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구단들의 ‘경기장 건설 비즈니스’

지난 4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개막하면서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뉴욕이었다.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가 나란히 새 전용 구장을 오픈한 때문이다.뉴욕 양키스는 새 구장인 ‘양키스 스타디움’에 총 15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메츠 구단은 ‘시 스타디움(shea stadium)’ 대신 ‘시티 필드(Citi Field)’로 전용 구장을 바꾸면서 총 8억5000만 달러를 투입했다.양키스와 메츠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단으로 손꼽힌다. 두 구단을 선호하는 야구팬이 전체 야구팬의 10%인 800만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새 구장에서 열린 개막전에는 당연히 ‘매진 사례’가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총 5만2325석인 양키스 스타디움에는 7000석 이상이 빈자리였고 4만2000석 규모의 시티 필드 역시 5000석 이상을 채우지 못했다.언론들은 새 경기장 오픈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생긴 이유로 값비싼 티켓 값을 지목했다. 양키스 스타디움의 가장 비싼 자리는 300만 원이 넘는 2625달러에 달했다. 메츠 구단의 입장권은 80만 원 정도인 595달러짜리가 최고가였다.미국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양키스와 메츠 구단이 비싼 돈을 들여 구장을 건설한 뒤 개막전부터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언뜻 보면 두 구단이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 새 구장을 오픈함으로써 큰 곤경에 빠질 것 같은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과연 그럴까. 대답은 “노(No)”다. ‘스포츠 마케팅’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 양키스와 메츠는 그나마 ‘행운아’들이다. 만약에 조금만 더 늦게 새 구장을 열었더라면 입장권 판매 부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큰 손실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양키스와 메츠는 경제 위기가 닥치기 전에 입점 업체 분양, 기업 광고 유치 등으로 이미 필요한 수익을 챙겼다.얼마 전부터 미국에서는 프로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 사이에 새 경기장 건설이 ‘캐시 카우’로 등장했다. 기존 시설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퍼실러티 업그레이드(facility upgrade)’로 부가가치를 한층 높이는 작업이 유행처럼 번졌다.이를 촉발한 것은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NHL) 뉴저지 데블스의 홈구장인 ‘푸르덴셜센터’였다. 지난 2007년 10월 뉴욕 근교인 뉴어크에 들어선 푸르덴셜센터는 건립비용으로 총 3억7500만 달러가 들어갔다. 푸르덴셜센터는 단순한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넘어서 문화 공연장이자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인근에 콘도 레스토랑 주점 등 위락 시설들이 뒤따라 들어서며 지역 발전의 시금석이 됐다.그러나 ‘새 경기장 건설 비즈니스’는 조만간 포화 상태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뉴욕에 들어설 매머드급 새 경기장이 6∼7곳에 달한다. 메이저리그 축구의 레드불스는 내년에 2만5000석 규모의 1억5000만 달러짜리 새 구장을 뉴저지 해리슨에 오픈할 예정이다.15억 달러로 경기장 건설비 가운데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양키스 스타디움은 1년이 안 돼 ‘왕좌’를 내줘야 한다. 미국 프로풋볼 구단인 뉴욕 자이언츠와 제츠가 내년 완공을 목표로 뉴저지 메도랜드에 17억 달러의 거액을 들여 홈구장을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프로농구팀 뉴욕 닉스와 아이스하키팀 레인저스도 각각 2011년과 2012년에 5억 달러를 들여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농구팀 뉴저지 네츠의 소유주인 브루스 라트너는 브루클린에 추진 중인 35억 달러짜리 프로젝트의 일부분으로 9억5000만 달러짜리 새 경기장 건립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미국처럼 프로스포츠가 활성화된 곳은 언제든지 경기장이 팬들로 꽉 들어찼다. 그러다보니 연간 수천만 달러가 드는 광고비에도 기업들이 아낌없이 돈을 썼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인기 구단인 양키스와 메츠가 입장권 판매에 어려움을 겪듯이 앞으로는 건설비용의 대부분을 충당한 기업 광고를 유치하는 것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그동안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했던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경제 위기로 인해 무한 경쟁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미국에서는 프로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 사이에 새 경기장 건설이 ‘캐시 카우’로 등장했다.마이애미(미국)=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