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투자 전략 - 펀드

2008년 미국발 신용경색, 글로벌 경기 침체 등 각종 악재로 인해 주식형 펀드는 물론 대부분의 펀드가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2009년 역시 인내가 요구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3D(Deleveraging, Default, Deflation)의 악순환에 처한 각 경제 주체들의 생존 게임이 이어질 것이다. 이런 시기에는 일단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투자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9년에는 리스크 관리를 펀드 투자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어떠한 펀드에 투자해야 할지 하나씩 짚어보자.2009년 유망한 펀드 중 하나는 회사채 펀드다. 회사채 펀드는 우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등에 60% 이상을 투자해 채권형 펀드의 안정성과 더불어 고수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적절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확대된 비과세 혜택 또한 매력적이다.‘신용 스프레드’는 증권가의 2008년 키워드 중 하나다. 안전 자산인 국공채의 금리와 ‘부도 가능성’이 있는 회사채의 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신용 스프레드는 글로벌 신용 위기에서 시작된 유동성 부족과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회피 심리 심화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의미하는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자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확대됐다. 2008년 12월 23일 현재 회사채 AA- 등급과 국고채 수익률 차는 4.24%포인트(회사채 AA- 등급 8.11%, 3년물 기준)에 이른다.2008년 1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4%에서 3%로 대폭 인하했고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까지 내리고 있다. 내년 경기 침체가 지속돼 이러한 금리 인하기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보았을 때, 안전 자산에 대한 회사채의 상대적인 금리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신용 스프레드는 고점을 확인해 나가는 단계로 급격한 축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투자 증가로 수급이 개선되고 최근 연일 발표되고 있는 정부의 은행채, 회사채 등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공급 대책(채권시장안정펀드 출범, 은행권 자본확충펀드 출범 계획) 등으로 추가적인 확대도 제한적일 것이다.현재 회사채의 높은 이자 수익률은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대부분의 회사채 펀드가 신용 등급 AA- 이상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데, AA- 이상 등급의 회사채는 채권시장안정펀드의 투자 대상이므로 그 안정성이 더욱 보완됐다고 할 수 있다. 회사채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확대됐다.최근 세법 개정안에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회사채 펀드 1인당 가입 한도가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확대됐다. 즉, 회사채에 60% 이상 투자하는 회사채 펀드의 경우 거치식으로 3년간 투자할 때 1인당 가입 한도 5000만 원까지 3년간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있다. 이 비과세 혜택은 2009년 말까지 가입자에 한해 적용된다.대부분의 회사채 펀드가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고 있으며 장기 거치식으로 투자할 경우 이러한 신용 이슈로부터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채 펀드 투자 시에는 국공채 투자와 달리 구성 종목의 신용 등급, 펀더멘털, 관련 이슈 등을 살펴보고 신용 리스크에 대해 상세히 인지해야 한다.비과세 혜택을 노리는 투자자의 경우에는 3년 이상 거치식 펀드 투자에만 세제 혜택이 주어지므로 가입 시기와 유동성 확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2009년 주식형 펀드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펀드는 그룹주 펀드다. 그룹주 펀드란 해외에서 거의 전무한 국내 시장의 독특한 섹터 펀드로 삼성, SK, LG 등 대기업의 계열회사에 투자한다.그룹주 펀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2009년은 생존 게임 이후 살아남는 기업, 즉 경쟁력 1등 확보 기업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들의 생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며 생존 기업에는 구조조정 이후 나타나는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력 강화, 기업 이익 증가 등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질 것이다.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업은 대기업일 확률이 높다. 물론 중소기업이라고 이러한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다만 외환위기를 통해 대기업들이 방만 경영을 지양하고 투명 경영을 통해 성장보다는 구조 개혁에 힘쓰면서 내실을 다져 지금의 위기 상황을 좀 더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룹주 펀드는 다른 섹터 펀드가 가질 수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즉, 원자재 섹터 펀드는 원자재 관련 섹터로만 투자할 수밖에 없고 금융 섹터 펀드는 은행이나 증권, 보험 관련 섹터로만 투자해야 하지만 그룹주 펀드는 하나의 섹터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섹터에 걸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분산 투자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룹주 펀드 편입 종목의 한계, 오너의 기업 운영 방침, 지배구조의 변화, 갑작스러운 기업에 대한 여론 악화 등의 단점도 있으므로 투자 시 주의를 요한다.투자할 주식형 펀드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인덱스 펀드란 시장 대표 종목으로 바스켓을 구성해 코스피200 등 주가지수에 연동되도록 설계한 펀드다. 주가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종목을 보유한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안정적이다.일반 주식형 펀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종목 선택 및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조정한다. 물론 포트폴리오 조정에 성공한 펀드는 높은 수익을 내겠지만, 그렇지 못한 펀드는 주가지수보다 낮은 성과를 거두게 된다. 펀드매니저나 운용 철학의 변경 등 외부 환경으로 인해 펀드의 성과가 일관성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인덱스 펀드는 이러한 선택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더군다나 향후 생존 게임의 과정에서 일반 주식형 펀드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지만 인덱스 펀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한번 구성된 인덱스 펀드는 펀드 운용에 큰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일반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수료는 2.07%이지만 인덱스 펀드의 평균 수수료는 1% 내외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적어도 수수료 부분에서 다른 주식형 펀드보다 확실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해외 펀드에서는 중국 펀드가 1순위다. 2008년에 중국 펀드로 많은 투자자들이 고생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2008년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수출입 증가율도 크게 둔화됐다. 중국의 암묵적인 위안화 절화로 인해 미국과의 국제무역 마찰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그러나 중국 정부가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금융 및 재정 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경제가 파국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각각 3.6%에서 2.52%로, 6.66%에서 5.58%로 1.08%포인트 인하하면서 수출과 부동산 경기 둔화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줬다.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향후 2년 동안 투자할 4조 위안(800조 원 규모)의 자금 집행 방안을 발표했다. 단기적인 부양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장의 안정을 노리는 것은 물론 도시와 농촌의 균형적인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정책 시그널은 투자 심리를 개선시켜 중국 펀드의 반등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