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달인에게 배운다 - 삼성생명 전혜민 FC

그녀는 인터뷰 내내 웃었다. ‘불황인데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견딜만하다’는 정도의 답을 예상했지만 지레짐작은 보기 좋게 깨졌다. 오히려 ‘즐겁다’는 답이 돌아온 것이다.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보람과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국내 최대의 보험사인 삼성생명에서도 유명 인사로 꼽히는 전혜민 FC(보험설계사: Financial Consultant)의 근황은 그랬다.그녀는 무엇보다 영업을 잘한다. 연간 실적이 100만 달러 이상인 설계사들을 회원으로 하는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보다 3배 이상의 실적을 내야 하는 COT(Court of Table) 회원이다. 현재 고객은 약 600여 명에 달한다. 최근 사내 방송에서 그녀의 일상을 다룬 특집을 내보기도 했다. 1주일 동안 밀착 취재하며 그녀의 영업 현장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사내에서 보험설계사의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시장이 어렵죠. 해약하겠다는 고객들을 설득하는 게 일인 날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FC 본인들이에요. 시장이 어려우니 영업이 안 될 것이라고 규정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너무 위축돼 있어요. 불황에서도 누군가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관건은 이런 상황에 미리 준비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죠.”그녀는 준비를 유난히 강조한다. 타성에 젖어 ‘하던 대로’만 고집하면 발전이 있을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영업인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불황이 아니라 오히려 호황 때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영업이 잘되니 미래에 대한 준비에 소홀하게 되고 결국 한 번의 불황에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그녀는 무엇을 준비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의 영업 방식을 송두리째 뒤집었다. 대상 고객에도 변화가 생겼고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예전엔 무작정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이제는 설사 고객 수가 적어지더라도 보다 심층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애쓴다.“지난해 중순 무렵부터 변화에 대한 필요를 느끼고 있었어요.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영업 실적이 떨어지기도 했거든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 MDRT 회의에 참석한 것이 변화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선진국 설계사들을 보니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보험 영업의 틀이 얼마나 작고 소극적이었는지를 알겠더라고요.”무엇보다 영업 스타일을 확 바꿨다. ‘농사꾼’ 스타일에서 ‘벤처 기업인’ 스타일로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일한 시간만큼 돌아오는 농사꾼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변했다는 것이다.고객의 꿈을 듣고 그 꿈이 이뤄지기 위한 조력자를 자처했다. 한마디로 상품이 아니라 ‘꿈’을 파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선물 하나에도 살뜰한 정성을 담는다. 전에는 계약 액수에 따라 선물을 정했지만 이젠 고객의 꿈에 따라 고른다. 계약액보다 비싼 선물을 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답례’에서 고객과 함께한 ‘흔적’으로 선물의 의미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호칭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설계사’라고 부르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엔 ‘선생님’이라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일정 액수 내에서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고객도 있어요. 전적으로 믿겠다는 겁니다. 상품을 ‘사줘서 고맙다’가 아니라 ‘팔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죠.”영업 대상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지인의 소개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탈피해 능동적으로 고객을 발굴하고 있다. 초점은 보다 상위층의 고객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기대되는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상위 고객층이 원하는 콘텐츠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니 ‘배움’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책도 더 많이 읽고 최고경영자(CEO) 조찬 강연회 등에 참석하며 내공을 쌓기 시작했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자기 계발에 투자하겠다는 설명이다.어떤 영업인이든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지만 변화를 하든 하지 않든 늘 견지해야 할 것들도 있다고 그녀는 강조한다.먼저 자신만의 비전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조직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말고 자신의 시스템을 개발하라는 얘기다. 그래야 상품을 권유할 때도 확신을 가지고 고객을 설득할 수 있고 고객에게 다가갈 때도 주눅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전에는 병원에 가면 의사에게 보험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이젠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도 당당하게 보험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의사가 제 고객이 돼 있더라고요.”무언가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면 앞뒤 재지 말고 일단 실행에 옮기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햄릿이 되지 말고 돈키호테가 되어야 한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지르는 용기가 요구된다.“초기에 고객에게 보낼 안내장을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뿌린 적이 있어요. 팀장에게 많이 혼났습니다. 그렇게 아무리 배포해 봐야 소용없다는 거죠. 고객을 타깃화해 그에 맞게 공략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어요. 하지만 어쨌든 시도했으니 실패도 하고 그를 통해 배운 점도 생긴 거죠.”고객 포트폴리오를 미리미리 다각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부의 영업 환경 악화로 인한 충격을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황이라고 모든 사람이 형편이 나쁜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불황에서 호황을 누리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 고객군을 다양하게 구성해 놓으면 불황 속에서 오히려 성장하는 고객을 통해 실적 감소의 폭을 줄일 수 있다.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필수다. 네트워크의 대상을 가릴 필요는 없다. 어떤 인간관계도 헛되지 않다. 고객도 좋고 동료도 좋다. 자신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당장의 영업과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방면의 소양과 교양을 쌓는 것이 좋다.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기 위해서다. 이 교양과 소양이 영업에 대한 철학과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배가되는 것은 물론이다.자신의 강점을 살린 영업 스타일을 개발하는 것도 관건이다. 강점이 없다면 키워야 한다. 이미 늦었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 강점들이 고객과 소통하는 순간 영업은 저절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본인의 자신감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다.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고객들에게 편지를 자주 쓴다. 단체 메일일 때도 있지만 특정 고객을 위한 편지도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꿈도 가지고 있다. 강점이 실적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더 큰 꿈으로 연결되는 발전 모델이 성립하는 것이다.조급해하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변화를 시도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안달하지 말라는 얘기다. “영업 방식과 비전을 바꿨다고 실적이 갑자기 오르지는 않아요. 시간이 걸리죠. 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시작했고 그 변화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실적은 자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존의 껍질을 벗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신과 자신의 비전에 대한 믿음, 영업에는 그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본인의 비전부터 확고히 세워라.▷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라.▷고객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라.▷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라.▷영업 욕심을 버리고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라.▷주력으로 삼을 전문 분야를 확보하라.▷다방면의 교양을 쌓아라.▷계획을 세웠으면 즉시 실행에 옮겨라.변형주 기자 hjb@bk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