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희망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2008년 상반기 5.3%의 비교적 높은 성장을 기록했던 한국 경제는 9월 이후 금융 위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신용 경색과 자산 가치 폭락에 따른 불안감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였다.지난 2008년 12월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09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에 의하면 주요 기업 188개사의 최고경영자(CEO) 중 절반에 육박하는 48.9%가 위기의 정도가 외환위기 수준 이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10명 중 6명은 2009년에 투자를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고 절반가량이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하거나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당면한 경제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붕괴에서 촉발된 만큼 위기 극복의 실마리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확보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15%와 21%에 해당하는 막대한 재정을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한 구제금융에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 11월 초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 발표와 함께 국가 간 통화 스와프 체결, 한국은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 확대 등 금융시장 회복과 신용 경색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문제는 위기의 끝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의 유통 속도가 떨어진다는 점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자본 충실화와 함께 리스크 관리의 경기 순응성에 의한 부작용을 차단하고 자본시장을 신속히 정상 궤도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신자본주의 체제의 약점이 노출된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시장 참가자가 수익성과 건전성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금융 정책과 감독의 역할도 강조돼야 할 것이다.두 번째로 강조돼야 할 것은 경기 침체와 고용·소비 위축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유효 수요 창출과 성장 기반의 마련이다. 세계경제 침체가 심화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더욱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비롯해 실물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속한 재정 집행과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수차례의 위기를 겪으며 체질 개선에 힘써 온 기업부문은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선제적 투자를 통해 경제 회복 이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발판을 마련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위기 극복의 세 가지 열쇠 중 마지막은 신뢰 회복과 경제 주체 사이의 연대다. 세계적 금융 위기의 원인을 신뢰의 상실에서 찾는다면 가장 먼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대한, 더 나아가서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정책 당국이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긴밀히 공조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차단하고 선제적 경기 부양에 나서는 모습은 긍정적이다.금융 부문에서도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 금융 애로 기업 공동 지원 등 우산을 거두지 않는 상생의 자세로 흑자 도산을 막고 위기 파급 경로를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회사와 민간 경제 주체가 치킨게임에 빠져들어 위기 상황의 상호 연결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각자 살 길만 찾는다면 경제 전체의 위기 극복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고통을 분담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상생의 지혜가 경제 회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공포는 또 다른 불안을 낳을 뿐 결코 위기에 맞서는 올바른 자세는 될 수 없다. 2009년 새해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희망을 가지고 각 경제 주체가 힘과 지혜를 모아 상생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한국산업은행장약력: 1954년생. 73년 경기고 졸업. 81년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86년 뉴욕주립대 MBA. 94년 모건스탠리 서울사무소장. 2005년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 2008년 한국산업은행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