 빠르게’는 행동을 빨리 하라는 것이지 판단을 대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라고 해서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통화량 증가, 즉 물가상승분만큼 오르는 것이다. 묻지마 식의 추격 매수는 시세 조정기에 본인이나 가족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러므로 아무리 급해도 자기가 사려는 집이 내재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다.그러면 반대로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에 투자할 때는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하락장에서는 매물이 시장에 쌓이기 시작하면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될 뿐이다. 이런 곳이라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하락장의 특징은 거래량이 먼저 줄어든다는 것이다. 팔려고 하는 사람은 과거의 시세나 호가를 고집하는 반면 사려는 사람은 보다 싼 급매물만을 찾기 때문이다.첫째, 시장에 나온 매물이 진짜 급매물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무늬만 급매물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과거 시세와 거래량 추이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가격 추이도 알 수 있지만 얼마의 가격에 몇 건이 거래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예를 들어 4억 원에 거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 가격대의 유일한 거래이며 나머지 거래는 3억 원대 초반에서 이뤄졌다면 3억5000만 원에 나온 매물은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그러므로 시세 추이와 함께 거래량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둘째, 판단은 신중하게 행동은 한 박자 천천히 해야 한다. 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매도인은 매물을 회수하며 시장이 반전되기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몇 달이 지나도 시장 상황이 반전이 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사연이 있는’ 매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매물이나 어려워져 가는 사업의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셋째, 하락장에서는 사고파는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상승장에서는 갈아타기를 할 때 일시적 1가구 2주택 전략을 쓰는 것은 아주 유용하다. 그러나 하락장에서는 거래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1가구 2주택자가 될 때가 많다. 자금력이 풍부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과도한 대출을 끼고 집을 마련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 고통도 수반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존 집을 매도 계약하고 중도금 정도라도 받은 상태에서 새로 살 집을 계약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익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환금성이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욕심을 내다가는 중도금을 제때 치르지 못해 계약금만 날리는 일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자신이 투자하려는 곳의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그에 알맞은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성공 투자의 지름길이다.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 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신간 ‘부동산 비타민’을 내놓았다.아기곰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