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의 경제 효과

우주산업은 크게 위성, 발사체, 발사대(우주센터) 분야로 나뉜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발사체 기술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오는 6월 발사되는 KSLV-Ⅰ이 ‘최초 발사체’로,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Korean Aerospace Reaserch Institute)이 1993년 최초로 발사한 KSR-1과 KSR-2(1998년), KSR-3(2002년)은 ‘과학 로켓’으로 불린다. 실험용이라는 얘기다. KSR-1은 단순히 발사체를 처음 테스트한 것이고 KSR-2에서는 단분리형을, KSR-3은 액체 추진을 테스트한 것이었다. 과학 로켓을 기반으로 비로소 KSLV-Ⅰ이 탄생했다. 발사체는 우주에 무엇인가를 실어 나르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100kg급 저궤도 위성(STSAT-2, 과학기술위성 2호)을 발사하는 KSLV-Ⅰ이 최초의 발사체가 되는 것이다.KSLV-Ⅰ이 한국의 최초 발사체이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국내 기술은 2단 로켓에 그친다. 1단 로켓과 1, 2단을 합한 전체 발사체의 설계는 러시아가 맡았다. 실제로 KSLV-Ⅰ의 개발비의 절반 이상이 러시아로 들어간다. 이 아쉬움은 2018년 KSLV-Ⅱ가 발사되면 해소될 듯하다. 2018년까지는 자체 기술을 완성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KSLV-Ⅰ 발사를 위해 러시아에 개발비를 지급한 것과 반대로 한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개발비를 받을 수 있게 된다.러시아 설계의 1단 로켓(하부)은 액체로켓 방식이다. 한국이 설계한 2단 로켓은 고체로켓 방식이다. 고체로켓은 내부에 화약의 일종인 고체연료를 넣고 점화하는 단순한 구조다. 한 번 불을 붙이면 연료가 다 탈 때까지 멈출 수 없다.액체로켓은 액체연료인 ‘케로신’과 액화산소를 혼합해 연소하는 것으로 껐다가 다시 켤 수도 있고 출력 조절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구조가 복잡하고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 섭씨 영하 180도에서 액화산소를 보관하고 주입해야 하는 등 관리도 까다롭다. 북한은 자체 기술로 30톤 추력의 액체로켓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한국이 2018년까지 발사체 전체의 기술을 완성한다는 것은 액체로켓 기술을 확보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안영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7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우주 발사체 기술 수준은 1970년대 초반에 인공위성을 발사한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30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 그러나 100kg급 소형 위성 발사체(KSLV-Ⅰ)와 1.5톤급 실용위성 발사체(KSLV-Ⅱ) 개발에 성공할 경우 이들 국가와의 기술 격차는 10년으로 단축될 것”이라며 “한국은 전자·기계 등 국내 기술 기반이 견고하므로 실용위성 발사체 개발이 완료되는 2018년 이후부터는 상당수의 서브 시스템 및 부품 분야에서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의 기술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위성의 경우도 실용위성·다목적 위성은 독자 개발이 가능한 단계다. 그러나 지상 800~900km 상공의 저궤도 위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3만5000km 상공의 정지궤도 위성은 현재 개발 중이다. 정지궤도 위성은 저궤도 위성에 비해 덩치가 크고 자체 추진력이 강해야 하며 발사체의 추진력도 높아야 하는 등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한국이 그간 발사한 위성을 보면 우리별위성은 50~110kg, 과학기술위성은 99.2~150kg, 다목적 실용위성은 470~1400kg이다. 2003년부터 정지궤도 위성으로 개발 중인 통신해양기상위성은 2.5톤에 이른다.참고로 KSLV-Ⅰ은 100kg급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우주 발사체다. 향후 정지궤도 위성과 대형 저궤도 위성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진력이 강한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 경제성과 직결된다. 2018년 발사될 KSLV-Ⅱ는 1.5톤급 실용위성을 발사를 목표로 개발된다.우주센터의 경우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이 위성 발사장을 갖고 있다. 전 세계 우주센터의 역사는 우주개발의 역사와 비슷하다. 러시아가 1947년 최초로 만든 데 이어 미국이 1949년 설치했다. 이밖에 호주 캐나다(2000년 폐쇄)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프랑스 일본 중국 브라질 이스라엘 한국이 우주센터를 갖고 있다.전남 고흥군 봉래면에 있는 나로우주센터는 저궤도 위성 발사장으로 발사대 시스템, 추적 레이더, 원격 자료 수신 장비, 광학 추적 장비, 하이 스피드 카메라, 기상 레이더, 기상 장비, 비행 종단 지령 장비, 발사 통제 장비 등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우주개발 사업은 아직 시장이 크지 않다. 인공위성 사업의 경우 2010년 세계시장은 22억 달러, 2020년 3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안영수, ‘항공우주산업의 2020 비전과 전략’, 산업연구원). 2020년에는 국내 시장이 전 세계의 10% 비중으로 일정 수준의 내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생산 비중은 11.7%, 수출 비중은 11.1%로 세계시장에서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인공위성과 달리 우주 발사체의 경우는 2020년 한국의 생산 비중이 25%로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시장은 20%, 수출 비중은 7.7%다. 다만 시장 규모가 2020년 10억 달러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다. 대신 선진국의 전략적 보호 기술의 국내 보유 및 해당 제품의 수출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KSLV-Ⅰ은 연구·개발비 5025억 원, 경제적 파급효과는 3조 원에 육박한다. 참여한 업체만 해도 160여 개, 대학 및 관련 연구소는 43개에 이른다. 우주산업은 위성·발사체 등의 직접적인 비용 외에도 기술 응용 분야가 다양해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위성·우주 발사체에 적용된 최고 수준의 기술은 통신,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되면서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대표적으로 핵자기공명장치(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와 컴퓨터단층촬영(CT: computed tomography)은 아폴로 우주 비행선의 디지털 영상 처리 기술에서 나온 것이다. 또 우주 비행사들의 식수와 음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정수기와 전자레인지는 지금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사(NASA)가 1970년대 우주 정거장 스카이랩에서 화재를 감지하기 위해 개발한 화재 경보 장치는 지금의 건물·주택에 그대로 적용됐다.국내에서는 벤처기업인 쎄트렉아이가 인공위성 기술과 이동통신·반도체 기술을 접목해 발전소 등에서 유출되는 인공방사선과 자연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을 구분하고 감시하는 환경 감시기를 개발했다. 미국에서 개발된 시스템은 인공방사선과 자연방사선을 구분할 수 없어 한국 제품이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발사체의 성능을 점검하기 위한 풍동, 전자파 시험실, 열·진동 시험실 등의 시설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풍동 시험은 항공기·헬리콥터와 같이 비행하는 각종 운송체 개발 시 비행 하중, 비행 성능, 안전성 등을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비행 시와 유사한 조건의 바람을 만들고 축소 모형을 설치해 시험하는 시설이다. 항공우주 기기 외에도 자동차, 고속전철, 크레인, 철탑, 해상 구조물, 대형 교량 등의 제품 시험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EM/EMC로 알려진 전자파 환경 시험은 다른 기기에 미치는 전자파 간섭과 전자파 내성 시험을 하는 것으로 자동차, 방위산업, 전자기술 등의 시험에 사용되고 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