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고용 사정이 나빠지니 연말연시 대목에도 돈줄이 말랐다는 아우성이 하늘을 찌른다. 이런 때 재테크가 무슨 소용이냐고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그러나 세상엔 불경기에 돈 벌어 부자가 된 이가 수두룩하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식상하긴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리다. 문 밖은 춥다. 이런 때일수록 똑똑한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 각 분야 전문가의 손을 잡고 신년 재테크의 첫발을 내디뎌 보자.최근 취업·경력 관리 포털 ‘스카우트’가 20~40대 71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50%가 ‘2009년 걱정스러운 키워드’로 ‘경제 위기’를 꼽았다. 대한민국 성인의 절반이 경기 불황에 대해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이야기다.비단 50%뿐이랴. 온 국민이 새해 한국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철강 등의 감산이 이어지고 급기야 월급까지 밀리는 상황이다 보니 온 국민의 불안감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주가 폭락에 부동산 값 하락으로 이미 큰 폭의 자산 가치 하락이 일어났지만, 앞으로 더 큰 악재가 기다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적지 않다.실제로 세계의 많은 금융 전문가들이 “적어도 2009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금융 위기 국면이 연장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유엔미래포럼 등 미래학 진영에서도 2011년 이후에나 세계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본다.범위를 국내로 좁혀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국내 14개 민관경제연구소 대표들은 2009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2%로 보았다. 2008년의 4.99%보다 2.7%포인트 이상 낮게 전망한 것이다. 또 우리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가계, 기업의 도산 및 구조조정’을 지적했다. 전망이라기보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다.이런 상황에서 재테크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재테크는 단지 돈을 불리는 기술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돈을 지키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도 재테크의 중요한 부분이다.올해는 후자의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2009년 재테크 키워드로 이구동성 ‘안전’을 꼽고 있다. 위험을 피하면서 적지만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는, 어찌보면 방어적인 재테크 패턴이다. 위험이 언제 어디에 숨어 있는지 미리 알고 악재를 피하는 우산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전략이다.우선 주식부터 보자. 주식 투자자들은 1월 중순을 잘 넘겨야 한다. 1월 중순 미국 기업들의 2008년 4분기 실적 발표가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시장 예상보다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엔 코스피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면서 주가 상승 요인을 작용하고 한국 기업들의 이익도 개선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조 부장은 “1월 하순에 재무구조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조언했다. 불황에 견딜 수 있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을 골라내라는 것이다.2008년 한 해 여러 사람을 망연자실하게 한 펀드는 새해에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안정균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2009년 역시 인내가 요구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익을 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역시 ‘리스크 관리’를 첫손에 꼽았다.새롭게 투자에 나설 경우는 회사채 펀드가 1순위다. 안 애널리스트는 “회사채 펀드는 채권형 펀드의 안정성과 고수익을 동시 추구할 수 있어서 적절한 투자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비과세 혜택까지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라는 설명이다.금융상품 중에서는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넣는 전략을 써봄직하다. 서기수 HB에셋 대표는 “시중금리가 계속 인하 추세인 만큼 1~2%의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는 저축은행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단, 재무구조가 안전한 저축은행을 골라야 하는데, ‘8대8’ 법칙(BIS 비율이 8%가 넘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전체 여신에서 8%가 넘지 않는)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는 조언이다.CMA, MMF는 투자 목적보다는 활용 목적으로 가입을 권하는 상품이다. 서 대표는 “불황도 언젠가 끝이 나는 만큼 출동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단기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을 가입해 두라”고 귀띔했다.부동산은 또 어떨까.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30% 이상의 폭락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여전한 투자 위험을 안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거래 감소와 가격 하락의 이중고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새해부터 시행되는 관련 제도가 적지 않아 시장 추이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윤 대표는 “전매 제한이 풀린 분양권 시장,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되는 수도권 인기 지역 아파트 등 정부 정책 수혜를 볼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또 투자 수익보다는 실질 현금 소득이 발생하는 임대 소득 상품에, 장기적인 시각에선 미래 가치가 높은 토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불황에는 창업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11년 전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몰리면서 큰 붐이 일었던 것처럼, 최근에도 화이트칼라 출신 예비 창업자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초보자가 창업에 나서려면 업계 돌아가는 흐름부터 잘 알아야 한다. ‘잘 된다더라’식 풍문이나 반짝 떠오른 유행 업종엔 아예 눈길을 주지 않는 게 상책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업종과 식품 안전성을 높인 외식 업종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 불황이 다시 도래함에 따라 가격 파괴 업종과 무점포·소호 창업도 ‘관심 분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단, 예전처럼 무작정 싸기만 해선 승부를 볼 수 없다. 강 대표는 “단순히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게 아니라 유통 구조 개선,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품질이 뒷받침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