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자급 나선 중국의 속셈
중국발(發) 세계 식량 위기를 미연에 방지한다.“중국이 현재의 경제성장 속도를 유지하면서 해외 식량 의존도를 높인다면 세계적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세계 각국과 미래학자들의 경고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내 식량 자급’을 선언하고 나섰다.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식량 생산을 위해 아프리카 등 해외 농지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3억 인구 대국 중국이 식량을 해외에서 아웃소싱하는 것이 과연 자국의 식량 안보를 개선해 줄 것인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구심을 표하면서 자급 방침을 명확히 한 것.뉴둔(牛盾) 중국 농업부 부부장은 최근 이탈리아 북부 트레비소에서 열린 G8 농업장관 회의에서 “중국은 자국의 토지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하길 원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나 한국과 같이 식량을 해외에서 아웃소싱하는 나라들과 중국은 다르다”고 강조했다.뉴 부부장은 “다른 나라의 토지에 의존해 자국의 식량 안보를 의존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우리 자신의 힘으로 식량 자급을 이루겠다”고 언급했다.이는 중국 정부 관료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해외 식량 투자와 자급 노력 여부를 언급한 것으로 각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세계 최대 농업국이자 곡물 소비 및 생산국인 중국의 농업 정책 방향은 세계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중국이 그동안 확대해 오던 해외 식량 생산 방침에서 선회한 것은 최근 농업 생산물 생산과 교역을 둘러싸고 국제 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점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농산품 가격 등이 지난해 급등하고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면서 단순히 글로벌 식량 시장에만 의존하기엔 국가 안보가 미심쩍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한 해 내내 국제 곡물 가격이 요동쳤고 올해도 언제 다시 반등할지 모르는 상황이다.하지만 식량자급률은 서구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중국이 과연 ‘자급’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동아시아 국가들의 해외 식량 의존도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 식량자급률은 한국이 20%대, 일본이 30%대, 중국도 50%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중국 정부는 이 같은 자국 내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4억7000만 톤이던 곡물 생산량을 2020년까지 5억4000만 톤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올해 농업 부문 예산을 20% 증액한 상태다. 앞서 중국은 아프리카에 14개 대규모 농업 시범 센터를 구축하는 등 대규모 농업 투자를 실시하며 식량 부족 사태에 대비해 왔었다.현재 식량문제는 동아시아 외에 전 세계 질서 안정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G8 식량보고서에 따르면 “급증하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는 2050년까지 식량 생산이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나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FT는 식량 증산이 시급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난 2년여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위기가 향후 몇 십 년간 계속 구조적인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2년간 식량난으로 아이티와 방글라데시 등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소요가 발생한 상황이다. 유엔은 현재 10억 명의 인구가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사 상태 인구만도 1억 명으로 추산된다.반면 인도와 아르헨티나 같은 주요 농업 생산물 수출국들은 농산물 해외 수출에 각종 제재와 규제를 가하며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식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 기아 폭동과 대량 이주, 대량 사망의 대재앙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톰 빌색 미 농무부장관은 “각국이 식량 생산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면 세계는 새로운 사회적 불안정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인도주의적 차원을 넘어 (현실적인 과제로) 식량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김동욱·한국경제 기자 kimdw@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