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이고 터프한 이웃이다. 문제는 중국이라는 이웃과 협력하면서 나란히 잘 살아가야 하는 것이 한국의 숙명이라는 점이다. 서로가 기회를 만들어가면서 수없이 다짐하고 있지만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이 말처럼 쉬운 길은 아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갈등의 주제는 대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과거사 인식의 문제, 독도 영유권 시비, 갈수록 커지는 한국의 대일 무역 적자로 요약된다. ‘과거와 독도’는 정부 당국이 피하면 민간 차원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고 무역 적자에 대해서는 일본도 해결 노력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그러나 중국은 또 다르다. 고대 당(唐) 이후 근대 명청(明靑)에 이르기까지 옛 제국의 분위기가 자꾸만 느껴진다. 정치에서가 아니라 경제에서도 그렇다. 덩치는 크지만 아직 기술이나 경제 개발의 수준을 보면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비합리적인 어떤 요소가 감지된다.최근 두 가지 사안을 돌아보면 특히 그렇다. 쌍용자동차 문제와 중국 당국의 외국인 투자 기업의 폐업에 대한 으름장이 그것이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단순히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 소규모 자동차 메이커가 경영난을 겪게 됐다는 차원으로만 볼일은 아니다. 법정관리를 통한 회사의 회생 가능성도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거친 이웃으로서 중국이라는 관점에서 보게 되는 것은 쌍용자동차의 대주주가 중국의 상하이자동차라는 사실 때문이다. 상하이차가 과연 쌍용자동차를 고급 자동차 업체로 제대로 키우면서 부가적으로 기술도 도입하려고 인수했는지, 쌍용차 등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의 주장대로 인수 직후부터 기술만 획득하려고 했는지는 쉽게 규명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전후 사정과 그간의 정황을 두루 아는 제3자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일들이 자칫 이해당사자 간 주장으로만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하더라도 결과만 놓고 보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먹튀(기술만 챙기고 약속한 투자는 지키지 않는다는 의미에서)’가 설득력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 위기로 자동차 업계에 먼저 찬바람이 불었고 그런 기류에 대주주가 재빨리 손을 털었다는 것이나, 종업원에게 임금 지급이 미뤄진 상황에서도 중국에서 온 대표이사는 임금을 받았다는 노조 주장도 어떻게 보면 지엽적인 것일 수 있다. 반면 쌍용자동차의 설계 도면과 같은 여러 기술이 중국의 상하이차로 이전될 때 대가(로열티)를 제대로 지불했느냐는 실제적인 쟁점이 될 것이다. 법인이 다른 만큼 이를 계산해야만 되는 부분이다. 다만 쌍용차 노조가 이런 기술 유출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법정에 할 것이며, 국적이 다른 법인에 대한 이런 소송을 놓고 재판부가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을까는 문제로 남는다. 쌍용차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진 중국의 대주주 상하이자동차도 이런저런 사정까지 두루 계산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먼저 파산 카드를 꺼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며, 그 후 노조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2000명 감원 전제의 자구 노력, 정부 지원 요청, 곧 이은 법정관리 신청이 단기간에 진행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그러지 않아도 지난해 연말 중국은 ‘야반도주’형으로 외국계 자본이 철수하는 것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무시무시한 입장을 발표한 적이 있다. 상무부 외교부 공안부 사법부가 함께 나선 이 방침은 경영난이 심해진 경우가 많아진 한국 대만 홍콩계 기업을 겨냥한 것이었는데, 중국 언론은 한국계 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퇴출이 자유롭지 못한 중국의 제도와 현실을 뒷전이고 경영난에 쫓기는 외투 기업인만 겨냥했다는 게 현지에 진출한 외투 기업인들의 불만이라고 한다.수교 이후 20년도 안 돼 눈부실 만큼 급성장한 것이 한·중 관계다. 그 결과 지금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감정보다는 합리적으로, 급하고 격한 기분보다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당장의 손익계산보다는 장기적으로 이익을 찾는 쪽으로, 경제적 이해만이 아니라 전면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좋은 이웃이 되는 쪽으로, 한·중 양국이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 비단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들과 개인들까지 함께 노력할 사안이다. 쌍용차 문제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