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2인자라는 자리는 1인자에 오르지 못하고 실패한 리더의 한 부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1인자 이상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2인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스와 조직원들을 이어주며 조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2인자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불리는 2인자들의 ‘성공 방정식’을 알아봤다.10억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마오쩌둥을 홍군 사령관으로 추대하고 2인자의 역할을 자처했던 저우언라이다.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데이비드 히런과 워런 베니스가 쓴 ‘위대한 이인자들’에서는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를 이렇게 묘사했다. ‘1949년 10월 1일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정부수립일이다. 공화국의 수립을 선포하는 천안문 발코니에는 저우언라이 총리가 마오쩌둥 의장의 반 걸음쯤 뒤에 서 있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은 매우 특이했다. 투박하고 거칠며 세속적인 마오쩌둥에게서는 대부분의 세계 지도자들이 가지고 있는 세련된 교양미를 찾기 힘들었다. 그러한 덕목을 지닌 사람은 단정하고 풍채 당당한 저우언라이였다. 저우언라이의 윤기 있는 검은머리, 강한 눈매는 지중해 사람을 연상케 했으며 약간 큰 듯한 제복도 매우 잘 어울렸다.’실제로 많은 중국 학자들은 저우언라이를 뛰어난 지적 능력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국민에게 헌신한 중국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꼽고 있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마오쩌둥이 없었다면 중국의 혁명은 결코 불붙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우언라이가 없었다면 그 불길은 다 타서 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그는 30여 년 가까이 중국 총리를 지내면서 ‘영원한 2인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귀족 가문이었던 저우는 대장정을 계기로 마오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지도자적 기질을 발견하고 그를 지도자로 추대, 자청해서 2인자의 길을 걸었다. 저우는 당내에서 계파도 만들지 않았고, 항상 마오의 한 걸음 뒤에서 그를 뒤따랐다. 특히 문화대혁명의 광풍에서도 중국 개혁 개방의 토대를 만든 근간에는 저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학자들의 평이다. 그는 비록 공식적으로는 조연이었지만 많은 면에서 중국을 인도해 가는 등불이었다.힘이 집중되는 곳에는 1인자, 즉 리더가 생긴다. 하지만 1인자는 언제나 외롭다. 그래서 1인자는 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2인자를 찾는다. 역사를 살펴보면 성공을 거둔 수많은 리더들 곁엔 항상 2인자들이 있었다.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를 키운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인 예다. 프로그래머가 아닌 발머는 게이츠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면서 MS를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키웠다. 때론 게이츠와 격론을 펼치기도 했지만 발머가 ‘결혼 관계’라고 말할 만큼 둘 사이는 평등했고 또 가까웠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성공 뒤에도 버핏의 투자에 시어머니 역할을 해 온 찰리 멍거 부회장이 있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그의 선거 전략 컨설턴트 데이비드 액셀로드 역시 마찬가지다. 액설로드는 오바마의 많은 결점들을 변화라는 메시지를 기반으로 국민의 참여, 풀뿌리 정치를 통해 극복하는 데 상당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삼국지’는 1인자들이 아닌 2인자들이 펼쳐가는 대하서사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국지에서 배우는 2인자 리더십’의 저자 나채훈 씨는 “삼국지의 등장인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결단력이나 통찰력, 지략, 경륜과 결코 변하지 않는 의리 같은 덕목은 상당 부분 2인자들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위나라의 조조에는 인품과 경륜을 갖춘 명재상 순욱이 있었고, 촉한의 유비에게는 실용적 사고를 가진 2인자의 전형 제갈량이 있었다. 또 오의 손권에게는 인간적인 매력을 겸비한 지략가 주유가 있었다. 물론 이들 외에도 위의 가후 곽가 사마의 순유, 촉한의 관우 법정, 오의 노숙 여몽 육손 장수 등 뛰어난 2인자들이 1인자를 도와 그들만의 스토리를 펼쳤다.물론 2인자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인물들은 처절한 패배를 맛봐야 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원소다. 한때 그는 가장 강력한 세력을 이루고 있었음에도 한순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나 씨는 “그는 순욱과 곽가를 떠나보냈고, 저수와 전풍 같이 유능한 2인자를 오히려 죽게 하거나 옥에 가둠으로써 멸망을 자초했다”고 평가했다.요즘들어 ‘2인자 리더십’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과거 2인자라고 하면 대부분 ‘열등감’ ‘복지부동’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실제로 한 일간지가 지난해 네티즌 2302명을 대상으로 2인자의 이미지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훨씬 넘는 60.9%가 ‘나름의 영역을 개척하며 인정받는 창의적 인물’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1인자를 만드는 사람(15.8%)’이 뒤따랐다. 반면 ‘만년 2등으로 남은 불운한 인물(8.4%)’, ‘패배자(1.5%)’ 등 부정적인 답변은 10%를 넘지 않았다. 또 ‘하는 일이 즐겁다면 2인자도 마다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7%가 ‘당연하다’, 34.5%가 ‘그럴 의도가 있다’고 답해 긍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응답자의 46.1%는 ‘앞으로 2인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사회 변화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견이 27.7%였고 ‘순간의 유행으로 끝난다’는 부정적인 의견은 9.3%에 불과했다.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복잡하고 다양해진 사회에서 단 한 사람이 모든 의사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에서 ‘1등 지상주의’에 대한 불안감의 발로라는 해석, 책임지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까지 여러 가지 설명이 쏟아져 나온다.