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2007년은 많은 점에서 비슷하다. 버블이 터지기 직전에 1929년, 2007년 모두 증시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한 두 시기 모두 보수당이 집권하며 증시 부양, 경제성장을 위해 법인세, 소득세를 감면하고 규제를 줄이고 소비자 신용을 장려했다.그렇다면 2008년, 2009년의 모습도 1930년, 1931년과 닮아 있을까. 아마도 현 시점의 주가 추이는 그러한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금본위제나 재정 흑자에 집착하고 은행 연쇄 도산(뱅크런)에 손도 제대로 쓰지 못한 과거의 수동적인 정책과는 다른 적극적인 정책들이 전 세계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현재의 증시 모습은 증시가 바닥을 치고 상승했던 1932년 부근이라고 여겨진다.1929년의 대공황을 부의 편중이라는 문제가 통화량이라는 쿠션이 없어지면서 극단적으로 드러난 현상으로 본다면 왜 통화량을 적시에 늘리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갖게 된다. 통화량을 증가시키지 못한 이유는 금본위제라는 제도를 사수하려는 각국의 정부가 임의로 통화를 늘리는 일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1931년에 미국, 유럽은행들이 대거 파산하면서 소비자 금융은 얼어붙었고 통화량은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본위제를 유지한 각국의 정부는 통화량을 증가시키지 못했다.그러나 2008년은 1931년과는 다르다. 과거와 달리 본원통화 공급을 통해서 미국 정부는 소비자에게 돈을 쥐어주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수지 흑자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통화 강세를 유지하려고 무리하게 통화량을 적정 수준에서 통제하려고 하지도 않는다.1932년 3월부터 7월까지는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은행에 통화량을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또 은행 파산이 진정 추세를 보이면서 저축성 예금 감소 폭은 줄어든다. 또 재건금융공사 등 정부 정책에 따라 금융이 안정을 보이면서 회사채 스프레드도 감소하면서 7월부터 랠리가 시작된다.정부 주도의 강한 구조조정은 국민의 신뢰를 얻어냈고 저축성 예금도 증가하기 시작했다.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인식하는 것이다.공황에 대한 위험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부터 1년 전이다. 그러나 이는 주식시장이 1년 동안 조정 받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관점에서만 본 시각이다. 2007년 3월에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뉴센트리 파이낸셜)가 파산했고 미국 부동산 시세는 2006년 2분기에 역사적 고점을 쳤다(실러 주택지수 기준).미국 부동산을 기준으로 보면 2006년에 고점을 쳤고 내년이면 하락 3년 차다. 이번 금융 위기의 형식적이자 실질적인 시작 시기는 2006년 미국 부동산 고점이 아닐까 한다.약세장에서 강한 시세를 유발하는 경우는 당대의 조치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이번 반등을 1932년 여름의 바닥 내지는 1932년 겨울의 바닥 그 둘 중 하나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올라가고 미국 부동산 시세가 안정을 보일 수 있는 시기를 내년 3분기로 전망하고 있다. 즉, 내년 하반기에는 풀려나간 돈이 승수효과를 낼 수 있는 시기라고 기대한다.문제는 이 같은 기대감이 지금부터 출발할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두고 출발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물론 장기 투자자에게는 주식 매수를 추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주가의 급등은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만연할 때가 아니라 주가가 이유 없이 올라가고 올라가는 과정에서도 과열이라는 집단의 컨센서스가 형성돼야 한다.길게 보면 내년 1분기까지도 증시는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타이밍의 예술이 지배할 것만 같다.대우증권 애널리스트약력: 성균관대 경영학부 졸업. 신영증권 리서치 투자전략부(1998~2002년). 미래에셋 리서치 투자전략부(2002~04년). 한경비즈니스 베스트 애널리스트 기술적 분석 부문 1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현).