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잉’

확실히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즐겨 다루는 소재는 ‘슈퍼히어로’ 아니면 ‘종말’이다. 혹자는 9·11 사태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경향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다크 나이트’와 ‘왓치맨’의 사례에서 보듯 확실히 이런 장르의 영화들이 어두워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노잉’은 기대할만한 요소들이 많은 영화다.이집트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라 할리우드로 ‘픽업’된 특이한 이력의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9·11 이전부터 이미 ‘크로우(1994)’, ‘다크 시티(1998)’, ‘아이로봇(2004)’ 등을 통해 특유의 세기말적 또는 미래 세계의 음울한 세계를 선보였었다.1959년, 미국의 한 초등학교 개교식. 학생들이 그린 미래의 모습이 담긴 종이들이 타임캡슐 속에 넣어져 땅에 묻히는 행사가 열린다. 그들 중 한 여학생은 다른 친구들과 달리 이상한 숫자를 빼곡히 적어놓은 종이를 그 속에 넣는다.그로부터 50년 뒤인 2009년, 타임캡슐 속에서 그 숫자로 가득 찬 종이를 발견한 한 소년이 MIT 교수인 아버지 존(니콜라스 케이지 분)에게 그 종이를 건넨다. 종이에 적힌 숫자들이 괴상한 낙서가 아니라 지난 50년간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재앙을 예고하는 숫자였음을 알게 된 그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고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주목받던 1990년대의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는 자신의 2000년대를 공백으로 남겨두기 싫다는 듯 꽤 과감한 시도를 벌인다. 지금까지 종말을 보여준 그 어떤 블록버스터들보다 더 야심차게 스크린 위를 ‘삭제’해 나가기 시작한다.거의 재난영화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영화가 보여주는 사실적인 종말과 파괴의 풍경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러니까 영화적 스펙터클이라 부르기에는 그 충격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 속에서 인간은 너무나 미약한 존재다.할리우드적인 ‘신나는’ SF영화를 기대하고 온 사람들에게는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지만 ‘노잉’은 지난 10년간 나온 여러 종말론 소재 블록버스터들의 역사를 매듭짓는 느낌의 영화다.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 주연: 니콜라스 케이지 / 분량: 121분 / 개봉: 4월 16일 / 등급: 12세 관람가용역 깡패 상훈(양익준 분)은 동료든 적이든 가리지 않고 욕하고 때리며 자기 내키는 대로 사는 남자다. 그에게도 쉽게 떨쳐내지 못할 깊은 상처가 있다.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이 남긴 슬픔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여고생 연희(김꽃비 분)와 시비가 붙은 상훈은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연희를 보고 신기해하고, 그러면서 이후 연희와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다 아버지가 15년 만에 출소하면서 상훈은 격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1930년대 중국 포산(佛山). 그곳에서 엽문(전쯔단 분)은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영춘권의 고수로 명성을 떨친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이 중국 대륙을 침략해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포산은 일본의 식민 지배 하에 놓이게 된다. 일본은 ‘민족혼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포산의 무술가들을 비열한 방법으로 하나하나 격파해 나간다. 이후 엽문은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던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무예를 가르치며 중국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일본에 저항하기 시작한다.‘13구역’의 속편.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13구역은 여전히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높은 장벽만큼 철저히 격리된 그곳에서는 인종이 다른 5개의 범죄 조직들이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13구역을 둘러싼 거대하고 비열한 음모를 꾸민다. 13구역을 지도상에서 없애버리려는 은밀한 계획을 알아챈 두 남자 데미안(시릴 라파엘리 분)과 레이토(데이비드 벨 분)는 다시 한 번 정부 조직에 맞서 숨 막히는 대결을 시작한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