하지만 결정적으로 ‘2인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사회의 대다수가 ‘2인자’ 혹은 ‘참모’이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조직이든 최고위직에 오르지 않는 한 모두가 참모다. 대부분의 사회인이 직급이나 직책에 상관없이 참모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들 대다수가 자신을 따르는 조직원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 애널리스트는 “역사상으로 참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자리에 있는 리더와 그의 리더십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남의 다리만 긁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1인자를 돕고 3인자, 4인자를 독려해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2인자의 리더십’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2인자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측면도 있다. 바로 2인자의 리더십은 스태프 마인드(staff mind)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즉, 내 주위의 참모들을 잘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나아가 비록 내 참모가 아닐지라도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 각양각색의 군상을 내 참모로 활용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자신이 보스의 참모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설사 보스와 참모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그의 참모로서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내 참모를 잘 활용하고 그의 참모가 돼 주는 것이 인생의 성공을 이끄는 비결중 하나인 스태프 마인드다.그렇다면 바람직한 2인자의 길, 즉 ‘2인자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리더십 관련 전문가들은 먼저 최고 결정권자의 결정을 서포트해야 하는 2인자는 보스보다 먼저 생각하고, 리더보다 멀리 내다보고, 상사보다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재영 한국코칭연구소 이사는 “스스로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점 때문에 스스로 위축되고 행동을 구속한다면 자신과 조직의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항상 나보다 높은 직급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아울러 2인자는 자신의 판단에 충실해야 한다. 보스의 판단을 돕기 위해 객관성을 중시하되 자신의 주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희 애널리스트는 “주관을 중시하라는 게 이해타산이나 자기 보신을 앞세우라는 뜻이 아니다”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세심하게 살피고 최대한 신중하게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보스를 제대로 설득할 수 있는 능력 역시 ‘2인자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이다. 훌륭한 참모란 좋은 아이디어를 개발해 보스에게 그냥 전하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 바람직한 1인자와 2인자의 관계는 단순히 주고받는(Give & Take) 식이 아닌 밀고 당기는(Push & Pull) 관계다. 이 때문에 보스의 캐릭터와 스타일을 면밀히 연구해 그에 맞는 설득 기법을 찾아야 한다.2인자는 조직원이나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 1인자는 자신의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이에 관련돼 피해를 입거나 이를 반대하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여기서 2인자들은 그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일례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책사 필립 굴드가 시종일관 당 현대화를 외친 것은 싫든 좋든 이미 변화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으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세운 정도전이 제일 먼저 토지 개혁을 추진한 이유도 민심을 얻기 위해서였다.반면 권력이나 자리를 탐하는 것은 2인자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보스가 채택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세상의 어떤 보스도 자기 의지가 아닌데 자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 한다. 따라서 2인자가 자리를 놓고 보스와 경쟁하는 것은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이 같은 2인자의 리더십을 실천한 최고의 2인자들의 특징을 모아 데이비드 히런과 워런 굴드는 ‘2인자를 위한 10가지 조언’을 제시했다.△‘너 자신을 알아야 한다.’1인자보다 2인자가 되는 게 사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성공한 2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만든 최고 작품의 영예가 타인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조용히 지켜봐야 할 만큼 강한 자아를 지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리더를 알아야 한다.’1인자를 꿈꾸는 2인자라면 보스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어떤 리더들은 참모가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불안해하며 제거한다. 그러므로 보스가 2인자를 선택할 때만큼 참모도 보스를 선택할 때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큰 충돌을 피하라.’ 2인자는 자신의 명령으로 조직의 운영 방식을 바꿀 권력이 없다. 그러므로 조직의 문화를 먼저 터득하지 않으면 모든 시도가 방해받을 것이다. 바꾸는 것은 시간이 지난 후다.△‘보스에게 원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것까지 제공하라.’ 2인자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현명한 리더라면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리더가 현명한 것은 아니다. 사실 중역실은 2인자와 3인자들의 피로 물들어 있다. 냉혹한 진실을 듣기 좋게 만드는 능력은 모든 살아남은 2인자들이 터득한 지혜다.△‘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훌륭히 수행하라.’ 