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안윤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5월 7일 창원에서 열린 ‘전국 여성 CEO 경영연수(주최: 중소기업청, 주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후원: 경상남도)’에서는 회원들의 다양한 요구들이 분출됐다.지역 협회의 한 관계자는 “여성 기업임을 확인해 주는 업무로 지회가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업무가 과중하다. 출장비라도 중소기업청이 지원해 줄 수 없는가”라며 자리에 참석한 중소기업청장에게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사업의 어려움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중기청으로부터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여성 최고경영자(CEO)로서 겪는 어려움만큼이나 요구 사항들이 다양하다 보니 이를 포용하면서 정부 부처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윤정 회장은 올해 △저소득층 창업 지원 자금 300억 원 추진 △조달청 소액 수의계약 여성 기업 의무화 재개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 등은 통해 여성 기업사에 굵직한 한 획을 긋고 있다.여성 경영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얻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베푸는 것도 있어야겠지요.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후배들, 전체 여성 경영인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힘씁니다.그런 의미에서 여성 기업인 전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업 지원·육성, 창업 경진대회, 비즈니스센터 등인데, 오히려 ‘회비 낸 회원들은 뭐냐’는 불만을 듣기도 합니다. 회원들을 위해서도 재교육, 경영 연수, MBA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요즘은 여성들이 더 우수하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사법시험 합격자나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자를 여성들이 독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우수한 여성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유독 여성경영인만 따지면 비율이 줄어듭니다. 전체 숫자로는 34%가량 되는데 50%는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매출 총액 비중으로 보면 5%도 안 됩니다. 소기업, 영세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이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늦었고 우리 세대의 경우는 교육도 뒤처졌어요. 가난하다 보니 남자 위주로 교육을 시키고 여자는 이를 뒷바라지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들이 한목소리를 내서 잃어버린 것을 찾는데 힘을 합해야 합니다.공공 구매나 은행 대출 때 여성 개인은 차별을 받습니다. 아직 남편을 보증인으로 세워야 하는 등 어려움이 존재하다 보니 여성들이 뭉쳐야 될 필요성이 있지요.그래서 32년 전 협회가 창립됐고 10년 전에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고 또 협회가 특별법인이 되었습니다.그렇지만 앞으로 나오는 여성 경영인은 다를 거예요. 어릴 때부터 남자들과 경쟁한 세대이기 때문에 우수한 여성 CEO가 많이 탄생할 겁니다. 오히려 10년 뒤면 여성 파워가 더 커져서 남자들이 나눠 달라고 할 때가 오지 않을까요.여성은 멀티(multi-tasking)가 가능합니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어요. 또 감성적이고 세밀하고 투명하고 신뢰감이 있습니다. 가끔은 부지런함이 지나쳐 ‘아줌마 극성’으로 보이기도 합니다만.작은 기업들은 여자가 일으켜 세우기가 쉽습니다. 남자가 혼자 하기는 힘들지만 여자는 혼자서도 일을 척척 해냅니다. 개발 시대, 어려운 시기에 가족들을 먹여 살린 경험이 여성의 저력입니다. 적자 난 정부 기관도 여성 경영인을 영입하면 해결되지 않을까요.워크숍에서 보셨듯이 강의를 하나라도 더 넣으려고 스케줄이 굉장히 빡빡하지 않았습니까. 보통 워크숍이라고 하면 공식 행사를 빨리 끝내고 골프를 하거나 술을 마시러 가거나 하겠지만, 늦게까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앉아 학생처럼 배우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그런 것이 여성들의 특성입니다. 제가 회장이 돼서 그런 것을 느슨하게 진행하면 회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그 고초는 말로 다 못합니다. 책으로 써야 될 정돕니다. 남성들은 왜 여성만 우대하느냐고 반대합니다. 국회의원도 남자가 더 많지 않습니까. 기업인 출신의 배은희 의원이 ‘여성 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역시나 어려움이 많았습니다.남성들은 정보가 많고 그 사회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기득권을 뚫기가 힘듭니다. 남녀가 함께 경쟁해서는 힘든 측면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여성 기업인들의 갈망이었기 때문에 협회장 직을 걸고 취임 때부터 추진했습니다.여성 기업에 특혜를 주면 모든 기업들이 다 와이프(wife: 아내)를 내세울 겁니다. 그래서 우리 협회가 일일이 확인 작업을 합니다. 우리가 정부 인정 단체이다 보니 회원뿐만 아니라 전체 여성 경영인을 다 조사하고 있습니다. 전국 지회에서 그 지역 동(同) 업계를 서로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승복하지 않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는 등 어려움이 많습니다.다른 단체, 예를 들어 ○○협회 등은 ‘~기업’ 확인증을 주면 자동 협회 가입이 되는데, 우리는 그런 조건이 없습니다. 확인증을 조건으로 회원을 늘려나가면 권력화가 될 수도 있겠지요. 지금은 오히려 협회가 봉사하는 측면이 강합니다.가능합니다. 다만 회비를 내야 되고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니 가입하지 않겠죠. 여성이고 사업주면 다 가능합니다.좋은 소리보다 아쉬운 소리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이 힘듭니다. 회원들의 요구는 많지만, 그걸 한꺼번에 들어줄 수 없고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다 해야죠. 본업이니까. 대신 운동을 하지 못하고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개인 시간을 희생하죠.사실 다 관심은 갖고 있습니다. 다만 의도적으로 쓰는 시간이 1시간 이내일뿐 모두 관심을 갖고 가족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 하는데 시간을 못 낼 뿐입니다.남이 하는 것을 따라하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창업에도 유행이 있기 때문에 대개 경쟁이 심한 것을 하게 마련인데, 자신의 강점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취미가 일이 되면 평생 할 수 있고, 자기 계발도 가능합니다. 위치 선정은 좀 신중해야 하겠지만요. 도움이 필요하면 협회에 요청하세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1947년생. 이화여대 독문과 학사, 독어교육학 석사, 디자인대학원 졸업. 75년 안윤정 부띠끄 설립. 86년 (주)사라 대표(현). 85년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 회장. 98년 (주)한아인터내셔널 대표(현). 2007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현).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