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ll New A5
아우디 A5를 타보기 전 A8(Audi A8 4.2 FSI quattro)을 처음 몰았을 때 두 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첫 번째는 대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소형차를 모는 것처럼 운전하기가 편하다는 것이었다. A8의 차체가 다른 대형 세단에 비해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전장(앞뒤 길이)이 5m가 넘는(5062mm)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하는데 부담감이 없었다.두 번째는 아우디 고유의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quattro)’였다. 커브 길을 돌 때 차가 완벽히 수평을 유지했다. 외부에서 볼 때 오차가 있겠지만 운전자가 체감하기에는 완벽하게 수평이었다. 과감한 코너링에도 정확한 자세를 유지했다. 곡선도로를 일부러 가고 싶을 정도로 흥미를 자극했다.미리 이런 설명을 하는 이유는 A5가 아우디 세단들과 다른 변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A5는 세단형인 A4를 쿠페로 변형한 모델이다. 외관의 인상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겹치는 곳이 없을 정도로 차별화됐다.일단 A4에 비해 전폭(양 옆 길이)이 28mm 늘어난 대신 전고(높이)는 55mm가 낮아졌다. 좀 더 납작해진 것이다. 차체의 높이는 그대로이면서 그린하우스(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부분)의 높이가 낮아져 달리기에 좀 더 익숙한 자세(스탠스)가 나온다. 전폭의 경우에도 그린하우스 부분을 좁히고 도어 부분을 밖으로 쑥 빼냈다.대부분의 세단은 앞에서 봤을 때 유리창과 도어 부분이 거의 일직선으로 연결되는데 이는 내부 공간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다(스타렉스를 떠올리면 알 것이다). 자동차 디자인은 ‘거주성과 조형미의 싸움’이다. 하나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적당한 타협을 하게 마련이다. A5는 거주성을 포기한 대신 조형미를 한껏 살렸다. 물론 ‘람보르기니’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처럼 완벽한 조형미의 추구는 아니지만 세단을 베이스로 한 ‘쿠페’로서의 정체성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낮아진 지붕 때문에 차에 타고 내릴 때는 마치 곡예를 하듯 몸을 꼬아야 한다. 뒷좌석은 앉을 수 없을 정도로 비좁다.외관에서 풍겨지는 만만치 않은 포스는 운전석에서도 느껴진다. 시동을 걸자 스포츠카 스타일의 시동음이 들린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은 제법 무거운 편이다. 세단보다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은 타이어에서 전해지는 요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덜컹’할 때마다 운전대가 좌우로 휙휙 돌아간다. 제대로 잡고 있지 않으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2.0 TFSI(Turbo Fuel Stratified Injection: 터보 고압 직분사) 엔진은 211마력의 힘을 뿜어낸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6.9초. 만만치 않은 가속력이지만 폭발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소리는 맹렬하지만 변속은 부드럽게 세팅됐기 때문이다. 콰트로의 신뢰감에는 변함이 없다. 세미스포츠 버킷이 운전자를 잡아줘 코너링 때 몸에 힘을 주지 않아도 된다.제원표를 봤을 때 엔진 성능은 A4와 동일하다. 그렇지만 A4의 엔진음이 오르골 소리 같다면 A5는 드릴로 벽을 뚫는 소리다. 쿠페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다. A4 상위 모델(A4 다이내믹)보다 1040만 원 비싼 6250만 원이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