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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으면서 놀랄 만한 일이 많이도 벌어졌다. 민간 상업은행에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여한 것도 그런 일 중 하나다. 그 결과 미국 월가와 런던 금융가의 유수한 상업은행이 사실상 국유화된 것은 되돌아봐도 충격적이다. 이를 놓고 국내 금융권의 한 중견 전문가는 사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아내들을 국유화하는 게 받아들이기 나을 지경이다.” 그동안 공부해 온 내용이나 업무로서 연구해 온 것과 달리 나타난 현상에 경악한 전문가들이 한둘이 아니다. 다른 금융 관련 저명 교수는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해 그간 자신이 공부한 게 효과를 내지 못했고, 학문적 연구에 더 이상 의미를 두지 못하겠다고까지 했다.은행은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투자은행, 모기지 전문 금융사-에서 시작해 국내외 뉴스의 핵심 축이 된 것이 민간 상업은행이다. 부실 규모는 궁극적으로 얼마나 될 것인가. 지원받은 공적자금에 힘입어 금융의 중개업소로, 리스크 관리 전문 금융회사로 다시 일어설 것인가. 의문에 끝이 없다.은행의 자립은 금융 권역에만 국한되는 문제도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은행이 다시 살아나 활동해야 경제의 혈맥이라는 돈이 돌게 된다.돈이 돌아야 경제가 회생하는데 그 역할을 금융회사들이 수행해 낸다. 때로는 미덥지 못하고 얄미운 행태까지 보이지만 경제 위기에서 은행부터 살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은행은 전체 경제를 볼모로 잡고, 특히 서민경제를 담보로 잡는다고도 한다.따지고 보면 은행 업무는 돈놀이다. 다른 여타의 돈놀이(금융업이라고 한다)와 차이가 있지만 본질은 그렇다. 국가에서 면허증을 받아야 하고 평소에도 자격 심사를 수시로 받는다는 점에서 은행은 다른 금융회사와 격이 다르다. 건전성 심사라는 일종의 재고 검사를 금융 감독 당국에서 엄하게 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그 대신 최대한 낮은 돈값(금리)으로 최대 다수를 상대로 금융 업무를 본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개인들을 상대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경제적 약자일수록, 신용도가 떨어질수록, 사업 등으로 신용에 상처를 남겼을수록, 정작 더 급전이 필요할수록 은행 문턱은 높아지는 게 현실이다. ‘정상 판정’에서 멀어지는 이런 경제적 약자들은 은행 대신 제2금융권으로 향한다. 정상에서 더욱 멀어져 저축은행이나 금고와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경우 더 열악한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사금융으로 분류되는 곳 가운데서도 정식으로 등록하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영업하는 곳에 대해서는 사실 왈가왈부하기가 어렵다.문제는 불법 사금융이다. 경제가 나쁠수록 독버섯처럼 더 성장하는 불법 사금융은 어떻게 해서라도 뿌리 뽑아야 한다. 불법적, 폭력적 사금융의 폐해와 실태는 다시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최근 반복 발생했고 사회 문제화됐다.급기야 정부가 불법 사금융 피해 방지 대책도 발표했다. 불법 대부업자들의 활동에 전방위로 압박을 가하면서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이제 관건은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보완책도 마련해 가면서 금융 사각지대가 없어지도록 꾸준히 노력해 나가느냐 여부다. 그간 금융감독원과 검·경까지 나서 단속했지만 쉽게 근절되지 못했다.집중 단속 기간만 지나면 불법행위가 반복되곤 했던 것은 불법 사금융이 돈놀이 가운데서도 제일 많이 남는(금리가 높은)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불법 사금융을 근절해야 한다. 문명국가에서, 선진 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이로 인해 일어난다. 한국은행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은 사상 최악의 수준이 됐다. 2008년 기준으로 802조 원, 전년에 비해 8% 늘었다. 저소득 취약 계층으로 갈수록 채무 부담 외에 생활비·교육비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고, 이런 상황을 불법 사금융이 교묘하게 파고들 것이다. 차제에 저소득층을 위한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의 활성화나 기존 신용회복위원회의 기능 확대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