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업 투자 환경 점검

세계 조선 산업과 해운 산업은 선박을 매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해운 산업에서는 선박량의 증감이 시황 변동의 핵심 요인으로 반영되며 조선 산업에서도 해운 시장의 부침에 따라 선박 발주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 해상 운임은 해상 물동량이라는 수요 측면과 선박량이라는 공급 측면의 균형점에서 결정된다. 이러한 해상 운임은 해운 업종의 호황과 불황을 나타내주는 핵심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산업의 가격 지표인 신조선가도 선박 발주량과 조선사의 건조 능력, 그리고 세계경제 흐름 등에 의해 결정된다.2003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 조선 산업은 선박 발주 급증과 신조선가 상승의 초호황 사이클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조선 업계는 대규모 수주 잔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조선 업계는 고가로 수주한 선박들을 본격적으로 건조하면서 영업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대규모 선박 인도 물량은 해운 시장의 공급과잉을 낳았다. 이러한 공급과잉 상태에서 2008년 하반기 미국에서 비롯된 세계 경기 침체는 해상 물동량을 급감시켰고 해상 운임도 급락시키면서 세계 해운 산업은 최악의 침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해운 산업 침체와 선박금융의 위축은 다시 조선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국내 조선 업계는 6개월 이상 선박 수주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선박 가격은 수급 악화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2009년 2분기 조선 및 해운 산업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하반기 이후 해운지수 및 신조선가의 반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본격적인 상승 전환을 논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로 판단된다.2009년 국내 조선 업계는 발주량 급감과 선가 급락으로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고 선가의 상승 반전이 나타나면서 선박 발주와 신조선가 상승 반전에 대한 기대가 나타났다. 2008년 7월에 해상운임지수가 폭락한 이후 9월에는 중고 선가가 급락세를, 바로 10월부터는 신조선가 하락세가 나타났었는데 이와 반대로 최근 발틱운임지수(BDI: Baltic Dry Index)의 상승 반전이 중고 선가를 높였고 향후 신조선가의 상승세 전환도 가능하다는 논리인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중고 선가의 상승은 해운 시장의 일시적인 반등에 따른 것으로 추세적인 상승 흐름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신조선 발주 취소 분위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컨테이너선 중심의 인도 연기 요청이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유럽의 선박금융 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어 본격적인 신조선 발주 회복과 신조선가의 상승 전환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4월 24일 기준 클락슨의 신조선가 인덱스는 155로 고점이었던 2008년 10월의 190에 비해 18.4%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그리고 선종별 신조선가는 고점 대비 30% 전후의 하락세가 나타난 상황이다.상반기 선박 수주가 전무해 하반기부터는 일부 선박 발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조선 업계의 수주 잔량이 크게 줄어든 시점이어서 오히려 발주가 나오게 되면 조선사별로 저가 경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하반기에 신조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이처럼 최근까지도 신조선 시장은 극도로 침체돼 있지만 해양 부문은 점진적인 개선 흐름이 기대된다. 일부 대규모 해양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이슈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에 바로 해양 부문의 대규모 발주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2009년 하반기 이후에는 충분히 기대해 볼만하다. 대부분의 해양 부문 프로젝트는 중·장기 계획으로 최근의 세계 경기 악화 속에서도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양 부문에서 대규모 발주가 계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최근 조선 업계 주가에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반기 이후 전개될 해양 부문의 주요 프로젝트는 △로열더치셸의 LNG-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장치) 프로젝트(50억 달러) △호주 고르곤(Gorgon) 가스 프로젝트(320억 달러) △엑슨모빌의 5개년 해양 개발 프로젝트(250억~300억 달러) △러시아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 △페트로브라스의 5개년 해양 개발 프로젝트(해저 시추선 420억 달러) 등이 있다.해양 부문 프로젝트의 부각은 특히 삼성중공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66%에 이르고 있으며 LNG-FPSO도 세계 최초로 개발 및 수주했다. 최근 국내 조선 업계는 조선의 비중을 줄이면서 신수종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비조선 비중을 확대하면서 조선 업종의 경기 변동성에 대처하려고 하고 있다. 해양 사업뿐만 아니라 엔진 태양광 풍력 로봇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으며, 이는 조선 업계의 중·장기 사업 구도와 맞물리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조선 업체들은 진정한 의미의 중공업체로 변신할 것으로 보여 장기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판단된다.세계 해운 산업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송량 감소와 선박 공급량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해운 시장 침체로 운임지수가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 업계의 2009년 영업 실적은 전년 대비 급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용·대선 구조가 복잡해 해운 업계의 부실이 확산될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 채권은행들은 4월 하순에 38개 중대형 해운 업체에 대한 신용 평가를 진행했었고, 대책도 마련했다. 평가 대상인 38개사 가운데 3개사는 워크아웃, 4개회사는 퇴출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 시장은 세계 단일 시장으로 국내 해운 업계의 구조조정이 전체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해운 시장은 앞으로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세계 수출입 물동량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고 해상운임지수도 폭락했다. 세계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에 들어가지 전까지는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BDI는 저점을 확인하고 상승 반전하기도 했지만 전체 세계 해운 시장을 평가한다면 극도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내 해운 업계의 2009년 1분기 영업 실적은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며 2분기까지 영업 실적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해상운임지수 중 대표 지수라고 할 수 있는 BDI는 4월 29일 기준 1772로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BDI는 2주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벌크 해운 시장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줬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인 반등이라고 할 수 있으며 벌크 해운 시장의 수급을 고려할 때 추세적인 상승 흐름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2분기는 벌크 해운 시장의 전형적인 성수기로 BDI의 추가 상승이 가능할 수 있지만 마지막에는 1800~2000 수준에서 안정될 전망이다.특히 최근에는 컨테이너 해운 시장의 침체가 벌크 해운 시장보다 더 부각되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대규모 인도가 지속되면서 컨테이너 해운 시장의 공급과잉 상태가 확대되고 있다. 채산성이 없어 항만에 정박돼 있는 계선량도 컨테이너선이 다른 선종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컨테이너선 관련 해운지수는 역대 최저치를 지속적으로 경신하고 있다. HR종합용선지수는 360.5로 용선 수요가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상하이의 종합 컨테이너운임지수(CCFI)도 819.6으로 최악의 상황이다. 컨테이너 해운 시장의 성수기인 3분기에는 지수의 상승 반전이 나타날 수 있지만 추세적인 상승 흐름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송재학·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martin.song@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