저명한 2인자들은 자신이 가진 경쟁력을 중심으로 조직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제조책임자였던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은 생산성 증대는 물론 새 산업 표준을 만들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영혼을 팔거나 개인 생활을 망치지 말라.’ 많은 2인자들은 성공에 대한 강박으로 그들을 아끼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잃게 된다.△‘따르기도 하고 이끌기도 해라.’ 훌륭한 2인자는 리더와 조직원을 잇는 조율자의 역할을 할 줄 안다. 그 노력이 실패해 지위를 잃더라도 세간에 그의 성실성은 유지할 수 있다.△‘제자리에 머무를 때를 알라.’ CEO는 영광을 한 몸에 받을 수도 있지만, 모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한발 물러서 때를 기다를 줄 알아야 한다.△‘물러날 때를 알라.’ 보스가 자신에게 과도한 일을 요구하거나 불법적인 일에 개입한다면 그만두어야 한다. CEO의 반 정도가 그 자리에 10년 이상을 머무른다. 누가 10년 후를 책임질 것인가.△‘성공의 개념을 정립하라.’ 현명한 2인자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들은 단순히 일의 대가가 아닌 인생을 즐기기 위해 기업에 애정과 에너지를 쏟는다. 자신만의 성공은 무엇인지 항상 되새겨봐야 한다.이처럼 2인자의 리더십은 어찌 보면 1인자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공적인 조직이 행복한 두 사람, 즉 1인자와 2인자의 밀월 관계에 의해 운영된다는 사실은 꼭 주목해 봐야 할 만하다. 많은 리더십 전문가들은 국내 재계에서 가장 성공한 ‘2인자’로 이학수 전 삼성 기획전략실 부회장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그가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삼성자동차 매각’은 삼성 그룹이 무거운 짐을 벗고 훌쩍 뛰어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훗날 이 부회장이 언론과 한 인터뷰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사재 2조8000억 원을 내놓아야 하는 청산 플랜을 추진하는 데 대다수의 중역들이 부담을 가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를 밀어붙였고 이 회장 역시 ‘내놓을 게 있으면 내놓아라’라며 30분 만에 결정했다고 한다.대북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1998년 정권 교체를 이룬 새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인 ‘햇볕정책’의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북한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이에 따라 당시 삼성은 북한에 10년간 5억 달러를 투자해 165만㎡ 규모의 전자산업단지를 짓는 것을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5년간 10억 달러를 요구하는 북한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사업을 올스톱했다. 2009년 현재 대북 사업은 위축 일로를 걷고 있다.그렇다면 이 부회장은 어떻게 보스의 마음을 얻었을까. 비밀은 ‘역지사지’에 있다. 이 부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실행하기 전에 한번만 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실수도 줄이고, 아무리 나쁜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덜 상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말은 짧고 간결하고 추상적이다. 보스의 의중을 꿰뚫는 전략적 사고는 2인자의 필수 조건이다.보스의 스타일을 잘 알고 이에 맡는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회장은 상대방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허세에 차서 일을 대충대충 하는 것은 매우 싫어한다. 이럴 때 필요한 능력은 철저한 ‘야전 사령관’ 스타일이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물론 이 부회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는 마지막까지도 최종 결정권을 가진 오너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또 그러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훌륭한 조력이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수석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대성공한 리더를 보면 참모들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며 “하지만 대다수의 리더가 2인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참모들 또한 제대로 된 2인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인자를 만든 2인자들’ ‘어드바이스 파트너’ 등 2인자들의 리더십을 파헤친 여러 저서를 낸 바 있는 이 애널리스트는 본인 역시 청와대 행정관, 국회의원 비서관 등 ‘2인자의 길’을 거쳐 왔다.“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다. 1인자들은 자신이 이뤄낸 몇 번의 성공으로 인해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럴 때 반대를 외칠 수 있는 게 훌륭한 2인자다. 일례로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십 중 하나인 루스벨트와 루이하우의 경우 루이하우의 별명은 ‘미스터 노 맨(Mr. No man)’이었다.훌륭한 2인자의 반대는 단지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아니다. 루스벨트는 루이하우의 반대를 자신의 논리를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데 활용했다. 만약 1인자가 그의 결정에 고개를 내저을 수 있는 2인자들을 ‘불편하다’는 이유에서 내치기만 한다면 결국 그의 그릇은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이다. 2인자도 더 큰 성공을 원한다면 이런 리더와는 서서히 결별을 준비하는 게 낫다.2인자의 자리를 1인자가 되기 위해 거쳐가는 길 정도로만 생각하는 2인자라면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1인자의 역할이 결정을 내리는 일이라면 2인자의 역할은 결정을 돕는 일이다. 이 둘은 철저하게 역할 분담이 돼야 하며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에 더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또 1인자의 자리에 올랐다면 과거 2인자 당시 하던 일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최현만 부회장, 구재상 사장과의 관계다. 꼭 2인자가 한 명일 필요는 없다.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다. 이들 셋은 각각 비전, 전략, 운영의 역할을 절묘하게 해내며 그룹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미래에셋의 고성장의 힘은 박 회장이 참모들을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