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PGA 투어

프로스포츠에서 최대 황금 시장으로 통하는 미국 남자프로골프협회(PGA) 투어. 거의 매주 대회가 열리고 한 해 걸린 총상금 규모만 2억8000만 달러가 넘을 정도로 ‘돈 잔치’를 벌이는 곳이다.미 PGA 투어 총상금은 지난 2002년 1억9900만 달러 △2003년 2억2500만 달러 △2004년 2억3000만 달러 △2005년 2억3770만 달러 △2006년 2억6420만 달러 △2007년 2억7890만 달러 △2008년 2억8000만 달러 등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였다.경제 위기 여파를 받았지만 올해 총상금 규모도 지난해보다 10만 달러 정도 늘어났다고 투어 측은 밝혔다. PGA 투어에 쏠려 있는 총상금은 세계 골프 시장의 상금 70%에 해당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액수다.타이거 우즈라는 불세출의 스타를 배출하면서 그동안 투어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PGA 투어 대회를 개최하려면 기업들이 돈다발을 들고 최소한 몇 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그러나 미국에서 터진 경제 위기는 PGA 투어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올 시즌 이미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가 후원하던 봅 호프 크라이슬러 클래식이 사라졌고 운송회사 PODS가 열던 PODS 챔피언십, 칠드런스 미러클 클래식을 후원했던 월마트도 철수했다.최근에는 크라운플라자 인비테이셔널을 열었던 호텔 체인 크라운플라자가 투어를 떠났고 메모리얼 토너먼트를 후원하던 모건 스탠리도 자취를 감췄다.메이저 대회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던 마스터스 대회를 찾던 기업 고객들이 급감했는가 하면 암표 입장권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7월에 열리는 US 오픈 티켓도 예년 같으면 벌써 매진됐겠지만 여전히 남아돌고 있고 브리티시 오픈 입장권 판매도 지난해보다 20% 이상 부진한 상태다.급기야 PGA 투어가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최근 PGA 투어는 타이틀 스폰서 실무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대회 일정을 유연하게 하고 유명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견 조율에 나섰다.간담회에서는 유명 선수들의 대회 참여를 높이기 위해 투어의 가장 민감한 조항으로 알려진 ‘선수들은 연간 최소한 15개 대회를 출전해야 한다’는 것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반대 의사를 한 번도 굽히지 않은 투어 이사회를 통과할지는 불확실하다.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의 ‘원-인-포(one in four)’ 룰을 채택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원-인-포’ 룰이란 투어에서 4년간 연속으로 열리는 대회의 경우 그 기간 동안 반드시 한 번은 출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이 조항은 당연히 타이거 우즈를 염두에 두고 나온 얘기다. 우즈는 연간 출전하는 대회 숫자가 18개 정도로 한정돼 있다. 메이저 대회와 총상금 규모가 큰 특급 대회 등이다.일반 대회의 경우 후원 관계 등 특수 관계가 있어야만 출전하고 총상금 규모가 작은 B급 대회는 거의 참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인-포’ 조항이 채택되면 4년에 한 번은 B급 대회에도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대회 출전과 관련해 선수들이 일정한 포인트를 획득하도록 하자는 제도도 제안됐다. 상금 규모가 큰 대회는 참가해도 포인트가 작지만 그렇지 않은 대회는 포인트를 높게 해서 선수들이 골고루 대회에 출전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대회 스케줄 조정은 메이저 대회 직전과 직후에 열리는 대회 스폰서들이 줄곧 불만을 제기해 왔던 부분이다. 메이저 대회가 끝난 직후 열리는 대회는 일반 대회보다 관심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당연히 유명 선수들 대부분이 불참한다. 투어는 이런 대회들의 애로 사항을 풀어주기 위해 일정을 바꿔 줄 계획이다. 하지만 대회 장소, 날씨나 티켓 판매 일정 등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많아 대회 일정 조정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마이애미(미국)=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