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이명박 대통령은 요즘 이런 노래 가사의 의미를 절감할 것이다. 대북 문제나 국내 정치 등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 몸을 불사르겠다는 사람은 없고 온통 발목을 잡는 사람들뿐이다. 이런저런 대외 행사에서 활짝 웃고는 있지만 그것이 속이 편해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다.북한이나 야당 같은 변수는 어쩔 수 없다. 나름대로의 논리로 움직이니 이 대통령의 뜻대로 될 리 없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나 청와대 정부의 경우는 다르다. 일사불란하게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게 힘을 모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당은 반쪽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는 4·29 선거를 계기로 완전히 갈라선 형국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 친박(親朴)과 친이(親李)계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얘기가 나온다.측근들까지 속을 썩인다. 이 대통령의 30년 지기로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히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그 불똥은 언제 여권 내 최고위 실세로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을 연관시키는 듯한 발언도 나온다. 천 회장은 신동아 ‘6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잘못되면 친구인 (이명박) 대통령도 모양이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통령에게 협박을 하는 식으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로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그럴 리가 없고 만약 그렇다면 친구인 대통령에게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다 나온 말”이라며 “인터뷰 내용을 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식의 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앞서 청와대는 여권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천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오랜 인연 때문에 세무조사에 관여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말 천 회장에게 엄중한 경고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는 메시지를 흘렸다. 천 회장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대통령의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은 앞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계의 대체적인 평가다.이 대통령의 책사(策士)로 꼽히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도 최근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사교육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당·정·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파격적인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주무 부처 장관도 아니고 대통령 자문역을 맡은 무보수 별정직 공무원이 교육 개혁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불쑥’ 들고 나왔다는 게 더 논란거리가 됐다.곽 위원장 발언 직후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준비 없이 성공할 부분이 아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곽 위원장이) 분수에 충실하도록 권고 드린다”고 공박했다.이 대통령도 크게 역정을 냈다는 전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언론 보도를 보고 두 차례나 “왜 여기저기 다 나서서 혼란을 일으키느냐”고 강도 높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최근 당정은 ‘획일적인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 방안을 없던 일로 결론지었다. 결국 당정 협의를 거쳐 순리대로 처리하면 될 일을 ‘개혁하다 장렬하게 전사하겠다’는 식의 영웅심으로 불쑥 발표하는 바람에 분란만 일으킨 셈이다.현 정권의 핵심 실세로 꼽히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역시 최근 민간 회사인 포스코의 회장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한차례 논란이 벌어졌었다.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통령 측근들의 언행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자는 얘기도 나오지만 실효성이 있을 리 없다는 게 정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어떻게 해야 이 나라와 MB 정부에 도움이 될지 밤을 새워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박수진·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