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창사 10주년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움츠러들었던 세계경제에 온기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또 다른 침몰을 앞둔 마지막 발버둥인지, 아니면 화려한 V자형 상승을 위한 숨고르기인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5월 18, 19일 열리는 한국경제TV 창사 10주년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는 이 같은 최근의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경제의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세계경제를 이끄는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열린다. 바로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는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가 바로 그 자리다. 5월 18일과 19일 양일간 열리는 이 행사에는 빌 클린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등 그간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인물들은 물론 국내를 대표하는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황건호 금융투자협회 회장 등 쟁쟁한 금융계 인사들이 참여한다.이 중 찰스 프린스 전 씨티그룹 회장,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에셋 매니지먼트 대표, 노버트 월터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 장쥔 푸단대 교수, 제임스 매코맥 피치 레이팅 아시아 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 등 5인의 글로벌 리더들이 보는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찰스 프린스 전 씨티그룹 회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이 회복을 보이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 “아직 너무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금융 위기의 원인을 “지속 불가능한 글로벌 불균형 상태와 각국 정부의 고이자율 통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 상품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이에 맞는 규제를 만드는 게 간과됐다는 점, 그리고 주택 대출(모기지)의 확대에 대해 은행과 위험 관리 전문가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금융 위기의 원인으로 분석했다.하지만 찰스 프린스 전 회장은 금융 위기로 인해 미국이 쥐고 있던 세계경제의 헤게모니가 타 지역으로 옮겨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이 이전에 비해 보다 강력한 파워를 갖고 또 다른 균형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 금융시장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크기와 깊이, 유동성이 앞으로도 세계 금융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이와 함께 찰스 프린스 전 회장은 금융 위기로 인해 전통적인 투자은행(IB)의 이미 대다수가 사라졌으며 복합적인 기능을 가지고 살아남는 은행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상당수의 IB가 그동안 해 왔던 여러 사업 영역 중 한 가지, 이를테면 컨설팅 같은 부문에만 집중하는 형태로 덩치를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우 상업은행 역시 투자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이 둘 모두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비슷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그는 “기존 투자은행의 규제에 대한 보다 종합적인 성찰과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규제 개선이 금융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즉, 금융 위기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 중 하나로 ‘규제’라는 카드가 활용돼야 한다는 뜻이다.한편 찰스 프린스 전 회장은 한국 금융권에 대해서 “국제 자본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혜택이 따른다”며 “비록 경제 위기 상황에 있더라도 이 같은 혜택을 계속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에셋 매니지먼트 회장은 “한국 증시는 큰 조정 이후 많은 회사의 주식이 값싸게 거래되고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지만 원화 약세 덕분에 수출이 개선되고 있으며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해 기업의 투명성도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과 세금 감면 역시 낮은 유가·금리와 함께 시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이머징 마켓, 특히 그중에서도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투자 가치를 높게 봤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타 지역에 비해 경제성장률과 1인당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역시 여전히 매력적이고 각종 비즈니스와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거대한 인구를 갖고 있어 곧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견할 만큼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이들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낮아지는 것 역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또 “중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충분히 낮아졌다”며 “올해가 투자자들이 주식을 싸게 살 기회”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그는 “중국 시장의 장기적 성장 역시 낙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국내 소비와 외국인 직접 투자가 늘고 있으며 외부의 금융 충격에도 견딜 수 있을 만한 세계 최고의 외화보유액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성장에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메이저 이머징 마켓 중 하나인 중국은 올해도 견조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아울러 브라질과 러시아 역시 풍부한 자원을 가진 국가로 장기적으로 원유 철강 알루미늄 펄프 등 상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로 인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이 같은 견해의 연장선상에서 추천할 만한 투자 분야로 ‘상품주’를 골랐다. 그는 “많은 상품 관련 주식들이 내재 가치 이하로 하락했다”며 “세계경제의 성장에 따라 글로벌 상품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소비 관련주’ 역시 투자 1순위로 골랐다. 개인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재와 다른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소비주들의 실적 전망도 매우 좋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그는 “현금이 즉시 필요하지 않다면 이머징 마켓의 포지션을 축소할 시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 투자하고 싶다면 지금이 이머징 마켓의 주식을 살 최고의 시기”라며 “높은 성장률을 지속한 이들 국가를 통해 성장의 수혜를 거머쥐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노버트 월터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각국의 공조가 세 가지 기준 아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개방적(open)이고 솔직함(honest)이 있어야 한다”며 “만약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의 경기 부양책에 편승하려고 한다면 그 나라는 현재 위기가 어떤 차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환율 조작 등 보호주의로 회귀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하며 금융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규제 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노버트 월터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특히 미국 경제에 주목했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며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약 2.5%에서 5%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8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회복 및 재투자 법안이 연말께는 반드시 미국 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올해 12%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재정 적자를 제어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며 만일 실패한다면 미국 달러와 국채는 막대한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노버트 월터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게 ‘롤모델’로서의 역할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볼 때 미국을 저평가할 수 없다”며 “그 이유는 미국이 국가의 유연함, 혁신 잠재력, 그리고 선진화된 민주주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아시아 및 전 세계 타 국가들의 경기 역시 미국 경제의 회복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점쳤다.노버트 월터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융 위기를 통해 배워야 할 교훈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로 투자은행에서 벗어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야 하며, 둘째로 금융시장의 이해관계인으로서 정부의 개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금융시장에 규제와 감독의 역할도 증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혁신해 나가는 과정을 계속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은 예전보다 좀 더 주의 깊게 움직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장쥔 푸단대 교수는 앞으로 중국 경제가 “15~20년간은 고속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금의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인 지역 간 불균형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성장 잠재력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부 지역은 동해안 지역을 따라잡을 것이고 이런 과정에서 미래에는 각 지역 간의 경제적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버블이 끼어 있다는 관측 역시 장쥔 교수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자본시장과 주택 시장은 항상 버블을 만들어 낸다”면서 “최근의 침체는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며 “그간 여러 번 이런 문제를 겪어 왔지만 이번에도 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장쥔 교수는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인한 과잉유동성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하지만 과잉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인가 하는 건 경기 부양책이 민간 부문의 성장을 촉진하고 경제가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오게 하는 효과를 내느냐 하는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장쥔 교수는 앞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은 서비스 산업이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1990년대부터 제조업이 경제발전을 이끌어 왔다며 성장이 보다 가속도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는 과거 한국에서 했던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과 같은 과정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구조조정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과잉 설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의지보다는 민간 자율에 의해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그는 ‘아시아의 공조’를 강조했다. 장쥔 교수는 “글로벌 위기는 아시아 역내 무역과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재차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을 보다 활발히 해야 하고 환율을 비롯한 거시 경제 정책 공제를 통해 외부로부터 오는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제임스 매코맥 피치 레이팅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2010년 세계경제 경제성장률이 1.7%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각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라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면서도 “세계 경기 회복은 서서히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 2000~08년 중의 세계경제 연평균 성장률 3.1%에 훨씬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또 각국의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한 대책들이 ‘부분적인 효과’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회복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면서도 부채 축소 과정은 아직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몇 번의 도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제임스 매코맥 이사는 우리 정부의 ‘슈퍼 추경예산’도 수출과 관련된 분야에서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수출 부문은 정부의 재정지출에 크게 영향받는다”며 “경기 부양책이 점점 둔화되는 수출과 관련된 부문의 수요 감소를 억제하는 데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반면 그는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제임스 매코맥 이사는 “한국의 외화보유액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변의 거시경제 여건이 극히 좋지 않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의 교역을 원만히 진행시키고 있어 위기에서 한발 비켜 서 있다”고 말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