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여건이 어렵다. 세계경제가 같이 어려우니 보통 일이 아니지만 세상 탓한다고 살림이 나아질 리 없고 재테크니 위기관리니 요란 떤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을 믿지 못하겠다고 재야 고수를 찾아나서도 마찬가지다. 시험도 쉬운 문제부터 풀듯이 우리 살림도 제일 쉬운 일부터 생각해 보자. 돈 귀하게 생각해 새는 돈부터 막고 주변의 작은 기회들부터 꼼꼼하게 챙겨보는 일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쓰면서 적금 들고, 그럴듯한 재테크 강좌 찾아다니느라 과징금 무는 일은 없는지 말이다.자녀 교육과 돈벌이,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의 꿈과 한숨이 담겨 있는 단어들이다. 새해 아침 덕담도 (건강만 빼면) 다 이 얘기들이다. 관심이 크다 보니 온갖 좋은 얘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다. 그 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이 과연 자기도 돈을 벌었을까. 출판사의 기획 아이템으로 앞에 내세운 인물인 경우도 많고 자기 돈 투자한 돈은 다 까먹고 재테크 책 쓰고 행사 출연료로 빚 갚는 경우도 있다.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다. 살림이 어려워도 가장 나중에 줄인다는 교육비. 살림에 지친 엄마들을 다시 일터로 끌어내는 눈물겨운 돈이 줄줄 새고 있다. 남들 다 하니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입시 과외는 말할 것도 없고 영어 유치원, 줄넘기 과외에다 봉사활동 경력도 만들어야 한다. 태권도, 독서 논술은 기본이고 구구단 고액 과외까지 있다. 덧없는 경쟁에 실망해서 (혹은 뭔가 더 남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한 조기 유학도 이젠 화젯거리조차 안 된다. 대학 보내도 갈 길은 멀다. 각종 영어 공부에 자격증 공부, 해외연수, 대학생 대상 과외까지 있다. 과연 이 돈은 꼭 필요해서 쓰고 있을까. 급한 마음에, 혹은 허영심에 새고 있는 돈은 없을까.자녀 교육, 제대로 필요한 만큼 시키면 어떤 투자보다 낫다. 요즘 세상에 잘 키운 자식이 효도해서 갚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험한 세상에 힘들어하는 자식 돌보느라 고단한 노후를 보내지 않을 수도 있고 쑥쑥 커가는 자식들을 보며 용기백배하면 일도 더 잘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무리하게 돈만 들인다고 자식이 잘될까.고액 과외를 생각해 보자.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비싼데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싼 과외일수록 돈은 많은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는 부모들의 허영심과 불안감을 달래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은 사교육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부모가 잘 살피면 저평가된 우량 과외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축구 태권도 수영 테니스에 승마 골프까지 가르친다는 종합 운동 과외도 있다. 부모 마음에야 훌륭한 르네상스적 교양인을 키우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찔끔찔끔 맛보기 식으로 익힐 수 있는 운동은 없다. 허영심을 달래고 있을 뿐이다. 조기 유학이 옛날 서울 유학 가듯이 흔한 세상이 됐다. 잘해서 ‘글로벌 인재’가 된다면 가르친 보람도 크겠지만 역시 환상은 금물이다. 고급 영어와 교양은 유학 간다고 해결되지도 않거니와 ‘글로벌 경력’은 고사하고 국내 기업 입사도 빠듯한 경우도 많다. 부모 허리 휘며 보낸 단기 어학연수의 현실도 더 나을 리 없다.무책임하게 ‘사교육 무용론’ ‘국적교육론’을 거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목표를 냉철하게 재검토하고 돈과 고생이 적게 드는 방법을 찾는 전략의 기본을 생각해 보잔 얘기다. 부모 마음 달래느라 쓰는 돈인가, 자식을 위한 돈인가. 꼭 필요한데 알맞게 쓴 돈인가, 급한 마음에 남들 따라서 쓴 돈인가. 한 달에 수십~수백만 원씩 엉뚱한데 돈이 줄줄 새면서 연 수익률 몇% 따지고 재테크한다고 설쳐봐야 머리만 아플 뿐이다. 자녀 교육비만 제대로 살피고 아껴도 어떤 투자보다 낫다. 새해에는 돈과 고생을 덜 들이고 자녀들의 꿈과 희망을 도와줄 수 있게 나라의 지혜를 모아보면 어떨까.중앙대 경영대학 교수약력: 1987년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 89년 동대학원 석사. 2000년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 MBC ‘손에 잡히는 경제’ TBS ‘박찬희의 생활경제’ 진행. 딜로이트컨설팅 자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