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선 홈캐스트 사장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SD급에서 HD급으로 변화하는 지금이 셋톱박스 기업에는 도약을 위한 큰 기회입니다.”셋톱박스 전문 업체인 홈캐스트의 이보선 사장은 최근의 업계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홈캐스트는 글로벌 수준의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전체 직원의 50% 이상이 연구직일 정도로 꾸준한 연구·개발(R&D)과 투자를 거듭해 셋톱박스 분야의 주요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어 높은 성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창업 이후 꾸준하게 성장해 온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경영권 갈등으로 적자의 늪에 빠지며 주춤했다. 하지만 창업주인 이보선 사장과 최승조 부사장이 경영을 맡은 뒤 이듬해인 2007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08년에는 이 여세를 몰아 창사 이후 최대의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홈캐스트의 비상을 이끌고 있는 이보선 사장을 만났다.연초만 해도 매출액 1600억 원, 영업이익 108억 원으로 잡고 바쁘게 뛰었습니다. 그 결과 예상치를 크게 초과 달성했습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2007년 1007억 원 대비 63% 상승한 1637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15억 원 대비 793% 오른 134억 원입니다. 또 2007년 1.5%에 그쳤던 영업이익률도 2008년 8.2%로 훌쩍 높아졌습니다.먼저 환율 상승의 도움을 받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2007년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2008년에는 고정비가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도 한 요인입니다. 또 매출액 규모가 커지면서 ‘바잉파워’가 생겨 원가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도에서의 성과입니다. 홈캐스트는 작년 인도의 셋톱박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홈캐스트가 확보한 인도 대형 방송사업자는 지난해 6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 실적을 올린 썬다이렉트 TV를 비롯해 68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공급 계약을 한 곳은 바르티, 덴, 디지케이블 등 4곳에 달합니다.이처럼 인도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던 이유는 타사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폭넓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던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처음 진출 당시 인도 시장은 셋톱박스 사양이 아날로그에서 MPEG2가 생략된 채 MPEG4 HD로 넘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MPEG4 HD, MPEG4 SD를 개발해 놓은 상태였죠. 경쟁 업체들은 이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고, 그 결과 우리가 시장의 선택을 받은 겁니다. 또 2007년부터 위성이나 케이블 방송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인지도를 쌓아 왔던 것도 대형 위성방송사와 계약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습니다.먼저 인도 시장에 대한 오해를 풀고 갈까 합니다. 많은 이들이 인도 시장을 저가 시장으로 보지만 셋톱박스 시장의 경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홈캐스트가 인도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라인업 중 미들 클래스 수준입니다. 즉, 인도 시장은 수익성이 나쁜 곳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특히 인도 시장은 디지털 셋톱박스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 규모도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현재 인도는 이동통신과 위성방송을 함께 허가해 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6개 사업자가 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중 바르티가 이동통신과 위성방송 모두에서 최대 사업자입니다. 다만 현재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릴라이언스가 인도 최대의 기업집단이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작년 아시아 시장과 유럽 시장의 매출 비중이 각각 53%,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3분기부터 매출이 일어나기 시작한 미국 시장은 연간 6%, 그 밖에 중동 아프리카 등이 나머지를 차지합니다. 98∼99%가 해외시장입니다.올해부터는 국내 시장도 적극 공략하려고 합니다. 그간 소량으로 케이블방송 중계기를 공급해 왔지만 스카이라이프와 80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한 것을 계기로 보다 활발히 사업을 펼칠 계획입니다.현재 국내 셋톱박스 시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스카이라이프 등 위성방송, 케이블, IP TV가 그것입니다. 이 중 케이블 시장이 가장 크긴 하지만 위성방송 시장 역시 매체의 특성상 일정 부분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이나 IP TV가 들어가기 어려운 도서지역이나 산간, 농어촌 지역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위성방송 시장은 현재 220만 대 규모에서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성방송 셋톱박스가 SD급에서 HD급으로 교체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아무래도 유럽과 미국입니다. 작년 금융 위기로 인해 셋톱박스 시장 역시 침체됐습니다. 특히 유럽 지역은 정도가 더 심했습니다. 이는 소매 위주로 발달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지역은 위성방송 사업자가 셋톱박스를 직접 구입하는 클로즈드 마켓입니다. 하지만 유럽 지역 주요 국가들은 사업자가 승인만 하면 제조자가 딜러를 구해 직접 파는 오픈 마켓입니다. 클로즈드 마켓의 방송사업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가격이 비싸고 기능이 많은 PVR(Personal Video Recorder) 제품이든 저가인 재퍼(zapper) 제품이든 소비자에게 공급하는데 수익성에서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유럽과 오픈마켓의 경우 소비자는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 바로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큽니다. 이 때문에 우리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셋톱박스 업체들이 작년 고전을 면치 못했죠.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시장은 놓쳐서는 안 될 시장입니다. 유럽에는 일단 여러 나라들이 몰려 있고 크고 작은 위성방송 사업자들이 즐비합니다. 아울러 마진이 큰 고급 제품 시장도 성장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위험성도 크지만 잘하면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올해에는 유럽의 매출을 확대해 수익성을 더욱 높일 계획입니다.이와 함께 미국 시장 공략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은 내년 지상파 방송이 전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됩니다. 또 케이블방송 역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연히 디지털 케이블 셋톱박스에 대한 교체 수요가 크게 늘겠죠. 다만 미국의 디지털 방송은 표준 사양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스러운 편입니다.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2010년부터 중남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거래처 확보 등 시장 개척을 위한 준비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지난해 바르티와 함께 덴과 맺은 900만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 등을 합하면 올해도 이미 1000억 원 이상의 수주를 확보했습니다. 2007년의 매출액 규모를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그 결과 올해 사업 계획은 2008년 대비 50% 성장한 매출액 2500억 원, 영업이익 170억 원으로 잡고 있습니다. 올해 사업계획의 기준 환율이 1100원이니 지금과 같은 고환율이 유지된다면 더 좋은 성과가 있겠죠.이와 함께 사업 영역을 다양화할 계획입니다. 최근 들어 한 가지 품목으로만 사업을 하면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사업 영역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 사업 영역을 발굴해 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 계획입니다.약력: 1966년생. 90년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90년 삼성전기 연구원 입사. 2000년 홈캐스트 설립 이사(구 이엠테크닉스). 02년 홈캐스트 이사(제조사업부장). 06년 홈캐스트 대표이사 사장(현).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