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이명박 대통령은 5월 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갖고 “자장면이 청와대에 몰래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한 어린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장면을 좋아하고 피자도 가끔 먹는다”며 이 같은 농담성 발언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대통령이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은 사례는 없다.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X선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것은 물론 경호원들의 검식 절차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즐겨 먹는 음식은 무엇이고 청와대 손님들에겐 어떤 메뉴가 테이블에 주로 올라갈까. 대통령의 밥상엔 정치적인 함의가 들어 있기도 하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칼국수’를 즐긴 것은 군사정권 시절 청와대의 호사스러운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엔 영남 음식 일색이던 청와대 식탁에 홍어, 톳나물 등 호남 음식이 적지 않게 올랐다. 정권 교체를 잘 대변해 준다.자장면을 좋아한다는 데서 알 수 있듯 이 대통령은 면류를 즐겨 먹는다. 또 서민적이고 한국적인 입맛을 가졌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대선 때 국밥을 먹는 CF가 대통령 당선에 한몫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CF를 통해 이 대통령은 귀족 정치가라는 이미지를 벗고 서민과 함께 호흡한다는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정권 출범 초기인 지난해 청와대 공식 만찬의 단골 메뉴는 쌀가루로 면을 뽑은 국수였다. 쌀 가공식품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이 청와대 식단에까지 반영된 사례다. 이 대통령은 가난한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잡곡밥 대신 쌀밥을 선호한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을 일일이 꼽기가 힘들다고 했다. 식성이 무난하고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순두부와 김치찌개, 비빔밥 등을 즐긴다. 예전부터 가끔 맨밥에 날달걀을 풀고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기도 했다. 젊은 시절부터 라면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대통령은 이전에 즐겨 가던 식당의 음식을 청와대에 들어와서도 찾는다. 경호 문제 등으로 인해 직접 식당에 가긴 어렵다. 지난해 여름 여의도의 한 한식당 요리사를 청와대로 몇 차례 불러 이들이 만든 냉면을 먹기도 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는 개고기를 선호한다.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 단골이었던 세검정의 한 영양탕집 음식을 경호처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포장 구입하기도 한다. 누린내를 제거한 담백한 수육 맛에 반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시장 때부터 발길이 잦았던 서초동의 한 식당 음식도 청와대로 공수되곤 한다. 청와대 입성 이전엔 현대 시절을 비롯해 안국동에 오래 적을 뒀기 때문에 인근 한식당과 면옥집을 자주 갔다. 사골 우거지탕이 전문인 A식당과 설렁탕집인 B식당집도 단골이다.한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양식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해외 방문 때 그 지역 음식을 먹자고 해서 수행원들이 오히려 한식을 먹고 싶어 고생하기도 한다”고 귀띔한다.간식도 즐긴다. 만두 풀빵 빵 떡 케이크 뻥튀기 등 가리지 않는다. 이 대통령 부부는 간식으로 강남의 모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파는 떡볶이와 순대를 좋아한다. 시내의 한 식당에서 파는 단팥죽도 선호한다. 가끔 관저 직원들이나 딸·사위들에게 ‘배달 부탁’을 하곤 한다.미국 중국을 비롯한 각국 정상과 식사 땐 궁중신선로와 갈비구이 등이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땐 한우 갈비구이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가 올라갔다. 미국산 쇠고기가 메뉴에 포함된 것은 광우병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지난 2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청와대로 왔을 땐 오찬 메뉴로 올라 온 김치를 놓고 한동안 대화가 오갔다. 이 대통령이 “김치는 과학적이고 건강에도 좋은 한국 전통 음식”이라고 소개하자 힐러리 장관은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식으로 알고 있다. 매직 푸드(Magic food)”라고 화답했다. 작년 7월 이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궁중신선로 갈빗살구이 자연송이탕 등을 대접했다.홍영식·한국경제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