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오일 머니’ 쟁탈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를 몰고 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인해 외환시장에 몰아친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 세계의 금융회사들은 대안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셈이다. 그중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중동 오일 머니다. 고유가로 인해 중동 오일 머니는 2003년 1721억 달러에서 2004년 2406억 달러, 2006년 4367억 달러에 이어 2007년에는 4734억 달러를 기록,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오일 머니가 넘쳐나는 중동 시장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의 발걸음이 빠르다.우리투자증권은 2007년 무렵부터 글로벌 파이낸스(Global Finance)팀이 중동 시장을 리서치하기 시작해 현지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과 잇달아 제휴를 맺었다. 2008년 상반기에는 말레시이아 암뱅크(AM Bank), 하반기에는 두바이 이슬람뱅크와 손을 잡았다. 또 2008년 중반부터는 투자 유치를 위해 두바이 카타르 등 중동 지역 금융회사의 재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상태다.유재오 우리투자증권 글로벌 파이낸스팀 팀장은 “중동 오일 머니를 유치하기 위해선 중동 지역에 대해 잘 아는 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과 접촉하면서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2년 전부터 중동에 대해 연구해 왔다”며 “앞으로 수쿠크(Sukuk: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자 대신 배당 형식을 빌려 수익을 제공하는 이슬람 채권) 발행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한국투자증권은 이슬람의 금융회사들과 전략적 사업 협력을 하면서 중동 오일 머니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중동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이슬람금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슬람금융팀까지 신설, 이슬람 투자자의 국내 주식, 부동산, 프로젝트 투자 중개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또 2008년 상반기부터는 정기적으로 말레이시아와 중동에서 투자 설명회를 두 달에 한 번 씩 개최하고 있다. 앞으로 한투증권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는 시점에서 수쿠크를 발행할 계획이며 샤리아 율법에 부합되는 한국 기업들을 선별해 이슬람 투자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이슬람 자금을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올 계획이다.대우증권의 중동 오일 머니 유치 활동은 이슬람 금융 도입의 법적 제도적 한계에 따른 금융 당국과의 협의 및 대안 방안 제안, 전략적 제휴사와의 협업을 통한 이슬람 채권 수쿠크 발행 노력, 그리고 중동 국부 펀드 혹은 중동계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와 직접 투자 유치 노력 등으로 이어진다. 대우증권은 2008년 2월 말레이시아 투자은행인 CIMB(Commerce International Merchant Bankers)와 포괄적 업무 제휴 관계를 맺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2008년에도 CIMB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21%를 달성했으며 2위인 HSBC와 2배가 차이나는 총 29억 달러 규모의 수쿠크 발행을 주관한 바 있다. 또 대우증권은 중동 국부 펀드 자금 유치를 위해 실무진을 직접 두바이 아부다비 카타르 쿠웨이트에 보내 현지 국부 펀드, 은행, 자산운용사 등을 방문하며 전략적 지분 매입에 대한 가능성을 소개했고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 중이다.최경석 대우증권 해외사업추진부 부장은 “투자를 원하는 중동계 국부 펀드 또는 기관투자가 대상 상장기업과 애널리스트 미팅을 수시로 하고 있다”며 “향후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앞으로도 중동 오일 머니 유치를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이 금융회사들과 함께 오일 머니로 불리는 이슬람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설 전망이기 때문이다.이율희 한국투자증권 해외사업추진실 차장은 “지난 5월 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국 설명회에서 감독원, 금감위 등이 이슬람 금융회사의 한국 진출 및 중동 자금의 한국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혀 증권사들은 중동 오일 머니 유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슬람 투자자들도 한국에 관심을 많이 보일 뿐만 아니라 이슬람 금융 성장 속도도 빨라 향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