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머니트리 공동 기획

사람은 살아가면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래서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난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한순간에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들 잃어버린 소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필자의 고객 박모(34) 양 또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케이스다. 박 양의 아버지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가족의 보험료로 매달 50만 원 정도(3인 기준)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특별히 보험금을 수령할 만한 일이 없었다. 그래서 보험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반신반의하고 있었고, 그러한 생각은 결국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가 아깝다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했다.결국 6개월 전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그동안 유지했던 보험들을 모두 해약, 그 해약 환급금으로 부족한 회사 운영 자금을 충당했다.박 양의 아버지가 급성 뇌출혈로 쓰러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후 현재까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병원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필자를 만나기 2주 전 친동생이 음주 상태에서 왕복 8차로를 무단 횡단 중 택시에 치여 하반신 골반 탈골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친동생의 경우 택시 조합에서 실질적인 병원비를 보상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현재 아버지의 회사는 부도 처리 중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아버지의 병원비는 박 양이 그동안 결혼 자금으로 모아 놓은 4000만 원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박 양은 매달 300만 원 이상의 병원비를 6개월간 지불하느라 부담이 컸고,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돈을 들여 아버지의 병이 호전되거나 완치될 수 있다면 비용에 상관없이 어떠한 비용이든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남은 돈마저 다 쓰고도 아버지가 완치되지 못한다면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인 것이다. 돈이 없어 결국 치료도 못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사망 시 장례비 역시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박 양과 필자는 혹시라도 해약하지 않은 보험이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해약한 보험 증권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증권을 살펴보니 만약 아버지가 보험을 해약하지 않았다면 급성 뇌출혈로 4000만 원의 진단비와 장애 80% 이상 판정으로 1억6000만 원의 보험금, 그리고 최대 3000만 원까지의 의료실비 혜택을 받게 될 수 있었다. 친동생 역시 장애 등급에 따른 보상금과 최대 5000만 원까지의 의료실비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보험금을 받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막다른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박 양과 상담하면서 한 통계 자료의 내용이 떠올랐다. 가장이 사망할 경우 1년 이내에 전체 가구의 60%, 2년 이내에 80%가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는 통계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이러한 모든 경우가 박 양과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보장성 보험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의 사망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기 때문에 이런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너무 극적인 상황이라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믿지 못할 수도 있다. 필자 역시 박 양을 만나 상담하면서 이런 극적인 상황에 매우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분명 먼 나라가 아닌 우리 이웃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우리에게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유념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상황이 어려워지면 보험을 해약하려고 한다. 특히 보장의 혜택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해약을 더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한 광고의 카피처럼 보험의 꽃은 어려울 때 핀다.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은 언제 어디에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보장성 보험은 무형의 안전장치이자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리고 보험의 혜택을 당장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 안전장치를 포기하지 말자. 충동적으로 해약하지 말고 먼저 전문가와 상담하길 바란다. 지금 당장 느껴지는 혜택은 없을지라도 언젠가 독자들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줄 때가 분명히 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당신에게 가장 튼튼한 희망의 끈이 되어 줄 것이다.송동섭·머니트리 재무설계사 sdsme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