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사 꼭 있다

‘아, 저 인간만 회사에 없으면 정말 신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모 대리는 날마다 한숨을 쉰다. 그가 ‘저 인간’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팀장. 김 대리가 팀장을 거의 혐오하는 이유는 그의 업무 진행 방식 때문이다. 그는 한마디로 ‘마이동풍’,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 부하 직원들이 무슨 말을 하든 제 고집만 피운다. 그의 의견에 문제를 제기하면 당장 ‘토 달지 말라’는 날선 답변이 돌아온다.결국 팀에선 대화가 사라지고 아이디어가 말라갔다. 그렇다고 팀장의 아이디어가 늘 성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팀장의 아이디어를 억지 춘향 식으로 실행하다 좌절한 적도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거래 상대방이 ‘뭐 이런 제안을 하느냐’며 ‘꼴통’ 취급을 할 때였다. 자신의 것도 아닌 아이디어 때문에 이런 모욕을 겪고 나면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게 마련이다.최근 LG경제연구원은 ‘조직 내 침묵 현상’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리더만 혼자 떠들고 다른 구성원은 침묵을 지키는 조직이 있으며 이것이 회사의 성과 향상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연구원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침묵 현상의 폐해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조직 내 창의성이 떨어지는 것이 첫째고, 리더의 의도와 계획이 부하에게 명확하게 전달되기 어려운 것이 둘째요, 구성원들 사이에서 냉소주의가 확대되는 것이 셋째다.회사 생활의 몰입을 방해하는 상사는 비단 ‘고집불통에 혼자만 떠드는’ 유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쁜 상사의 유형은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하지만 그들과 결별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여하튼 그들과 잘 지내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의 유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는 두 개 이상의 유형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제 적용 시에는 신중해야 한다.취업 포털 커리어의 조사에 따르면 성격이 까칠해도 능력이 출중한 상사와 일하고 싶다는 직장인들이 전체의 68.4%에 이른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 능력 있는 상사에게서 업무를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문제는 능력 있는 상사는 대개 완벽주의자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눈높이에 이르기까지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과오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만큼 부하 직원은 일 더미에 눌릴 수밖에 없다. 한 번이라도 더 확인해 불확실한 보고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 진행 과정도 꼼꼼하게 체크하고 시비를 가리니 미칠 지경이다.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능력 있는 완벽주의 상사를 만나는 것은 ‘힘들지만 행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불이 잘 붙는 유형이다. 부하 직원의 실수가 발견되면 흥분부터 한다. 부하를 신뢰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불같이 성을 낸다. 언성이 높아지고 독설이 난무한다. 늘 화가 나 있는 것 같아서 말을 붙이기도 쉽지 않다. 미국 ‘포천’지의 칼럼니스트인 스탠리 빙은 이런 상사를 ‘깡패’라고 표현한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권위를 확인하고 싶어 하고 이에 대항하는 부하를 억누르기 때문이다.이런 유형의 상사는 공포의 대상이기 일쑤지만 많은 경우 결단력과 추진력이 강해 위기를 돌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승진도 빠르다. 이런 사람을 멀리할 이유는 없다. 친해지려면 무엇보다 ‘충성심’을 보여 주어야 한다. 가끔 호위병 역할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불이 붙으면 일단 대피하는 게 현명하다. 까딱하다간 그동안의 충성이 시꺼먼 재가 될 수 있다.일명 ‘A형 상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강하게 밀어붙이지도 못하고 부하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소신껏 채택하지도 않는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안전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어서 구성원들은 맥이 빠지기 일쑤다. 안전 추구가 제1원칙이다 보니 자기 방어에 집착한다. 업무의 효율보다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가 일이 잘못되면 부하 탓하기 바쁘다.소심한 상사와 함께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방법은 결국 움직이지 않는 상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어차피 상사가 총대를 멜 의사가 없으므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설 수밖에 없다. 상사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면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좋다. 이때는 최대한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게 효과적이다. 만약 당신의 의견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상사의 신임을 두툼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유형의 상사는 늘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취업 포털 사람인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변덕쟁이 상사’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상사의 선두 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률이 무려 38.8%에 이른다. 그날그날 기분 따라, 상황 따라 마음이 바뀌고 지시 사항이 뒤집히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하기 일쑤다. 지시한 대로 업무를 진행했는데도 기분이 나쁘면 ‘왜 당신 마음대로 일을 해’라고 타박하는 일이 다반사다. 사정이 이러니 부하 직원들은 늘 그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업무의 효율이나 성과는 뒷전이고 어떻게 하면 날벼락을 맞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일본의 고바야시 게이치 박사는 이런 유형의 상사를 ‘어린애’라고 일축하며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자신도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라면 비교적 궁합이 잘 맞는 편이므로 상사가 저기압일 때 피하는 정도로도 훌륭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책임감은 있지만 보수적인 스타일이라면 일단은 참는 게 상책이고 기회가 있을 때 상사를 칭찬하면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 행동력이 뛰어나고 냉철한 보스형 부하라면 변덕쟁이 상사가 본질적으로 ‘어린애’일 뿐이라고 치부하면 마음에 평화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소신껏 일을 추진한다면 변덕쟁이 상사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도 있다. 꼼꼼하며 원칙주의자인 학자형이라면 상사가 무슨 말을 하든 흘려들으며 제풀에 꺾일 때를 기다리는 전략이 효과적이다.한국은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06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54개국 가운데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생산성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생산성은 미국의 68%에 불과했다. 문제는 과잉 노동이 한국 직장의 문화가 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성과 없는 야근과 휴일 근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은 불문가지다.이는 여러 설문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잦은 야근으로 직장 생활이 고달프다고 느끼는 직장인이 무려 40.8%에 이른다. 심지어 야근 때문에 노안이 빨리 찾아왔을 때 사표를 던지고 싶었다는 직장인도 10.1%나 된다. 하지만 남들 일할 때 퇴근하면 인사 고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 야근을 거부하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야근을 강요하는 상사는 그야말로 ‘원수’가 된다.야근을 강요하는 상사들은 감성이 메마른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하들의 스트레스는 그의 안중에 없다. 오직 일이 중요할 뿐이다. 퇴근 직전에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보통이고 심지어 새로운 보고서를 퇴근 전에 제출하라고까지 한다. 선약은 취소되고 인간관계는 피폐해진다. 하지만 실제로 야근은 일의 효율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오히려 직원과 조직의 창의성을 감소시킬 뿐이다.일중독에 걸린 상사의 ‘마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미국의 업무 효율성 컨설턴트인 로라 스탁은 상사와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권한다. 이를 통해 당장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을 일을 구분하는 것으로도 야근 폭탄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업무 문화의 개선에 있으므로 경영진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