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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년이 됐다. 그렇게 빠르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을까. 아니면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단 말인가’라며 지겹거나 힘들다는 반응이 많을까. 이명박 정부 출범 만 1년에 던져보는 물음이다. 그동안 변화는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는 물론 경제 부문이다.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전면적이고 충격도 크다. 반면 충격만 컸지, 뭐가 변했느냐고 하는 반론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지난 10년간의 정치와 정책 스타일에 반대했던 이들은 “이명박 정부 1년에 뭘 해냈느냐”며 변화가 없었다고 할 것도 같다. 한편으로는 곤두박질친 경제를 보면 지금 겪는 것보다 더한 변화가 또 있겠느냐는 반문도 나올 만하다.이명박 정부의 한 해를 경제 부문에서 본다면 한마디로 ‘충격과 위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변화와 발전’을 향한 몸부림이 없지 않았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경제난에 파묻혀 버렸다. ‘충격과 위기’는 금융과 산업, 기업과 개인, 공기업과 민간 기업 할 것 없이 전방위로 다가왔다.직선 대통령제 권력 구조에서는 대통령 당선 뒤부터 취임 전까지 정권 인수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5년 단임제인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이때 차기 행정부에서 활동할 인사들이 모습을 나타내고 5년간 추진할 주요 정책의 우선순위와 일정이 마련된다.2007년부터 경제가 하강 조짐을 보인데다 이전 노무현 정부는 민생과 경제를 상대적으로 덜 중시한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배경에는 민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오랜 경력에다 경제 살리기에 몰두한다는 공약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 만큼 경제에 관한 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정식 취임 전 인수기 때 산업 현장의 대못 빼기(목포 대불공단의 전봇대 철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규제 완화 정책이 희망을 던졌다. 기업인들과 핫라인 전화로 상징됐던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기조)’ 방침도 제시됐다. 경제 정책은 대망의 747정책(7% 성장, 1인당 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권 경제)으로 압축됐고 주가지수 3000이 희망처럼 던져졌다.그러나 현실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MB 취임 초 고유가 충격부터 밀려왔다. 여기에다 고원자재가, 고환율로 물가는 정책 목표치인 3%를 넘어 5% 후반으로까지 올랐다. 에너지 가격에 원자재 수급 상황을 걱정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염려하는 사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비롯된 미국발 금융 위기는 안으로 곪아 들어가고 있었다. 세계 금융 위기는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고 국내의 금융시장의 구조조정은 손도 대지 못했다. 금융 위기 속에 달러 부족을 걱정하는 사이 세계경제는 실물경기로 위험지대가 빠르게 넘어갔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고 경착륙 논쟁이 빚어지면서 조선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우리의 주요 산업도 흔들리게 됐다. 우리 경제의 절반가량을 기대고 있는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이런 것들은 외부 요인이다. MB 정권 내부에도 문제는 많았다. 촛불 시위로 집권 초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 몇 달을 허송했다. 172석의 거대 여당은 ‘친박’이니 ‘친이’니 하면서 집안싸움 하느라 당장 시급한 법안 처리조차 못할 정도로 지리멸렬한 모습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한다.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내수도 어렵다. 고용과 소비는 매달 최악으로 빠지고 있다. 유례없이 떨어진 저금리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이전에 막았던 모든 규제 정책을 가히 전면적으로 풀고 있지만 자산 디플레이션은 해소될 기미가 요원하다. 그 와중에 공기업 개혁은 얼마나 진행됐는지, 성장 잠재력을 올리기는커녕 유지라도 하고 있는지 숙제거리는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1년 만에 경제팀도 바뀌었다. 강만수 팀이 물러나고 윤증현-진동수-윤진식 트리오가 구원팀으로 기용됐다. 당장 시장의 신뢰 회복에서부터 시작해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에다 청년 실업 등 고용 개선, 중산층 붕괴 막기, 노사 관행 개혁에 이르기까지 다급한 일은 너무나 많다.정부는 1년간 성과라며 자료도 내놓지만 전문가들이 보는 MB 정부 첫 해의 경제 성적표는 좋을 수 없다. ‘MB 2학년’은 어떨지 관심거리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