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식 올폴원 대표

지난 1998년 초. 박용식 올폴원 대표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전 재산을 쏟아 붓고 사채(私債)까지 빌려다 경기도 평촌에 어린이 영어 학원을 차렸지만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파산 위기를 맞은 것이다.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아 인근 학원들의 도산도 속출했다.학생은 매일같이 썰물 빠지듯 줄어들었다. 몇 달 새 반으로 감소했다. 정예 요원으로 선발한 외국인 강사들도 속속 그만뒀다. 원화 환율이 천정부지로 급등하자 월급이 달러 기준으로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화불단행인가. 며칠 전에는 학원 원장실에 불까지 났다.학원이 쉬운 사업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망가질 수는 없었다. 게다가 자신도 대학 동문인 아내와 함께 불철주야 한눈팔지 않고 일하지 않았던가. 집사람은 이른 아침 학원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어린이 안전 문제를 책임졌다. 자신은 강사가 결근하면 직접 가르치는 것은 물론 보조 운전사 역할까지 해가며 모든 정성을 쏟았지 않았던가.시멘트 업체와 압연 업체를 비롯한 중견 중소 제조업체 근무, 임플란트 업체 영업과장, 변리사 시험 준비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자신이 도전할 만한 곳을 찾지 못했고 마침내 찾아낸 사업이 어린이 영어 교육이었다. 그래서 이 사업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하지 않았던가.며칠 밤을 뜬눈으로 새운 그는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 아내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학원을 접읍시다. 포장마차를 해도 밥은 먹고 살 수 있지 않겠소.”아내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영어 학원에 쏟은 아내의 정성은 친자식에게 쏟는 사랑 그 이상이었다. 원장실에 불이 났을 땐 그 다음날 하루라도 휴강을 해서는 안 된다며 밤새도록 탈취제를 뿌려가며 연기 냄새를 없앴던 아내 아닌가. 평촌 학원가는 전국에서 학원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이다. 학원들 간의 소리 없는 전쟁이 치열했고 승자가 아니면 패자만 존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휴강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아내의 눈물을 본 박 대표는 마음이 약해져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도전해 봅시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성실성을 합치면 넘지 못할 산은 없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그로부터 2년 뒤 박 대표가 운영하는 평촌 LCI키즈클럽은 외환위기 직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때로는 유치부 등록을 위해 새벽 4시 반부터 학부모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비결은 외국인을 통한 재미있는 영어 수업이었다.그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소수정예로 반을 편성하고 외국인 대 내국인 선생 비율을 3 대 1로 유지하는 한편 놀이 공간처럼 교실을 구성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게임과 노래 이야기책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는 시스템을 갖추다 보니 어린이들이 몰렸다”고 설명한다.그는 사업체를 2001년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올폴원(All for One)으로 변경했다. ‘한 명을 위한 모든 것’이라는 이 이름은 ‘삼총사’에 나오는 구호이자 유럽연합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이 사명이 “단결과 희생 사랑을 의미한다”며 “한 명의 어린이에 대한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힌다.그는 오랜 어린이 영어 교육 경험을 살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영어 이야기책을 읽도록 하고 이를 지도해 주는 것이다. 영어책 도서관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리딩 파크(Reading Park, www.readingpark.com)다.박 대표는 “미국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수준의 도서를 포함한 아동용 영어 도서를 약 2만 종, 10만 권 보유하고 있다”며 “독자적인 7가지 레벨 28개 스텝의 단계별 맞춤 도서를 어린이들에게 제공해 자발적 다독을 통한 영어 학습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도 제공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덧붙인다.어떻게 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 교육에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박 대표는 설명한다.박 대표는 “빌 게이츠도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며 “미국의 언어학자인 스티브 크라센 교수는 외국어 습득 이론을 개발하면서 다독은 최상의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이라고까지 강조했다”고 덧붙인다.이야기책을 많이 읽으면 영어 실력이 늘 뿐만 아니라 그 내용까지 익힐 수 있어 나중에 에세이 작성이나 토론 능력까지 향상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국 사람이 영어에 약한 것은 대학 입학과 토익 토플 등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며 그러다 보니 외국인을 만나도 할 얘기의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그는 “다독(多讀: Extensive Reading)은 다양한 주제를 가진 많은 양의 책을 자신의 언어 능력 범위 내에서 빠르게 읽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종래의 정독(精讀: Intensive Reading)법이 요구하는 어휘 탐구, 문법 연구, 사전 활용 등을 지양함으로써 아이들로 하여금 읽기 그 자체에 흥미를 붙이고 보다 많은 텍스트를 접하게 해 자연스럽게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다독법을 이용하면 재래의 교재를 활용한 학습에서는 소개 정도로 그칠 수밖에 없는 언어적 특성에 대한 지식과 감각도 축적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그는 성공적인 다독 프로그램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많은 양의 독서 △다양한 도서의 주제와 범위 △독자의 자유로운 도서 선택 △독서의 즐거운 이해 △비교적 빠른 독서 속도 △교사의 적절한 독서 지도 등을 꼽는다.그는 “리딩파크가 구입한 영어 도서는 거의 대부분 미국과 영국에서 직수입된 책이며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학습자들을 위한 도서와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학습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도서를 함께 구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을 통해 독서 내용 확인을 위한 퀴즈를 풀 수 있으며 독후감 첨삭 지도를 통한 쓰기 능력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리딩파크는 2007년 12월 본원(평촌점)을 최초로 개관했고 2008년 10월부터 본원 경영 관리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점 도서관 개설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체적인 레벨 분류와 독보적인 도서 보유량이 학부모들의 호응을 이끌어내 현재 월 20개 이상의 도서관을 개설하고 있다”며 “앞으로 가맹점을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맹점 대상은 영어를 가르치는 공부방과 학원 방과후 학교 등이다.“기존의 학원과 공부방들이 도서를 구매해 도서관을 운영하거나 학교와 지자체가 도서를 구매해 학습과 독서 및 대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형태”라고 사업 내용을 설명한다. 이들은 리딩파크의 온라인 시스템과 커리큘럼을 사용하게 된다.“리딩파크 이용료는 일반 회원의 경우 월 3만9000원, 키즈클럽 회원의 경우 월 2만 원이며 하루에 최고 5권까지 빌려서 읽을 수 있다”고 박 대표는 설명한다.평촌 학원가에 남아 있던 미분양 토지를 분양받아 빌딩을 지어 보유하고 있는 박 대표는 “외환위기 직후 어려움 속에서도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학부모들의 사랑 때문이었다”며 “이제 저렴한 가격으로 확실하게 영어 실력을 올릴 수 있는 리딩파크 프로그램을 통해 학부모들께 보답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약력: 1962년생. 88년 고려대 토목공학과 졸업. 88~93년 시멘트 업체, 임플란트 업체 등 근무. 변리사 시험공부. 94년 LCI 키즈클럽 창업. 2001년 (주)올폴원 대표(현). 2002년 경기도 학원연합회 외국어분과 국제 이사. 2007년 영어 도서관 리딩파크 개발.본사: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본사 직원: 약 50명주요 사업: 어린이 영어 학원 및 영어 도서관(리딩파크)리딩파크 지점: 작년 말 기준 29개, 올해 말 예상 500여 개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